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권력투쟁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권력투쟁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2-11 15:42 조회16,920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권력투쟁


대통령이 사회갈등을 치료한다며 ‘사회통합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런데 대통령이 속해 있는 조그만 정치사회는 날이 갈수록 갈등이 증폭되어 가고, 드디어 현재의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가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한 지붕 밑에서 한 솥밥을 먹는 두 정치 수뇌가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 하나 치료하지 못하면서 범국민 차원에 존재하는 복잡한 갈등들을 연구능력조차 없는 ‘사회통합위원회’더러 해소시키라 한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세종시는 논리싸움 넘어 권력투쟁 선상의 이전투구 


세종시 문제는 '원안 대 수정안'이라는 논리적 차원을 떠나 권력싸움으로 비화됐다. 이제까지 박근혜와 이명박은 다 같이 쌍권총을 차고 결전장에 나와 서로의 몸짓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서부활극의 두 사나이였다. 상대방의 눈길과 몸동작이 조금만 이상해도 잽싸게 권총을 빼드는 그런 일촉즉발의 살벌한 형국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2월 9일 이명박이 충청북도로 내려가 도지사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박근혜의 눈매는 여기에 집중됐을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충청도에 가서 보고를 받은 이명박은 세종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도매체들이 걸러서 기사화한 것은 두-세 마디였다.    


1) "가장 잘 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 강도가 왔는데도 너 죽고 나 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2)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계산하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발전할 수 없다. 지역도 경제적 사고를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는 곳이 발전한다고 본다. . 나는 솔직히 일 잘하는 사람을 밀고 싶고 지원하고 싶어진다."


보도 매체들은 위 말들이 박근혜를 겨냥한 말인 것처럼 보도했고, 이 보도를 접한 많은 국민들 역시 그렇게 받아들였다. 이명박 쪽에서는 그동안 박근혜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고, 그 비판의 핵심은 박근혜가 ‘미래지향적으로 가자는 이명박의 말’에 동조하지 않고 정치적 약속에 집착하고 있으며, 국제경쟁시대에 갈 길은 바쁜데 박근혜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판을 받아온 박근혜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의 위 두 가지 발언은 박근혜를 겨냥한 비난의 발언인 것으로 해석됐을 수 있다. 제3자들의 눈에도 이렇게 비치는데 하물며 결투장에 나와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박근혜에게야 두 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누가 강도인가?


다음날인 2월 10일, 드디어 박근혜가 권총을 빼들었다. 박근혜의 사고과정이 아마 이러했을 것이다. “어~ 나를 미래지향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몰아가고, 논리가 아닌 정치공학적으로만 생각한다고 몰아가더니 드디어 나 같은 사람은 밀어주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사람을 밀어준다? 도둑이 들어오면 함께 싸워야 할 입장에 있는 내가 도둑과는 싸우지 않고 오히려 같은 편에 있는 이명박의 발목을 잡는다?”


더러의 매체들은 박근혜가 발끈했다고도 표현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이명박의 발언을 차기 대권구도로 해석하고 대응한 말이었다.  


이명박의 '강도론'에 대해서도 박근혜는 "집안에 있는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면 어떻게 하느냐"고 받아쳤다. 자기가 강도 앞에서 같은 편의 발목을 잡는 사람 정도로 비쳐진 데 대해 박근혜는 집안에 든 강도는 밖에서 온 강도가 아니라 내가 발목을 잡고 있는 바로 그가 강도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말을 한 것이다. 이명박이 강도라는 뜻으로 들리는 말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 유세 때 박근혜가 이명박을 도와 “세종시는 반드시 추진할 것이며 거기에 더해 명품도시로 만들 것이다”라는 이명박의 공약을 누차 강조해 주었는데 이제 와서 이명박이 박근혜와는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약속을 어기고 혼자만 달랑 빠져나가면서 “이명박은 미래로 가는데 박근혜는 과거로 가자한다.”는 식의 여론 몰이로 박근혜를 몰아붙이고 있는 데 대한 감정적 앙금에서 나오는 말로 해석된다.   


