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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공을 배신자에게 돌리고도 스스로 학대받는 자리에 선 6.29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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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진달래1 작성일22-10-01 10:47 조회1,366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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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9선언


6월 17일 그이는 노태우 대표를 조용히 불렀다. 스스로 모든 것을 단지 난마처럼 얽힌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해나가려는 결심을 이미 굳힌 그이었다. 그러나 일단은 동지이자 후계자인 노 대표를 설득하고 자신감을 쉬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집무실에서 노 대표와 마주앉은 그이의 첫마디는 이러했다.

"국민의 뜻이 직선제라면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노 대표의 처음 반응은 분명한 거부였다. 노 대표의 놀라움과 거부감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노 대표의 반대 이유는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민정당이 그 동안 내각책임제의 장점을 홍보해왔는데 이제 와서 직선제를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민정당 동지들을 설득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또 다른 이유는 더욱 절실했다. 직선제 아래에서 과연 선거에 승리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노 대표는 그날 그이에게 이렇게 단호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직선제 개헌을 선택할 경우, 대통령 후보직을 사퇴하겠다."


정치권과 가두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헌 투쟁이 긴박한 양상을 띠고 있는 상황에서 그이가 직선제 수용을 거부하고 있는 노태우 대표를 설득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틀의 시간을 주어가며 직선제 수용의 불가피성과 직선제 선거에서도 노태우 후보가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해나간 끝에 6월 19일 노 대표의 결심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이는 아울러 직선제를 비롯하여 야당과 국민이 요구하는 모든 민주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과감한 구상을 노 대표가 책임지고 만들고 그로 인해 거둘 수 있는 모든 수확과 영광을 노 대표에게 양보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노 대표는 자신이 그러한 구상을 담은 선언을 하게 되면 그이가 크게 노해서 호통을 치며 반대하는 제스처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국민과 역사에 속임수를 쓰는 결과가 되므로 거부했다고 알려주면서 씁스레한 표정을 지었다.


6월 27일 새벽, 큰아이 재국이 미국에서 돌아왔다. 큰아이는 그 동안 긴박한 국내정치상황의 변화에 무척이나 마음이 쓰였던지 공부하는 틈틈이 나름대로의 의견을 정리해 아버지에게 보내오곤 했었다. 그이와 노 대표와의 마지막 비밀회동의 날이 왔다. 비밀회동 장소는 청와대 옆 안가였다. 왜 그랬을까. 그 비밀회동 장소로 갈 때 그분은 재국을 데려갔다. 사안의 성격상 회동의 보안유지와 기록을 위해 재국만을 배석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노 대표의 시국수습방안 발표일은 유동적이기는 해도 대략 6월 말로 결정되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노 대표는 자필로 써서 준비해온 발표문을 보고한 뒤 공식 발표 이후 자신이 취할 일련의 행보에 대해 그분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이도 노 대표에게 시국수습방안의 공식적 발표 직후 자신이 취하게 될 여러 가지 조치들에 대해 설명했다. 만약 예상치 못한 돌출상황으로 부득이 약속된 모든 조치를 연기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날 배석한 재국을 통해서 상호 연락을 취하기로 잠정 약속하고 그날 회동은 끝이 났다. 그날 이후 그이는 노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노 대표의 청와대 출입은 더 이상 보안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내려진 금족령이었다.


