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대학'이 있어야 세계 수준 발전 가능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미친 대학'이 있어야 세계 수준 발전 가능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4-13 09:39 조회20,539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카이스트 사태' 나는 이렇게 본다] '미친 대학'이 있어야 세계 수준 발전 가능

이병욱 건국대 기계공학부학부장


1993년 봄 나의 카이스트 신입생 시절을 떠올려보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것 같았던 막막함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한국사 책을 제외하고는 온통 영어 원서 교과서였고, 방대한 숙제와 시험이 매주 이어졌다. 교수님들과 박사과정 조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은 예습을 해야 알아들을 수 있는 어려운 영어 단어로 구성됐고, 일주일에 이틀 이상 밤을 새우지 않으면 숙제를 해낼 수가 없었다. 설계 팀워크 프로젝트를 할 때는 함께 아이디어를 짜낸 후, 며칠을 멤버들끼리 번갈아 새우잠을 자면서 프로젝트를 완성시켰다. 그때 나의 꿈은 오직 하나, 무사히 졸업하는 것이었다. 당시 10% 정도의 카이스트 학생이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됐고, 20% 정도의 학생은 미리 살 길을 찾아 다른 학교로 떠났다.

그 무렵 카이스트 교수와 학생의 경쟁상대는 MIT와 칼텍(Caltech)이었고, 그들보다 잘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것이 국민의 혈세(血稅)로 카이스트를 설립하고 운영했던 이유였고, 소속된 사람들의 의무였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카이스트는 MIT와 카이스트의 학생 수준이 같으며 수년 내에 MIT를 능가하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총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어느 총장도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현재의 카이스트 총장은 자신감 넘치게 하고 있다.

최근 카이스트 학부 학생들의 자살 사건으로 카이스트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육행정 제도를 담당하는 교수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타당한 비판이다. 카이스트 교육제도는 학생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면서 점진적 교육을 하는 식과는 거리가 멀고, 국내의 다른 대학들과 비교하면 참으로 냉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현재의 카이스트 교육제도와 그것을 이끌어가는 서남표 총장을 옹호할 수밖에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힘들겠지만 학부생들은 4년만 고생하면 해방된다. 카이스트에는 영원히 혹한의 겨울밖에 없지만, 학생들에게는 졸업이라는 봄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런 고생을 해서 얻은 지식과 창의성은 자신들의 두뇌로 간다. 둘째, 대한민국에 대학이 카이스트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친화적인 교육을 하는 명문대학도 많이 있다. 학생들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을 바꿀 수도 있다. 셋째, 카이스트라는 브랜드가 만들어지기까지, 결국은 실력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온다고 믿고 묵묵히 피나는 경쟁을 견뎌온 졸업생들의 노력과 성취가 있었다. 이번 학부생 4명의 비극적 자살로 인해 40년 동안 4만명이 넘는 카이스트 졸업생이 이룬 성취와 그를 이룬 교육제도를 폄하해선 안 된다. 한국의 대학 중에 MIT를 능가해서 세계 1위를 하겠다는 '미친 주장'을 하는 대학은 카이스트밖에 없다.

우리 대학들은 각자 설립이념과 목적이 있다. 1970년대 카이스트 대학원의 설립목적은 '조국의 과학기술 발전'이었고, 1986년 카이스트 학사과정 설립이유는 MIT보다 좋은 대학, 세계 1위의 이공계 대학을 갖는 것이었다. 좁은 영토에 자원빈국(貧國)으로 과학기술밖에 의지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치열한 경쟁 속에 천재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급박한 상황 속에서의 팀워크를 가르치는 '비정상적인 대학'이 하나라도 있어야 대한민국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3,862건 390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2192 반역깽판잡것들에 능욕당하는 부산(證人) 댓글(3) 證人 2011-07-31 19858 264
2191 좌익이었던 자들은 위장을 더 감동나게 해야! 지만원 2011-07-30 20086 211
2190 좌익은 되는데 우익은 왜 안 되나? 지만원 2011-07-29 18252 337
2189 근로자만 있고 기업인은 없는 한국사 교과서 지만원 2011-07-29 14356 174
2188 벤프리트 장군과, 크라크 장군(산머루) 산머루 2011-07-28 12692 202
2187 김동길 교수님, 조용히 사시지요. 지만원 2011-07-28 22998 480
2186 시스템사회를 건설하자 지만원 2011-07-28 12998 216
2185 전라도 민주당, 이런 잡것들도 정당인가? 지만원 2011-07-28 20818 447
2184 부산저축은행 금융사기 물타기 꽃놀이패들(팔광) 댓글(2) 팔광 2011-07-28 15341 140
2183 대통령에 호소함!(이정웅 전PD) 지만원 2011-07-28 15312 283
2182 500만야전군의 진전 상황 지만원 2011-07-27 21805 318
2181 유럽은 다문화로 난리. 한국은 다문화에 미쳐(도도) 도도 2011-07-27 14044 100
2180 오늘은 아주 중요한날(더블디) 댓글(2) 더블디 2011-07-27 15536 99
2179 절라도의 자랑, 육탄10용사(팔광) 댓글(4) 팔광 2011-07-27 18125 260
2178 일부 육사인의 평가 지만원은 ‘미친 놈, 극우 또라이’! 지만원 2011-07-26 24052 334
2177 이명박이 큰 사고 친다!(문화사설) 지만원 2011-07-26 19477 303
2176 좌익들이 박정희에게 뒤집어씌운 독도의 진실 지만원 2011-07-26 24829 141
2175 좌익에 맞아죽기 전에 박빠에 맞아 죽겠다. 지만원 2011-07-26 20139 254
2174 시국진단 회원님들께 드리는 8월의 인사말씀 지만원 2011-07-26 15334 159
2173 충격! '다문화 정책에 반대합니다'(우주) 우주 2011-07-26 11619 148
2172 평화의 실체는 공포의 균형(팔광) 댓글(5) 팔광 2011-07-26 12659 102
2171 죽어 있는 대통령! 지만원 2011-07-25 18986 422
2170 발리의 치욕(윤창중, 문화일보) 지만원 2011-07-25 19917 349
2169 다시 보는 박근혜! 지만원 2011-07-24 18667 455
2168 전두환 대통령에 반드시 해야 할 일 있습니다! 지만원 2011-07-23 23867 398
2167 모처럼 즐거웠던 저녁식사 지만원 2011-07-23 17263 375
2166 광주지검 잘했다! 지만원 2011-07-22 25273 448
2165 입을 닫고 침묵하는 동안 박근혜는 계속 침몰한다 지만원 2011-07-22 20079 314
2164 이명박, 조현오 이렇게 할 거면 자리 내놔라! 지만원 2011-07-22 15193 277
2163 김백일 장군을 지키자! 지만원 2011-07-22 18178 228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