보도들에 의하면 여기까지의 말을 들은 청와대는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화합해서 국가적 과제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한 발언이다. 이런 진의가 있음에도 경쟁적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국민 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동관 홍보수석도 오후에 기자실을 찾아 "누구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었다. 대통령이 다음에 선거에 나갈 분도 아닌데 누구를 겨냥하겠냐" “일 잘하는 사람 발언에 대해서는 지자체장들에게 일 잘하는 사람을 도와주겠다고 한 것이고, '강도론'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화합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전부터 이 대통령이 수없이 해온 발언"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기간부터 '강도론'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또 `워커홀릭'으로 알려진 스타일상 평소에도 `일 잘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을 자주 나타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한다.


                이명박의 충청발언은 무슨 뜻이었나?


여기까지를 놓고 정리해 보자. 이명박의 이른바 ‘충청발언’은 2월 9일에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 아니라 박근혜와 각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설사 청와대의 해명처럼 과거에 이명박이 이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하더라도 매우 민감한 처지에서 두 진영이 각을 세우고 있던 바로 그 순간에, 그것도 다른 장소가 아니라 충청도에 가서, 다른 주제가 아니라 바로 세종시라는 주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말이었다면 해석은 매우 달리질 수 있다.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평가는 업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한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의 말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대통령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듣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은 듣기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지 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숨은 뜻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인 박근혜가 그렇게 들었다면 일단은 들은 사람의 해석을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듣기에 따라, 입장에 따라 그렇게 들을 수도 있는 애매한 말을 해놓고 들은 사람이 잘못 들었다고 공격하는 것은 경우 없는 행동이며 정당한 태도가 아닐 것이다. 애매한 말을 해놓고 나중에 가서 진의가 그게 아니라며 이런 저런 해명을 하는 것은 구차한 변명으로 들리는 것이며, 또한 청와대가 내놓은 해명을 보면 제3자가 판단해도 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청와대가 간단하게 “그렇게 들었다면 미안하다. 진의는 그게 아니니 이해해주기 바란다”하는 식으로 짧게 대응했다면 여기에서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청와대는 2월 11일에 박근혜와의 일전을 하겠다며 확전에 대한 선전포고를 했다. 2월 10일의 ‘해명모드’에서 ‘전쟁모드’로 전환하여 박근혜를 직접 겨냥해 사과를 하라 한 것이다. 이 뿐이 아니다. 2월 11일 오전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나온 발언들이라고 소개된 말들은 살벌하기 이를 데 없다. "해도 너무한다.", "이제는 더 이상 못 참겠다.", "더 이상 달래고만 넘어갈 수는 없다."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 .


그동안 '미생지신(尾生之信)' 등 고사성어를 인용한 은유적 설전 수준이었던 공방전은 '누가 강도냐'라는 원색적인 표현까지 등장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진전됐고, 이어서 ‘사과하라, 못한다’‘더 이상 못 참겠다’는 식의 닭싸움으로 확전된 것이다. 보도들에 의하면 이동관 홍보수석은 2월11일 오전 이례적인 공식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의 발언을 '실언'이라고 규정하고 공식사과를 요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저런 식으로 나오는데 마치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묻고 그냥 지나갈 수는 없다, 정말 해도 너무한다는 것을 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다.


                청와대의 사과요구는 정당한 것인가?


