전두환 탐험[2]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전두환 탐험[2]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8-05 23:02 조회2,488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전두환 탐험[2]

 

용인 잘하면 대통령 잘해?

2022.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은 전두환이 용인을 잘해서 경제를 잘했다는 식의 말을 했다. 용인만 잘하면 자기 실력이 없어도 성공할 것이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이 말은 머리는 빌려도 건강은 빌릴 수 없다는 김영삼의 말과 흡사하다. 세간에는 전두환이 김재익에게 경제에는 네가 대통령이야이런 말을 했다고 회자되고 있다. 여기까지를 보면 윤석열, 김영삼, 전두환 모두가 남의 머리를 빌려 국가를 경영했다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김재익을 향해 전두환이 했다는 말은 와전된 말이다. 1980년 당시 김재익은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이었다. 전두환은 그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앉혔다. 갑자기 출세한 김재익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늘처럼 우러러보였던 장관과 차관이 어려워 제때에 대통령 뜻을 전달하지 못하고 절절맸다. 바로 이 때에 전두환이 김재익에게 용기를 주었다. “, 김재익, 네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고 과감하게 장차관을 상대하라구경제를 김재익에게 모두 맡겼다는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보안사령관 때부터 경제 공부

 

보안사령관은 대통령에게 핵심 정보를 보고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보고 내용 중에는 경제 문제가 많은데, 지식이 딸렸다. 지식을 흡수하되 편식을 피하기 위해 교수, 연구자, 기업인 등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내 아침 공부를 했다. 그 중의 한 사람이 김재익이었다. 이 아침 공부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계속됐다. 고려/이조시대에 임금을 교육하는 경연제와 유사한 것이었다.

 

전두환은 미국 육사의 교과서를 가지고 사관학교 교육을 받았고, 미국에 2차례 유학을 해서 선진국의 모양새와 문화를 습득할 수 있었다. 선진국 문화라는 것은 결국 개방과 자유였다. 그래서 전두환이 기용한 사람들 대부분이 서양식 교육을 받은 신세대였다. 김일성이 전두환이 이끄는 군부를 신군부라 부른 것도 전두환이 유학파 엘리트들로 세대교체를 했다는 이유에서일 것이다.

 

 

전두환은 19678월부터 6912월까지 24개월 동안 중령 계급으로 수도경비사령부 제30대대 대대장을 했다. 청와대를 지키고 있는 부대장을 한 것이다. 19681.21 사태 시에는 조명탄을 계속 발사시켜 세검정 사거리를 대낮처럼 밝혀 북괴 침투조를 사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6912월부터 19766월까지 6개월 동안 그는 대령 계급으로 대통령 경호실 보안차장보 겸 작전차장보로 근무한 적이 있다. 당시 청와대에 있었던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전두환은 중령과 대령 시절에 청와대 각 비서관실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이 곳은 무슨 일을 하는 곳입니까물으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젊은 장교가 알고 싶은 것이 많은 모양이라며 육사 출신으로 마음에 커다란 뜻을 가지고 있는 사람 같다고 평했다한다. 국가를 경영하는 총사령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윤곽을 파악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40%대의 인플레 사회

 

1980년은 1974년 제1차 오일 쇼크에 이어 제2의 오일 쇼크가 발생한 해였다. 유가가 오르고, 세계적 금리가 오르고, 달러 가격이 오르고 있던 이른바 3고시대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세계적 영웅이었고, 국가 신용도가 높아 국제 사회는 한국이 달라는 대로 돈을 꿔주었다. 외자가 풍부하다보니 과잉 투자, 중복 투자 행렬이 이어졌다. 하지만 인플레가 40%이다보니, 내수가 줄어들었다. 내수가 줄어드니 막대한 투자로 사낸 장비들의 가동률이 통상 10%를 밑돌았다.

