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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5-02-19 16:26 조회5,1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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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공해

 

나는 1974년 6월에 생전 처음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방학 없이 1년 반 만에 마치는 경영학 석사 과정에 입학한 것이다. 미군의 군사원조 중에서 끊이지 않고 가장 오래 지속됐던 것은 교육원조였다. 나는 한국정부의 배려에 의해 유학을 한 게 아니라 미국 정부의 배려에 의해 유학을 간 것이다.  

소설의 대가 죤스타인백 컨트리로 불리는 미국 서해안 몬터레이 반도에 위치한 미 해군 대학원, 미 육해⋅공⋅군 장교를 위한 학교였지만, 학교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연합군 육⋅해⋅공군 장교들도 일부 수용했다. 그 대신 교육비는 이웃 스탠포드나 버클리와 같은 명문 대학에 비해 약 3배 정도 비쌌다. 심지어는 교수와 1대 1로 공부하는 제도도 있었다. 나도 1:1식의 교육을 많이 받았다. 토요일에도 교수와 1대1로 공부할 수 있었다. 민간 대학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귀족학교였다.  

내가 입학했을 때 한국군의 육⋅해⋅공군 장교는 11명이었고, 그 중 육군이 6명이었다. 높게는 8년, 낮게는 2년 선배들 틈에 끼어 막내둥이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4점 만점에 3.65 학점 이상을 받으면 명예롭게 학교 게시판에 부착되는 ‘Dean's List’에 올랐다. 내 이름도 거의 빠짐없이 올랐다. 이에 대해 선배들은 내가 한국장교단의 명예를 올려주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못 마땅해했다. “경영학 과정은 쉬운 과정이야. 우리 시스템 공학과정에서 낙제된 장교들이 가는 데가 바로 경영학과야”  

내가 다닌 학교에서는 컴퓨터과학과, 기계공학과, 전자공학과, 기상학과, 원자물리학과, 순수수학과, 시스템공학과(응용수학), 경영학과들이 있었다. 이들 과에 등록된 학생들은 다른 과에서 제공하는 과목들을 선택하여 학문의 인프라를 넓게 쌓았다. 나는 화가 나서 선배들이 공부하는 시스템공학과에서 제공하는 stochastic modeling이라는 확률수학 과목을 택하여 선배들과 경쟁했다. 그리고 그 선배들에는 경영학과에서 제공하는 회계학을 강력 추천했다. "그걸 공부하니 세상이 달라보이더라", 그들의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선배들의 코를 바짝 눌러버렸다.  

그런데 나의 이 오기(?)가 내게 엄청난 길을 열어주었다. 거기에서 배운 수학을 가지고 기업감사(Audit)를 가르치는 Burns 교수가 D,B.A. 학위를 딸 때 시뮬레이션에 의존했던 기업의 재고감사 문제를 거뜬히 풀었기 때문이었다. 3개월 간의 샘플을 가지고 1년간의 재무제표 항목을 통계학적으로 예측하는 기법이었다. 이런 감사 기법은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개념조차 없다. 내가 한국 감사원에 대고 사후감사를 하지 말고 사전감사를 해서 낭비 요소를 사전에 제거시키라, 수도 없이 글과 책을 통해 그리고 감사관들을 모아놓고 한 강의에서 강조한 것은 이러한 개념을 공부했기 때문이었다.  

Burns 교수는 쇼크를 받을 정도로 놀랬다. 그 순간부터 그는 나를 위해 그 학교에서 전례가 없었던 일을 추진했다. 문과인 경영학에서 이과 중에서도 이과인 응용수학 과정의 박사과정으로 등록시킬 것을 추진한 것이다. 학교에서 난색을 표하자 그는 교수직을 사퇴하고 다른 학교로 가겠다고 위협했다. Buns교수는 그 학교에서 매우 자랑으로 삼고 있던 교수였기에 학교는 이를 수락했다. 그 학교 창설 8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내놓고 보니 그 육사 선배들이 내 약을 올린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길을 열어주었던 것이다.  

박사과정에서였다. 같은 학교에서 선배들은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후배가 박사과정을 공부하는데 대해 속상해 하는 2년 선배가 있었다. “지소령은 한국 장교들은 안중에도 없고 교수들만 상대한다.” “지가 잘나면 얼마나 잘났냐.” “박사 자격시험에서 떨어질 거다” 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말들을 했다. 나는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30-40분씩 뛰었다. 뛰면서도 수학문제를 풀었다. 내 머리가 수학기호로 채워지는 칠판 몇 개의 공간으로 넓어졌다. 그러다가도 선배의 말이 떠오르면 예수를 생각했다.  

예수같이 훌륭한 성인도 남에게 조롱 받고, 모함 받고, 가시면류관까지 썼는데 내가 얼마나 잘났다고 그런 비아냥거림에 속상해 하는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지 후배가 박사학위를 공부하고 있다는 그 자체로 그는 내게 1년 이상 엄청난 괴로움을 주었다. “선배를 몰라본다” 이 말은 지금도 육사출신들에 유행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인간공해라는 것이다. 공해 중에 가장 무서운 공해가 인간공해다. 인간공해는 암을 유발하고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악성공해다. 유학을 하면서부터 파도처럼 쉴 새 없이 밀려왔던 인간 공해, 나는 그것에 점령당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들로 단련이 됐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질투와 모함들은 내 귀 밖에서 예전처럼 파도처럼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웃어넘길 수 있을 만큼 많이 단련돼 있다. 도(?)를 닦게 해준 것도 그들이다.  

나는 앞을 향해 정신없이 달려왔지만 육사의 일부 사람들은 내 뒤통수에 대고 지금까지도 “저 친구 선배도 몰라보고 건방지다” “저 친구 혼자 잘난 체 한다” 등의 말로 빈정거린다. 심지어는 5공 시절에 장관을 여러 번 하고, 안기부장을 하고 별을 많이 달았던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새까만 후배 하나가 감히 선배들을 행사에 오라가라 한다” “지만원이 하는 5.18 활동에는 참여할 수 없다” “지만원이 5.18 연구를 하는 것은 개인의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다”

 

2015.2.19.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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