"어머니, 아버지의 심정은 이런 것 같았습니다. '노 대표, 나를 밟고서라도 성공해라. 어차피 내가 직접 대통령선거에 출마해서 심판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또 누가 뭐래도 노 대표 당신은 제5공화국과 나의 정치적 분신이 아닌가? 싸워 이겨서 나 대신 집권기간 동안 우리가 국가에 바친 땀과 순정에 대한 당당한 평가를 얻어내야만 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노 대표, 나를 밟고서라도 성공해라." 두 사람의 비밀회동을 지켜보면서 그것이 그런 일련의 조치를 준비하는 아버지의 신념과 심정으로 이해했다며 돌아온 제국이 내게 했던 말이다. 그러나 제국은 내게 자신은 아버지의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다는 가슴저린 얘기도 했다. 아무리 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굳이 그런 방식으로 아버지 자신이 스스로 국민들을 위해 선택한 그야말로 '아버지 자신이 준비해 국민에게 바치는 파격적이고 역사적인 민주화의 선물'을 굳이 노 대표의 것으로 만들면서까지 자신을 희생시키고 왜곡시켜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깊은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그토록 중요한 시기에 그토록 민감한 악역을 자청하고 있는 남편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재국처럼 내심 적지 않은 불안과 우려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인의 굳은 신념이니 우리 모자는 그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노 대표가 그이가 제안한 민주화 조치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면서 자신은 대통령 후보를 사퇴하겠다던 발언을 생각했다. 노 대표가 일언지하에 반대했던 그 민주화 조치가 바로 그 노 대표의 작품이 되어 노 대표의 이름으로 선언되는 그 '정치적 부조리(不條理)', 앞장을 선 사람이 뒤따라온 사람 뒤에 서야 하는 '역사의 배리(背理)'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날도 내 가슴속엔 그이가 내게 했던 말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노 대표 말이 내가 구상하고 결심한 민주화 조치를 자신이 건의해오면 내가 크게 노해서 호통을 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구먼."


그분이 자신의 친구이며 동지인 노태우에게 주었던 그 화산 같은 우정과 순정에 내가 감히 무슨 말을 더 보탤 것인가. 누가 뭐래도 자신의 손으로 만든 자기 최고의 정치적 작품을 그렇게 동지 노태우에게 줄 수 있었던 남편의 순수는 그 순간 신성불가침이었다.


그러나 직접 그이를 보좌하는 비서관들의 생각은 달랐다. 일요일인 6월28일 아침, 그이는 김성익 비서관에게 발표일이 다음날로 확정되었으니 필요한 준비를 서두르라고 지시했다. 지시를 받은 김 비서관은 깊은 고민 끝에 재국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대통령인 그이의 이 엄청난 희생을 만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요청이 아니라 차라리 간청이었다. 그이가 직접 준비한 그 민주화 조치야말로 이제 곧 권력의 갑옷을 벗고 혈혈단신 황야로 걸어나갈 그이 자신이 집권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가지 오해와 의심의 고리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마지막 결정적인 기회라는 것이었다. 이 기회에 국민이 환호할 그 파격적인 결단을 내린 그이가 왜 그 역사적 결단과 업적을 그 결정에 분노하고 반대했던 노 후보에게 안겨주어야만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이 본인의 뜻은 바위 같았다. 남편은 김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이 발표는 노 대표를 부각시키고 우리의 정치를 획기적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나의 마지막 카드이자 선택이다. 나의 이 선택이 얽히고 설킨 모든 것을 풀고 국가 미래와 올림픽을 성공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빌 뿐이다. 가슴 아프더라도 모든 준비에 열과 성을 다해주기 바란다"


그것이 더도 덜도 아닌 바로 그이의 본 모습이었다. 그이가 결심한 민주화 조치는 당시 국민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민주화 요구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김 비서관은 대통령 그이의 그 민주화 조치가 한국현대사의 정치 환경을 혁명적으로 바꾸게 될 새 시대를 여는 그분의 업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당위성을 확인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이는 이미 스스로 활 시위를 당긴 후였다. 나와 큰아이는 그저 그 화살이 도착할 곳을 막연하고 불안한 시선으로 쫓을 수밖에 없었다.

6월 29일, 노 대표에 의해 혁명적인 대국민선언이 발표되었다. 엄청난 환호의 물결이 나라를 뒤덮었다. 노 대표는 자신의 강력한 라이벌이 된 김대중 씨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물론, 직선제를 포함한 8개 항에 달하는 엄청난 파격적인 민주화조치의 약속을 선언문 속에 담았다. 