 

이때 전두환은 과잉 투자, 중복 투자를 구조 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요란하게 내는 아우성 소리를 듣고 있었다. 기업들이 외자로 중복해서 투자하고, 과잉해서 투자한 것까지도 문제였지만, 더 급한 것은 갚아야 할 시기가 도래했는데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이었다. 한국은 꼼짝 없이 외환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 경제는 곧 임종을 맞는 경제인 것으로 소문나 있었다. 이런 것이 바로 전두환이 접수한 국가의 대차 대조표였다.

 

인플레와 사재기 게임

 

이때 김재익이 전두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무엇이었나? 고 인플레를 정복하는 것이다. 고 인플레를 정복해야 한다는 것은 당시에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었다. 하물며 보안사령관 때부터 거시경제를 학습한 전두환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왜 고 인플레를 잡아야만 했는가? 봉급은 10% 오르는데 물가가 40% 오르면 그 누가 저축을 하겠는가? 모두가 사재기를 한다. 사재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상품은 더 귀해진다. 그래서 가격이 또 오른다. 사재기가 심해지면 인플레가 더 심해지고, 인플레가 심해지면 사재기는 더 극성이었다. 이 절망적 악순환은 김재익도 알고 전두환도 알고 국민 모두가 다 아는 상식이었다.

 

인플레와 외채 게임

 

인플레가 심해지니 저축이 제로가 되고, 저축이 없으면 투자와 세출 예산을 해외 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외채가 자꾸만 늘어만 나는 것이다. 외채에도 한계가 있으니,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낼 수밖에 없었다. 찍어내는 것만큼 물가는 더 오른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낭떠러지기로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경제의 성패가 물가 안정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었겠는가. 이러한 경제 상식은 김재익도 알고 남덕우도 알고 전두환도 알고 국민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인플레라는 괴물을 때려잡느냐에 대해서는 김재익도, 남덕우도, 수많은 전두환의 가정교사들도 가르쳐 줄 수 없었다.

 

40%대 물가를 2%대로 몰고 간 리더십

 

전두환은 개인교사들로부터 기초 이론만 배웠다. 그 이론을 리더십에 구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전두환의 응용 능력과 신념과 애국심이었다. 같은 과정을 공부해도 애국심이 있는 학생과 그것이 없이 그냥 학위만 받으려는 학생 사이에는 하늘과 땅의 에너지 갭이 존재한다. 사관학교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미국 유학을 2차례 다녀왔고, 국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배우겠다며 독서광이 되었고, 가정교사 식 학습을 매일 아침마다 받았던 전두환, 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도대체 무슨 수를 써서 경제대통령이 되었는가?

 

지금과는 달리 그 때는 쌀만이 주식이었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쌀의 절대량이 부족했다. 쌀의 도매 물가 상승률이 44.2%, 소매 물가 상승률이 34.6%, 광란적인 인플레였다. 쌀값이 오르면 모두가 올랐다. 흉년이었는데도 농민의 추곡 수매 가격을 동결했다. 하지만 사재기를 잡지 않고서는 물가를 잡을 수가 없었다.

사재기 심리를 멈추게 하기 위해 전두환은 심리전을 폈다. 미국에서 받은 특수전 교육 중에는 심리전 내용이 있었다.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아니 사재기를 멈추게 하기 위해, 그는 양곡 수송 차량에 [양곡 수송]이라는 글씨를 크게 써서 일부러 시내를 여러 바퀴 돌게 했다. 이를 본 시민들에는 양곡이 아주 많이 공급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물가와 사재기는 심리전만이 답이었던 것이다.

 

봉급 동결과 예산 개혁과 구조조정

 

공무원은 물로 모든 기업의 봉급을 동결했다. 전기 요금, 우편 요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그 대신 구조 조정을 강요했다. 세출 예산의 절약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맥나마라 기법인 PPBS 5개년 단위로 연동하는 맥나마라 예산제도를 도입하고, 해마다 영기점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이른바 영기점 예산제도(Zero Base Budget)를 채택했다.

