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을 보는 안목이 CEO의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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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2-23 15:05 조회19,80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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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을 보는 안목이 CEO의 안목
제품에 하자가 있을 때 고객은 불만사항을 요구해온다. 기업 입장에서는 A/S도 해주어야 하고 반품도 해주어야 한다. 품질에 자신 없는 기업이 소비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모두 다 들어주면 적자를 낸다. 단기 이익을 얼마나 냈느냐에 따라 승진과 연봉이 달라지는 한국기업 풍토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다 보면 경영자는 낮은 실적을 이유로 도태하게 된다.
고객만족이니 고객감동이니, 근사한 구호는 요란하게 난무하지만 최고경영자들은 이윤극대화를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경영자의 마음에 들어야하는 모든 간부들은 될 수 있는 대로 고객의 요구를 외면하게 된다.
불만이 늘어나면 고객들은 말없이 떠난다. 얼마나 많은 고객이 등을 돌렸는지는 기록상에는 잡히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사이에 기업이 망가지는 것이다.
이처럼 기업행위에는 두 가지 비용이 따른다. 하나는 A/S 및 반품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고, 다른 하나는 고객이 말없이 떠남으로 인해 야기되는 비용이다. 전자는 회계 장부에 잡히는 비용이고 후자는 회계장부에도 없고 누구의 눈에나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보통 사람들은 전자의 비용을 크게 생각하지만 유능한 경영자는 보이지 않는 후자의 비용을 더 크게 본다.
일본의 코제 화장품은 데밍상을 받은 업체다. 데밍상은 비록 일본이 제정한 상이지만 세계 산업계 전체의 노벨상이다. 데밍은 미국이 낳은 품질이론의 대가이며 일본은 전후 데밍박사를 모셔다가 교육을 받고 품질 1등국이 됐다. 일본은 그를 기리기 위해 데밍상을 제정했다. 아마 한국인들 같으면 남의 나라 사람의 이름을 본 따서 상을 제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배워서 미국을 이긴 나라다.
그 코제 화장품 회사는 수백 리 밖에 있는 지방 상점에서 립스틱 한 개를 주문해도 사람을 보낸다. 립스틱 하나를 우송만 하려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클 텐데, 비싼 여비까지 들여가면서 사람을 보낸다. 일본인은 비용을 모르는 바보인가? 아니다. 비용을 너무나 잘 안다. 코제가 이렇게 했던 것은 가장 중요한 기업 이미지 즉 기업의 명예를 세우기 위한 투자인 것이다. 일본인 전체가 기업 이미지 즉 명예를 세우면 일본 전체의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부상한다. 각 일본기업들이 이렇게 치르는 비용은 개인과 국가의 이미지 모두를 위한 투자인 것이다. 일본인 모두가 사는 공동의 집을 가꾸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들 중의 한 기업에 있었던 10년 전의 이야기다. 총무부장이 현관에 사람을 배치하여 문밖을 나가는 사원들의 출입시간을 적게 했다. 총무부장은 그것이 사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사실을 눈치 챈 사원들로부터 소문이 퍼졌다. 사원들은 속으로 사장을 미워하면서 그럭저럭 시간을 때웠다. 앞으로 조금 남기고 뒤로 손해를 많이 보는 바보행위였던 것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마음을 잡으려한다. 하지만 무능한 경영자는 몸을 잡으려 한다. 마음을 잡는 사람은 사랑을 지킨다. 하지만 몸을 잡는 사람은 몸도 마음도 다 놓친다.
2011.2.2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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