언론들은 모든 민주화 요구가 수용된 함량 만점의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40년 헌정사 속에 누적된 과제를 단번에 해소시킨 '명작(名作)'이라고도 했다. 국민들과 야당은 물론, 외국 언론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규제가 풀린 김대중 씨도 노 대표에게 인간적인 신뢰감을 느낀다고 환희의 일성을 보탰다. 하나의 선언이 국민, 야당, 언론을 그토록 한꺼번에 감격시킨 예는 없었다. 한 개인의 선언이 그토록 완전하고 신선한 충격으로 사회를 흥분시킨 적은 없었다. 더구나 그 선언이 여당의 대통령 후보에 의해 발표되었다는 형식의 파격이 국민들을 감동시켰다. 6.29선언과 함께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 기득권을 내던질 수 있는 용기, 민의를 올바로 읽어내는 현실감각, 시국의 극한 상황을 적기에 풀어나가는 노련함, 이 모든 찬사가 단번에 노 대표의 것이 되었다. 그 찬사는 그럴 만했다. 그 선언은 국민과 야당이 기대할 수 있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그 시절로서는 거의 완벽한 정치적 명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선언은 노태우라는 새로운 영웅을 탄생시켰다. 최루탄과 화염병은 일시에 사라졌다. 아무도 그것이 현직 대통령인 그이 자신의 결단과 희생으로 만들어진, 그이의 고심 끝의 작품이고 업적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이의 희생이 뜨겁고 아름답게 열매 맺은 6월의 창공은 그야말로 '쾌청'이었다. 마치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청량한 봄비처럼 그렇게 6.29선언은 역사 속에 등장했다. 단 하루 사이에도 세상은 거짓말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실감했다. 거리마다 마치 우리가 다른 의미의 광복이라도 맞은 것처럼 기쁨으로 가득 찬 사람들로 넘쳤다.


 1월 3일 찾아왔던 박근 전 유엔대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박 대사는 교회에서 김영삼 씨를 만났다고 했다. 김영삼 씨 말이 그분이 6.29 같은 조치를 노태우 대표가 아닌, 자신과 손잡고 했더라면 보호를 받았을 텐데 노 대표에게 주어 이렇게 당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당시 그토록 완강하게 직선제를 반대했던 노 대표를 설득하는 대신, 노대표와 3김 씨를 모두 청와대로 불러 직접 6.29선언을 제안하면서 '나는 경제적으로는 부도 직전에 있던 나라를 건졌고, 정치적으로는 단임을 실천해 민주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정치인들에게 페어플레이정신을 당부하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 보였더라면 모든 것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게만 했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공로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의 찬사를 한 몸에 받아 어느 누가 후임 대통령이 되어도 정치보복을 할 수 없었을 것인데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그분은 그러나 후회는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영삼 씨의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했더라면 백담사에서 겪은 고초나 지난 31일 증언대에 서서 당한 수모 같은 것은 면할 수 있었겠지요. 그러나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당시 내 소신은 나 자신의 보신을 위해서 내가 만든 당이나 함께 일한 동지들을 배신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소"


<이순자 자서전_당신은 외롭지 않다>  454-4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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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사님의 댓글

장여사 작성일

저는 2000년 이전에는 5.18에대하여 아무에게도 말하지않았습니다.
그러니 5.18광주사태를 민주화운동으로 뒤집은것이지요.
5.18의 핵심은 제가제보한 장갑차주인공 조사천[광천동 모나미문구]자영업자!
호남인들은 인터넷시대가되어 따지는자가있으리라고는 미쳐생각못하고
고도의 꼼수를부려 중요인물들을 쏙배서감추고 5.18광주사태를 민주화운동으로 뒤집었으니
어리석고 한심한 몰상식한 자들을 어찌 하늘이 용서하겠는가!
이세상사람 다속여도 하늘은 속일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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