그러나 청와대의 사과요구는 억지 그 자체로 보인다. 오야나무 밑에서는 갓끈도 고쳐 매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이명박이 다른 지역도 아닌 충청도에 갔다. 그리고 발언의 대부분이 세종시에 관한 것들이었다. 여기에서 박근혜가 충분히 오해할 수도 있는 민감한 발언들 즉 늘 박근혜를 공격해오던 그런 발언들에 ‘과거에 얽매지지 않고 미래를 열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밀어 주겠다’느니 강도가 왔는데 강도와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강도 앞에서 집안 식구와 싸우려 한다‘느니 하는 민감한 비유를 비벼 넣는 것은 박근혜가 볼 때 박근혜를 겨냥한 것이라고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박근혜 뿐만 아니라 보도를 접하는 일반의 많은 국민들도 이명박의 말들이 박근혜를 공격한 것이라고 이해했을 것이다. 이런 마당에서는 청와대가 발끈하면 할수록 청와대의 모습만 더 망가지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청와대는 박근혜에게 사과를 하라 하고, 박근혜는 '나는 사과할 일 하지 않았다'고 버티면 어느 쪽의 모습이 초라해 지겠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박근혜는 절대로 사과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이번 '충청발언'을 놓고 벌인 양측의 결투는 아마도 박근혜의 판정승으로 매듭지어 질 것 같다. 이명박의 충청발언은 그냥 일반론으로 들리는 발언이 아니라 박근혜를 향한 칼날이 들어 있는 발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10.2.11.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2,001건 389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361 MB에게 일전불사 의지가 있을까?(소나무) 소나무 2010-03-11 16040 93
360 미국에 부는 전작권 바람, 공은 이명박 손에 지만원 2010-03-11 23998 115
359 4대강 문제 심상치 않다 지만원 2010-03-11 20588 121
358 소련군이 북한에 진주하여 저지른 만행들 지만원 2010-03-11 25052 96
357 전작권 환수 주장은 좌파 주장이다. (뜰팡) 뜰팡 2010-03-11 13433 119
356 한국의 법관들은 눈치만 보고 놀고먹는가? 지만원 2010-03-10 22979 104
355 이명박의‘위험한 독도발언’ 분명히 밝혀져야 지만원 2010-03-10 20281 145
354 정권 주변 인물들의 닭싸움, 목불인견이다 지만원 2010-03-10 20306 104
353 대구법원, 서석구 변호사의 법정 모두진술(3.10) 지만원 2010-03-10 17807 120
352 무상급식? 여우 같은 야당에 홀리면 국가 망한다 지만원 2010-03-10 18975 114
351 한미연합사해체를 지켜만 보실 작정이십니까? 지만원 2010-03-10 18678 133
350 피고 데일리NK의 박인호-한기홍에 대한 2심 결정 지만원 2010-03-10 27206 86
349 한미동맹의 허상(虛像) 직시해야 (김성만) 남현 2010-03-09 14408 109
348 일그러진 ‘고건의 대북 짝사랑’ 지만원 2010-03-09 20539 126
347 야간집회 허용하면 한국의 밤은 폭력의 밤! 지만원 2010-03-08 17016 132
346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분노 극에 달해있다 지만원 2010-03-08 22730 161
345 중도를 안 버리면 국민이 MB를 버릴지도(소나무) 소나무 2010-03-06 18228 171
344 북한에 가지 마라, 약물과 미인계에 걸려들라 지만원 2010-03-06 26296 222
343 일생에 치욕남긴 MBC사장 지만원 2010-03-06 23086 138
342 “임을 위한 행진곡” 백과사전 식 정리 지만원 2010-03-06 25931 100
341 다수의 경찰이 소수 시위자들에 매타작당하는 이유 지만원 2010-03-05 21553 133
340 김정은에까지 최고 존칭 사용하는 청와대 지만원 2010-03-05 22201 200
339 군의 잇단 사고에 대하여 지만원 2010-03-05 22418 134
338 북한이 보낸 윤이상 흉상, 드디어 반입허용 지만원 2010-03-04 25961 165
337 노근리 영화와 송두율 영화가 웬말인가? 지만원 2010-03-04 17694 126
336 탈북자들의 증언, 얼마나 사실인가? 지만원 2010-03-04 16806 106
335 5.18과 북한과의 관계에 대한 결론 지만원 2010-03-04 20310 96
334 북한이 발간한 '광주의 분노' 소개 지만원 2010-03-03 19802 105
333 광주인민봉기는 주체의 기치에 따른 것(북한책) 지만원 2010-03-03 18016 90
332 브라이언 오서와 김연아 지만원 2010-03-02 24246 159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