 

1986년 물가 상승률이 2.3%로 내려앉았다. 이 해에는 GNP12.5%였다. 저축이 GNP32% 늘어나 저축 예산으로 설비 투자와 사회 간접 투자를 하게 됐다. 경제의 자생력을 창조한 것이다. 가계 예금이 늘어났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이자 소득세를 감면하고, 월급봉투가 없어지고, 그 대신 봉급, 수당 등이 은행 계좌로 이체됐다. 무역 흑자국 12대 국이 되었고, 국가 전산망과 IT 산업의 독자적 개발을 위한 국내 자금이 형성됐다.

 

2022.8.5. 지만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3,849건 1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공지 북한에 배신당한 아웅산 테러범 제 630, 631광수 지만원 2019-02-14 32526 873
공지 5.18관련사건 수사결과(1995.7.18)를 공개합니다. 첨부파일 지만원 2013-04-02 367217 1607
공지 [안기부자료] 5.18 상황일지 및 피해현황 첨부파일 지만원 2013-04-02 322572 1493
공지 도서구입 - 종합안내 지만원 2010-08-15 472141 2038
13845 일본의 의미(에필로그) 관리자 2024-03-27 1289 41
13844 일본의 의미(9)역사 왜곡 관리자 2024-03-27 1304 31
13843 일본의 의미 (프롤로그) 관리자 2024-03-19 8352 101
13842 일본의 의미(8) 일본은 가장 밀접한 미래 동반자 관리자 2024-03-19 8137 76
13841 일본의 의미(7) 배울 것 많은 일본의 교훈들 관리자 2024-03-19 8244 61
13840 일본의 의미(6)강제징용 문제 관리자 2024-03-15 11100 68
13839 일본의 의미(5)일본군 위안부 관리자 2024-03-12 13223 87
13838 일본의 의미(4)반일 감정 조장의 원흉들 관리자 2024-03-06 17563 131
13837 일본의 의미(3)근대화의 뿌리 관리자 2024-03-06 15380 99
13836 일본의 의미(1~2) 관리자 2024-03-06 16450 106
13835 [다큐소설]전두환(10). 운명(수정 완료) 관리자 2024-02-23 13888 145
13834 책 소개(다큐소설 전두환) 관리자 2024-02-22 13384 147
13833 [다큐소설]전두환(9)역사바로세우기 재판(2)(수정 완료) 관리자 2024-02-22 12732 60
13832 [다큐소설] 전두환(9)역사바로세우기 재판~1(수정 완료) 관리자 2024-02-20 11194 61
13831 [다큐소설] 전두환(8) 5.18 - II (수정 완료) 관리자 2024-02-16 11732 82
13830 [다큐소설] 전두환 (8) 5.18 - I(수정완료) 관리자 2024-02-14 10059 81
13829 [지만원 메시지(221)] 박근혜와 한동훈 관리자 2024-02-07 16137 261
13828 [다큐소설] 전두환 (7) - 5.17과 그 전야(수정완료) 관리자 2024-02-06 15307 87
13827 [지만원 메시지(220)] 한동훈 불가사의 관리자 2024-01-31 17657 285
13826 [다큐소설] 전두환 (4) - 전두환 업적 (수정완료) 관리자 2024-01-20 26676 127
13825 [다큐소설] 전두환 (6) - 12.12 (수정완료) 관리자 2024-01-19 27439 114
13824 [지만원 메시지(219)] 나에 씌워진 면류관 관리자 2024-01-14 30457 287
13823 [다큐소설] 전두환 (5) - 10.26 (Ⅱ)(수정완료) 관리자 2024-01-04 32597 117
13822 [다큐소설] 전두환 (5) - 10.26 (Ⅰ)(수정완료) 관리자 2024-01-04 31046 110
13821 [지만원 시(24)] 무엇이 아픈가 관리자 2024-01-04 36917 256
13820 [다큐소설] 전두환 (3) - 박정희 업적(수정완료) 관리자 2024-01-03 30462 167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