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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하다가 당하는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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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2-16 09:07 조회17,8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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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만 하다가 당하는 군대


보도에 의하면 “2010. 8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때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서해 5도에 대한 포격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책을 검토했지만 실제 석 달 뒤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뉴스의 문맥을 보면 청와대의 의향이 잘 예측되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지속적인 검토사안’으로 넘어갔고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이 빈틈을 정확히 노렸다는 것”이 군당국의 평가라 한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본다. 가장 먼저 머리에 뜨는 것은 간첩이 이 토의 결과에서 드러난 빈틈을 북에 전달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군인은 자기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 해도 매우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그가 간첩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는 전우애나 인간성 문제와 전혀 다른 것이다.

오스카와일드의 명언이 떠오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유언장을 쓰겠다고 벼르는 사람은 정작 죽을 때 단 하나의 유언도 남기지 못 한다” 한국군의 지휘관들처럼 내일로 내일로 미루는 사람들을 향해 한 말이었을 것이다.

GE의 잭-웰치 회장의 ‘워크아웃'(workout)이라는 게 있다. 툭하면
‘지속적인 검토사안’이라며 뒤로 미루는 GE 경영진의 구습을 타파하고, 모든 관련자들이 모여 브레인스톰 과정을 통해 ‘지금 당장의 해결책’을 찾아내 즉시 실행시키는 리더십이었다.

최근에 드러난 군의 지휘부 장군-장교들을 보면 의외로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마디로 항재전장의 의식이 없는 것이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예견해 내고 그 각각에 대한 대응책을 지금 당장 찾아내 필요한 곳들에 행동지침을 하달해 놓고, 훈련을 시켜놓고, 이를 점검해 놓으면, 막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은 할 일이 없다. 필자는 전쟁터에서도 자다가 훈장을 탔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휘관은 0점 지휘관일 뿐만 아니라 해로운 지휘관으로 도태돼야 한다. 내일 병사가 싸워 이기기 위해 지휘관은 오늘 싸워야 한다. 그런데 한국군 지휘관들을 보면 이런 게 전혀 없다. 당하기 전에 멍청하고, 당하고 난 다음에도 멍청하다.

필자가 월남전에서 경험했던 사례는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장교단에 매우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며, 반드시 교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관측장교로 나가 있던 백마사단-28연대-보병 제1대대, 거기에 인기 높은 소대장이 한 사람 있었다. 꾀가 많고, 재치 있고, 사교성도 좋고, IQ도 높았다. 농구나 배구를 할 때면 순발력이 뛰어나 무엇이든 못할 게 없는 유능한 청년으로 보였다. 그가 소대원을 이끌고 매복을 나갔다.

갖 어두워진 초저녁, 매복지로 나가기 위해 농수로의 둑을 따라 소대를 이끌고 행군을 했다. 세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하얀 색 둑이 벼들이 한창 자라고 있는 광활한 평야를 두 조각으로 가르고 있었다. 맨 앞에서 행군하는 향도에게 스타라이트스코프라는 야시장비가 지급됐다. 별빛이나 반딧불만 있어도 멀리까지 볼 수 있는 최신의 야간 망원경이었다. 망원경을 든 향도가 걸음을 멈추었다. 불과 300미터 전방에서 중무장을 한 수십 명의 베트콩이 마주보고 행군해 오는 것을 본 것이다.

불과 5-6분이면 좁은 둑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군은 베트콩을 먼저 발견했지만 베트콩은 그 사실조차 모르고 천진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 전투에서 누가 이겨야 하는가? 하지만 평소에 영리했던 그 소대장은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여 정말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바보짓을 했다. 길에서 불과 10m 떨어진 논 가운데 경주 고분만큼 큰 흙더미가 하나 솟아 있었다. 소대장은 그 좁은 포인트로 30명의 소대원을 몰아넣고, 둑을 따라 일렬로 걸어가는 베트콩들에 총격을 가하도록 조치했다.

베트콩은 삽시간에 둑 뒤에 엎드렸고, 좁은 돌출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한국군이 집중사격을 받았다. 적군을 먼저 발견해 놓고도 적군에게는 유리한 지형 조건을 내어주고, 자기 병사들을 그야말로 불리한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요란한 사격이 순식간에 끝났다. 베트콩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달아났고, 10여명 이상의 한국군 병사만 절단 났다. 유능한 소대장, 과학 장비로 무장된 군사력, 적보다 먼저 보았다는 결정적인 이점을 가지고도 이렇듯 바보짓을 할 수 있을까?

항재전장!
옛날 1960년대에 군에 유행되던 말이었다. 항상 전장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라는 뜻이었다. 단상에 오른 높은 지휘관들은 누구나 연설문에 이‘항재전장’을 유행어처럼 사용했다. 하지만 그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오면서 자란 장교들은 전쟁터에서도 전쟁을 생각하지 않았다. 입으로만 '항재전장'이었다. 그런데 매우 희귀하게도 필자가 속했던 중대에는 '항재전장'을 병사들에게 생활화시킨 이름 없는 보병 소대장이 있었다. 왜소할 정도로 체구가 작고, 사관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으며, 주위로부터 이렇다 할 인기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전투에 나가 항상 이겼다. 28연대에서 그의 전과를 따라갈 소대장은 없었다.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항상 이길 수 있었을까? 그는 틈만 나면 병사들을 인근 모래밭으로 데리고 나갔다. 모래 위에 모형을 만들어 놓고, 병사들에게 가상 상황을 생각해 내게 했다. 병사들은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해냈고, 그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창안해 냈다. 이것이 습관화되자 병사들에겐 휴식시간에도 그런 가상 상황을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병사들 모두에게 상상력과 임기응변 능력이 길러졌고 이로 인해 병사들은 스스로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만일 앞에서 베트콩에게 형편없이 패한 소대장이 이런 생활을 했더라면 그는 이처럼 허무하게 부하들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두 사례는 무엇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가? 내일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지휘관은 오늘 싸워야만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내일의 싸움은 지휘관이 오늘 무엇을 생각하고 준비했느냐에 의해 이미 판가름 나 있는 것이다. 내일의 전투는 어제의 준비를 실현해 보이는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군 지휘관들은 “결과는 싸워봐야 안다”는 말들을 많이 할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틀린 말이며 게으른 자의 변이다. 부하의 생명과 국가안보에 대해 책임을 느끼지 않는 무책임한 말이다. 전투는 병사들의 훈련된 직관과 몸놀림으로 하는 것이지 현장에서 일일이 소대장이 소리쳐서 하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의 전투행위를 장교가 일일이 지휘하는 전투는 백전백패한다. 지금의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이 이런 한심한 짓들을 한 것이다. 전투는 시스템과 시스템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과정이다. 소리치는 지휘관이 이기는 게 아니라 바로 이 초라해 보이는 소대장처럼 평소에 훌륭한 시스템을 가꾼 장교가 승리하는 것이다.

수많은 장교들이 자기들의 신체적 자신감과 그릇된 영웅심만 가지고 철저한 준비와 시스템 없이 병사들을 전장으로 내몬다. 이는 부하를 살육하는 악행이다.


2011.2.16.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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