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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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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2-06 00:03 조회16,0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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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f somebody can do, I can do

                                  누군가가 해냈다면, 나도 할 수 있다

“디 에지”(The edge)라는 제목의 미국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주인공은 60대 후반, 부인은 미녀의 사진모델로 발랄한 30대 후반이었다. 붉은 색 비행기가 그랜드 캐년 같이 광활한 계곡을 한동안 날아가 산중의 계곡물에 내렸다. 넓고 수량이 많은 격류였다. 사진작가 일행이 아름다운 여성 모델 즉 60대 거부의 젊은 아내를 앞세워 산장에 왔다. 그리고 그 여인이 노 남편과 동행해 왔다. 노 남편은 평소에 책만 읽는 선비였다.

산장의 주인은 광대뼈가 험상궂게 튀어나온 얼굴에다 커다란 상처까지 지닌 건장한 거인이었고, 그 역시 60대 후반쯤 돼 보였다. 마치 영화 죠스에 나오는 건장한 남자 같았다. 그가 손님들에게 처음으로 들려준 이야기는 불곰, 그 지역에는 불곰 한 마리가 있는 데 사람 고기를 맛 본 후부터 사람고기만 먹으려 한다는 것이다.

산장 벽에 걸린 인디언 사진 하나가 한 사진작가를 매혹시켰다. 작가는 카메라에 그의 사진을 꼭 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인디언은 150마일쯤 떨어진 곳에 살며, 늘 사냥을 나간다고 했다. 그래도 사진작가는 수상 이착륙 비행기를 띄운다.

파일럿, 남편, 사진작가 그리고 흑인청년 네 사람이 잠간 다녀오겠다며 비행기를 타고 갔지만 인디언은 집에 없다. 다시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새떼들이 비행기로 돌진하여 비행기는 피투성이가 되고 엔진이 고장 나 깊은 격류 속에 추락한다.

조종사는 즉사했고, 사진작가는 혼자 물속에서 탈출해 수상으로 올라왔고, 노인은 칼을 꺼내 흑인을 묶고 있던 안전벨트를 끊어 주며, 함께 수상으로 올라온다.

망망한 수림에 고립된 세 사람, 너무나 방대한 첩첩 산중이라 추락한 곳이 어디이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고립무원의 상태가 됐다. 노인은 사진작가에게 “나를 언제 죽일 것이냐”고 묻는다. 사진작가가 놀라며 왜 그런 말을 하느냐고 되묻는다. “나는 네가 내 와이프와 주고받는 눈길을 보았다. 내 재산이 탐이 나면 나를 죽일 것이 아니냐” 이 말에 젊은 작가는 화를 냈지만 그 노인은 정확히 심중을 찔렀다. 사실 그 노인은 억만장자였다.

공포에 질린 젊은 작가와 흑인, 노인으로부터 무슨 빚이라도 받을 게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살길이 있느냐”며 노인을 다그친다. 똑같은 처지에서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다. 이런 모습 하나로 이 두 젊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었다. 공포와 초조감에 떠는 두 청년을 향해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산속에 조난당한 사람들이 죽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왜 이런 난관에 봉착하게 됐는지, 지나간 일을 원망하다가 죽는다”

“그게 무슨 말이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끝없이 생각하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그건 또 무슨 말이요. 우리가 어떻게 해야 산단 말이오”

“생각하라, 계속 생각하라”

노인은 흑인 청년에게 등산용 칼을 건네주면서 막대기 끝에 칼을 붙들어 매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창을 만들라 했다. 의아해 하는 흑인청년에게 노인은 “너는 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리고 그는 작가를 데리고 넓은 호수가의 지형을 살펴본다.

