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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치욕(윤창중,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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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7-25 15:36 조회19,9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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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의 치욕(윤창중, 문화일보)

  

 윤창중/논설실장


영혼도, 줏대도 없는 정권! 이명박 정권이 김정일로부터 끝내 아무런 사과도 받아내지 못하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빌미로 쭐레쭐레 6자회담 북측 대표를 만나 비핵화 운운하는 저 치욕적인 장면! 외교통상부 장관 김성환은 북한 외무상 박의춘을 만나 함박웃음. 김일성의 6·25 남침전쟁 이후 일시에 최대 규모로 대한민국 해군이 46명이나 떼죽음당한 천안함 폭침을 겪은 지 1년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고, 민간촌을 무참하게 포격한 연평도 도발이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정일이 남북 비밀접촉까지 까발리는 치욕을 겪은 지 얼마나 됐다고. 글쓰는 사람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건 민망한 일이지만, 22세에 전투공병대 폭파병(demolition engineer)으로 군에 가 북한군의 어뢰·기뢰 전술을 들여다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천안함 폭침의 그날 밤 MB와 안보관계장관들이 청와대 벙커에 들어가 “북한 소행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놓는 순간 본능적으로 경악했다. 역시 군대 안 간 사람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정권은 생래적으로 북한 정권에 대해 무지하고 비겁하구나! 마침내 ‘발리의 치욕’에까지! 또 임기말에 김정일 한번 만나볼 계산으로 자존심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남북정상회담병(病)! 지독하다.


3·26 청와대 벙커 회의에서 과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이제 공개할 수밖에 없다. 겁에 질려 사색이 된 분위기. 겁쟁이 정권! 대통령에게 안보관계장관회의 의장이자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국가정보원장 원세훈, 국방부장관 김태영 누구도 김정일의 도발이라고 보고하지 않는 기막히는 상황이 계속됐다. 그럼 북한이 아니라면 누가! 정부의 최고소식통 A는 “내부폭발이거나 피로파괴 가능성이 크다는 분위기였다”고 한탄했다.

왜 대통령과 참모들은 북한이 저지른 게 아니라 제발 내부폭발이거나 피로파괴가 돼주길 바랐을까? 김정일이 이미 남북정상회담에 다 합의해 놓고 설마 그런 짓을 할 거라고 믿고 싶지 않았기 때문. 더 정확히 말하면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는 MB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었기 때문! 고위소식통 B의 전언, “천안함 폭침 한달이 넘도록 누구도 북한 소행이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정부 내 유화파들이 내놓은 게 다국적(多國的)조사단 구성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가져가자는 것. 제 나라 영해 안에서 국군이 떼죽음 당한 사건에 외국 끌어들이고 외국으로 끌고가고. 결국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서는 북한을 지칭하지도 못하고 북한이 아니라고 생떼쓰는 대목까지 넣게 되고. 고위소식통 C, “이런 세력들이 또 연평도 도발 땐 ‘확전하지 말라’고 대통령을 유도했고 이들이 또 남북정상회담을 시도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런 세력? MB 정권 이후 김정일이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를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을 무려 66명이나 죽인 사실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기회만되면 대통령 눈에 들어 입신출세하려는 외교안보라인-이들은 전문가 행세를 하지만 ‘김정일 장사꾼’들. 이들이 치적에 목말라하는 MB에게 남북정상회담을 한 상 올리려고 막판 총력을 쏟고 있다. 8·15 광복절을 전후한 남북정상회담 극적 합의를! 정부 내에서 귀찮은 ‘대북 원칙주의자’들은 개각으로 솎아내고. 이런 뻔한 속셈을 김정일이 몰라? 왜 사과하겠나! 중국이 몰라? 그래서 대한민국 국방장관을 졸(卒)로 보고 격도 맞지 않는 중국 총참모장이 미국을 비난하며 모욕주는 것!


MB는 영혼도 줏대도 없는 참모들을 물리쳐야 한다. 김정일을 지금도 간단하게 보면 어떤 사태가 올지 모른다. 뒷돈 주고 김정일과 만나 사진 찍는다 해도 영광이 아니라 치욕이 된다. 안 만나고 끝까지 버텨야 그나마 치적이 된다. 시오노 나나미, “전쟁은 인간이 여러 난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 할 때 떠올리는 아이디어다.”(십자군 이야기 1) 김정일이 왜 천안함·연평도 도발을 저질렀는지 꿰뚫는다. 임기말 김정일과 만나는 건 독배(毒杯)다. 상상할 수 없는 국가적 재앙을 치를 수 있다. 김정일은 그러고도 남을 흉악한 인간이다. MB는 이제라도 남북정상회담 앞에서 회군(回軍)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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