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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개새끼'는 새로운 진보다(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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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바람 작성일12-05-29 00:47 조회11,320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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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에서 한 어린이가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소리쳤던 것은 어른들의 위선을 비웃으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외침이 어떤 어른들에게는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는 사실을 그 꼬마는 알지 못했을 것이다,


김정일은 '벌거벗은 임금님'이었다, 그의 추종자들은 '벌거벗은' 그의 복장을 미화했고 신격화했다, 그의 복장에 트집을 잡는 신하는 어리석은 신하가 되어야 했기 때문에 무조건 찬사만을 바쳤다, 남한의 지식인들도 그의 복장에 트집을 잡는 순간 수구꼴통이 되고 어리석은 학자가 되는 처지를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김정일의 복장에 문제 제기하기보다는 차라리 편안한 삶을 위해 시세에 편승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한민국에 그 꼬마가 나타났다, 그리고 소리쳤다, '김정일 미친놈 김정은 개새끼!' 실제의 그는 꼬마가 아니라 십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청소년이다, 그는 'ㅁㄴㅇㄹ'라는 닉을 쓰는 디시인사이드 사이트의 네티즌이다, 그는 세로드립이라는 방법을 이용하여 엄격한 검열을 거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북한 사이트 게시판에 이런 글을 게시하는데 성공했다, '김정일 미친놈 김정은 개새끼'


그 청소년에게 자기의 외침이 어떤 일을 발생시킬 거라는 예감 따위는 없었다, 김정일 앞에만 서면 오금이 저려오는 기성세대를 풍자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도 없었다, 그는 틀림없이 약간의 장난기와 약간의 사춘기적 반항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대북지원에도 불구하고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벌어지는 것을 목격하면서 그는 본 것과 느낀 것을 열두 자로 표현했다, '김정일 미친놈 김정은 개새끼'


방송에서 전원책 변호사가 '김정일 개새끼'를 외친 것의 시초는 디시인사이드의 'ㅁㄴㅇㄹ'로 거슬러 올라간다, 무명의 청소년의 외침으로 잠자던 대한민국의 본능이 꿈틀거린 것이다, 이 무명의 청소년 앞에서 더러는 부끄러웠다, 올해 4월에는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 코너에서는 김정은을 소재로 다루는 역사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김정일 지도자와 김정일 개새끼, 더러는 우리가 걸어왔던 길의 오류와 가야할 길의 새로운 진실을 깨달은 것이다,


'용감한 녀석들'에서는 이런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지금 니가 가진 땅을 포기해, 애송이가 뭘 안다고 독재냐"
"우리 몰래 자주하는 핵실험이 짜증나, 돈은 어디서 났냐, 다 굶겨 죽이면서"
"틈만 나면 도발하는 니놈들이 짜증나, 천암함은 기억 안나, 너 진짜 뒤져 볼래"
적군의 포탄이 날아올 때 이런 단어들은 국가안보를 책임진 대통령의 몫이었다, 그러나 정치인들도, 외국물 먹었다는 지식인들도 침묵해버린 그 비겁 앞에서 이제 우리의 젊은이들이 비로소 '김정일 개새끼'를 외치고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김정일 개새끼'를 외친다는 것은 어쩌면 미친 짓이다, 더러는 이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그리고 주군보위를 위해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정일 개새끼'는 용감한 녀석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용감한 녀석들'만이 할 수 있는 일에 '김정일 욕'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우리들의 종북 현실을 보여주는 슬픈 역설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쥐새끼' '가카새끼짬뽕' 등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김정일에게 개새끼라고 불렀다고 트집을 잡는 것은 이해가 난망한 일이다, 박지원이가 자기를 '쥐잡는 사람'으로 빗댄 것과 전원책이 김정일 개새끼라고 욕한 것중 어느 것이 더 나쁘고 천박한 것일까, 김정일 개새끼 소리에 경기가 들린다면 좀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다, 


'ㅁㄴㅇㄹ'에서 전원책까지는 1년여 밖에 안 걸렸지만 'ㅁㄴㅇㄹ'와 전원책이 출현하기 위해서는 10여 년 이상이 걸려야 했다, 15년여 전에 국가의 행로는 반공에서 친북으로 좌회전했다, 그 새로운 길을 더러는 '진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 길에는 핵이 있었고, 전쟁이 있었고, 핵 위협에 시달리는 일상이 있었다, 길을 잘못 들었던 것이다,


15년 전의 그 진보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고 현재 상태에서 꼼짝도 않으려는 수구가 되었다, 그래서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아도 평화라고 사기치고, 불바다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평화라고 사기 친다, 그들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잃을 것이 두려운 기득권이 되었고, 아랫배에 기름기가 두터워 다시 새 출발을 하는 것이 두려운 수구로 퇴보한 것이다,


'ㅁㄴㅇㄹ'가 나오고, '용감한 녀석들'이 나오고, 전원책이 등장했다,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김정일 개새끼!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이제 새로운 것들이 헌 것을 버리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장강이 흐르듯 역사도 흘러 진보가 보수가 되고 수구가 되듯, 이제 수구가 되어버린 헌 진보를 버리고 새로운 진보로 나아가자는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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