맹수가 파리 한 마리를 잡으려 해도 혼신을 다 해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이 흑인 청년에게는 그런 자세가 없었다. 내키지 않는 일을 적당히 그리고 어설픈 자세로 하다가 그만 다리에 커다란 상처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울부짖었다. “나는 하는 일이 다 이렇게 어설퍼요”

노인은 지혈을 시키고 피를 말끔히 닦은 다음 피 묻은 천들을 땅 속에 묻으라고 사진작가에 명한다. “피는 불곰을 불러 들인다”

하지만 사진작가 역시 땅을 파기 싫어 피 묻은 헝겊을 나무 가지에 걸어놓았다. 우연히 이 피를 본 노인, 빨리 피하자고 소리를 쳤지만 피 냄새를 맡고 달려온 불곰은 이미 코앞에 와 있었다. 두 사람이 보는 앞에서 불곰은 흑인청년을 말끔히 해치웠다.

노인은 핀과 금목걸이로 낚시를 만들어 바위에 쪼그리고 앉아 물속에 드리우고 있었다. 그런 노인 등 뒤에 불곰이 접근해 있었다. 노인은 열심히 달렸지만 불곰의 속도를 당해낼 수 없었다. 마침 나무 몇 그루가 쓰러져 기둥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었다. 그 사이로 들어가니까 불곰이 접근하지 못했다.

불곰을 일단 따돌린 노인은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던 사진작가에게 달려가 불을 사방으로 던지라 소리친다. 불붙은 나무들을 여기 저기 던지자 당분간 불곰이 접근하지 못했다. 사진작가는 절망에 빠졌지만 노인은 끝없이 생각한다. 노인은 작가에게 인디언 소년이 불곰 잡은 사례를 말해준다. 나무를 창같이 뾰족하게 만들어 불곰이 껑충 뛰어서 소년을 덮칠 때 45도 각도로 세웠더니 불곰이 자기 몸무게에 의해 나무창에 찔려 죽었다는 것이다.

사진작가에겐 이 이야기가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것으로 들렸다. 이를 눈치 챈 노인은 사진작가에게 자기를 따라 소리를 지르라 강요한다. “If somebody can do, I can do" (남이 할 수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 더 크게 소리치라며 마치 특공대를 훈련시키듯이 반복했다. 소리는 점점 크게 났지만 자신감 있는 소리가 아니라 속으로만 울부짖는 기어가는 소리였다.

먹거리에 군침이 도는 불곰은 이들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불곰의 공격이 또 한 차례 시작됐다. 벼랑 끝까지 쫓긴 이들이 강물 속으로 다이빙하여 강을 건넜다. 불을 피우며 신랑이를 하는 순간 불곰이 결전의 의지를 보이며 덤벼들은 것이다.

불을 피울 때, 노인은 단단한 석가래 끝을 뾰족하게 깎아 불에 그을려 단단하게 강도를 높였다. 불이 붙어 있는 나무를 이리저리 흔들며 불곰을 위협했지만 성난 불곰의 공격 앞에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불곰이 공중으로 높이 뛰면서 노인을 향해 덮쳐왔다. 바로 이 때 노인은 뾰족하게 구운 나무창 자루를 땅에 지지하고 창끝을 불곰의 가슴을 향해 조준했다. 창끝이 불곰의 등을 관통했다.

화면에 흐르는 교훈은 두 젊은이와 노인의 자세였다. 노인은 늘 독서를 한다. 아는 게 참으로 많고, 지혜도 많고, 의지와 용기가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를 후회하지 않고, 불곰과 싸우면서 역경을 빠져나갈 궁리에만 몰두했다는 점이다.

“억만장자인 내가 늘그막에 왜 이런 처지를 당해야 하는가!”

이런 생각을 했더라면 그는 뾰족한 막대기를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랬더라면 두 사람은 불곰의 밥이 됐을 것이다.

이에 반해 두 젊은이들은 투정과 어리광으로 일관했다.

“구조될 가능성은 몇%나 될까요?”

“억만장자가 죽도록 주위 사람들이 지켜만 볼까요? 구조대가 곧 오겠지요?”

산장에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까지만 해도 사진작가의 기세는 등등했고, 팀의 화려한 우두머리였다. 활달한 미남으로 노인의 젊은 부인과 정을 통할 만큼 거칠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망망 산중에 고립무원의 비상상태에서는 억만장자가 우두머리였다. 억만장자가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영웅은 어려울 때만 알아볼 수 있다. 어렵지 않을 때에는 거짓이 영웅을 만드는 것이다.


2011.2.6.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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