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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에 빠진 통일론자들, 국민정신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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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6-23 14:56 조회16,7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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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에 빠진 통일론자들, 국민정신 파괴한다


6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신임 간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통일은 도둑같이 올 것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통일이 임박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단골손님인 박세일도 조선일보 칼럼 등을 통해 통일전도사로 알려진 사람이며 그 역시 “우리는 이미 통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로 통일이 이미 오리 밖에서 달려오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지금 사회가 심각한 수준으로 적화 돼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점에서 통일이 된다면 그것은 적화통일일 것이라며 밤잠들을 설치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통일을 외치는 이명박과 박세일 등을 보면 국민은 두 가지 의아심을 갖게 된다. 


하나는 저들이 말하는 통일이 흡수통일인가 아니면 적화통일인가에 대한 의아심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의 구체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에 대한 의아심이다. 

남북한 간에 대화를 통해 하는 평화통일은 없다. 오직 흡수통일과 무력통일이 있을 뿐이다. 흡수통일에도 두 가지가 있다. 우리가 흡수하는 통일과 북이 우리를 흡수하는 통일이다. 무력통일은 지금의 국제사회 분위기에서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 그래서 흡수통일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는 위 두 가지 흡수통일 중 상대적 확률이 높은 것은 북한이 남한을 흡수하는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수많은 애국자들이 잠을 설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과 박세일 등은 우리가 북한을 흡수하는 통일이 오리 앞에서 달려오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런 생각은 환상이다. 1993년 필자는 한국의 유명한 정치학 교수와 미국에 세미나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그 교수는 “북한이 곧 붕괴된다. 붕괴되면 대규모 엑서더스가 발생한다. 그때 우리가 흡수하면 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을 해서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숙소로 돌아오면서 그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다.


“6.25전쟁이 무엇입니까? 북한의 인민군대에 한국군은 상대가 안됐습니다. 미국은 애치슨라인을 그으면서 한국에서 나갔습니다. 박헌영은 남한이 온통 좌경화 돼 있기 때문에 남침만 하면 금방 통일이 된다고 김일성에 보고했습니다. 남침만 하면 곧 통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김일성이 남침을 한 것입니다. 부산에까지 통일이 다 되었는데 미국이 나섰습니다. 미국 때문에 적화통일이 안 된 것입니다.


반면 1950년 10월에 우리 연합군은 압록강까지 진격했습니다. 통일이 다 됐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이 나섰습니다. 중국 때문에 우리식 통일이 좌절된 것입니다. 이처럼 통일에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달려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북한에 민란이 발생하면 계엄령이 선포됩니다. 그러면 대량 엑서더스가 불가능해집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북한을 접수하려면 군이 먼저 휴전선을 넘어가야 합니다. 바로 북침인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이 가만있습니까? 국제사회가 용납하겠습니까? 통일? 제 생각에는 100년 이내에는 어려운 얘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은 지 1년 후에 김영삼은 통일이 곧 온다고, 몇 달 이내에 온다고 하며 수선을 피웠다. 그 다음 해인 1995년 필자는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라는 책을 냈고, 당시 이 책은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제목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패러독스’였지만 그 패러독스를 이해해야 통일의 진수를 터득할 수 있다. 그로부터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 또 대통령이 나서서 누구의 조언도 받지 않고  김영삼과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통일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과 필자 사이에는 하늘과 땅 만큼의 괴리가 있고, 여기가 바로 소통불가능의 사각지대인 것이다. 한 가지 경고하고 싶은 게 있다. 대통령과 박세일은 그들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국민의 경계심과 반공의식을 파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1.6.2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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