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대 안 보낸다는 기업인 이야기 > 퍼온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퍼온글 목록

아들 군대 안 보낸다는 기업인 이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09-12-24 15:26 조회8,961회 댓글1건

본문

[양상훈칼럼]

양상훈 논설위원

부정과 타협 못해서 공장 확장 접은 기업인
정든 직원들 해고한 날 만취해 밤새 울었다 했다
선진국 문턱이라는 말과 그의 울분이 겹쳐 들렸다

한 해를 보내며 생각해보니 어느 이야기 하나가 좀처럼 잊혀지지 않고 마음속에 걸려 있다. "아들보고 군대 가지 말라고 했다. 다른 나라 국적 얻을 수 있으면 그러라고 했다." 한 중소기업체 사장이 필자 앞에서 한 얘기다. 밝고 곧은 성격의 그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그가 이런 말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우리 사회에 분노를 품게 된 사연은 그때로부터 11개월 전에 시작됐다. 그는 사업이 잘돼 공장을 확장해 이전하려고 했다. 해당 도(道)에 문의했더니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도지사가 직접 "OK" 했다. 해당 구청에 서류를 넣었고 이제 공장을 새로 지어 이사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준비가 한창이던 어느 날 공장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자신을 보험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직원들이 "이미 다른 보험에 들고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사장을 만나러 왔다"고 했다. 만나보니 이 사람이 느닷없이 "공장 이전하는 일 어떻게 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당신이 참견할 일이 아니다"고 답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때부터 공장 이전이 꼬이기 시작했다. 구청의 실무 담당자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일을 진척시키지 않았다. 답답하고 화가 나서 "도청에 알리겠다"고 그 담당자를 위협도 해보았다. 그때마다 담당자는 "해볼 테면 해보라"고 했다. '나는 규정대로 하고 있으니 탈 날 게 없고 결국 손해는 네가 볼 것'이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에 찾아왔던 그 보험 일을 한다는 사람에게 돈을 줬어야 했다. 실무 담당자는 단 한번도 책잡힐 말을 하지 않았다. 직접 돈을 받지 않고 넌지시 암시하는 방법을 썼다. 증거가 없어 고발할 수도 없었다.

그 기업 사장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던 것은 그 공무원의 사고방식이었다. '너는 왜 혼자만 돈을 벌려고 하느냐. 다들 돈 내고 허가받고 그렇게 같이 사는 건데 너만 왜 룰을 어기려고 하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 공무원이 나에 대해 '나쁜 놈'이라고 한다는 얘기까지 들렸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고 한 푼도 탈세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나쁜 놈이냐. 남들처럼 못하는 나는 바보 같은 놈이냐"고 물었다.

그는 "결국 11개월 만에 손을 들었다. 공장 이전을 포기했다. 나도 몇 억원 정도 주고 무마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분통이 터져서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공장 이전을 포기하면서 아예 공장 문을 닫았다. "지치고 질렸다"고 했다. 생산은 하도급을 주고 마케팅만 하기로 했다. 생산 라인 직원들을 해고했다. 정든 직원들과 헤어진 그날 혼자서 술을 마셨다고 한다. 아침에 깨 보니 술집 주인 집이었다. 만취 상태에서 너무 울어서 술집 주인이 데려갔다고 했다. 여기까지 말한 그는 필자를 쳐다보며 "아들에게 군대 가지 말라고 하겠다. 외국 국적도 취득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제품을 일본에도 수출해왔다. "일본과 처음 거래할 때 까다롭게 굴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다. 막상 일을 해보니 너무나 편했다. 규칙만 지키면 됐다. 언젠가부터 일본에 살 집을 짓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는 공장 이전을 포기하면서 집을 지을 일본 지방까지 결정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기업 아닌 중소기업이 공무원을 상대하려면 따라야 하는 룰이 있다. 난 중소기업이지만 그 룰을 못 지키겠다. 나도 돈 주고 할 수 있지만 이 빌어먹을 조그만 양심이 있고 자존심이 있다"고 했다.

동석했던 다른 기업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었지만 이 사장을 말리느라 "그래도 우리 사회는 나아지고 있다" "이제 문제만 없으면 경찰서나 소방서에 돈 안 줘도 괜찮지 않으냐" "중국서 사업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 보면 우리 사회가 희망이 있다"고들 했다.

그러나 국세청 간부 부인의 그림을 세무조사 받는 기업들이 사 주고, 재건축 현장에서 공무원이 돈 받고 문제 해결을 원스톱 서비스한다고 하고, 건설회사들은 문제 해결용 미녀 부대를 운영한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도는 게 우리 사회다. 검사가 기업인 카드로 돈을 물 쓰듯 쓰고, 검찰 수사관 두 명이 2년 동안 한 술집에서만 1억4000만원어치 향응을 받기도 했다.

동석한 기업인 한 사람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규정 위반을 겁내는 사람, 명예를 아끼는 사람은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이런 사회에선 이들이 약자이자 바보다. 선진사회는 이 바보들과 약자들이 이길 수 있는 사회"라고 했다. 그날 모였던 사람들은 "우리 생애에 그런 선진 사회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댓글목록

장학포님의 댓글

장학포 작성일

참으로 기가 막히는군요!아직도 이러한 사회에 우리가 산다니 기가 막힙니다.정치인들?사진찍어 임무완수한  현장시찰이랍니다!!!대통령이 수없이 시장바닥에서 떢뽁이 사먹으며 희희낙낙 해봤자 소용 없지요!

 공무원의 의식개조???, 매번의 정권 교체기마다 양철냄비죠!!!정권은 단명하니 잠시 숨죽이고 지나면 또 네임덕이오고...피할 순간글은 많지요!!

퍼온글 목록

Total 15,279건 481 페이지
퍼온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879 개성공단 北경비병, 월드컵 못 본 까닭은? 현우 2010-07-16 12178 12
878 “진보연대, 北과 내통해 지령 받는다” 현우 2010-07-16 11075 18
877 500만 표는 통곡한다 댓글(1) 오막사리 2010-07-16 9286 22
876 시모토아 엑시구아 -cymothoa exigua 댓글(2) 유현호 2010-07-15 21012 18
875 [성명서] 5.18부상자회는 민주화의 감투를 쓴 깡패… 한글말 2010-07-15 8404 24
874 갈등과 분열의 근원 흐훗 2010-07-15 14649 19
873 '義兵의 고장' 堤川(제천)시민들, 라덴삼촌 2010-07-14 12893 16
872 애국인사 탄압 수단으로 전락한 사법부 라덴삼촌 2010-07-14 11319 11
871 북한 이미 수소폭탄 개발완료?(펌) 댓글(2) 한가인 2010-07-14 12790 2
870 MB, 자유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있나.....? 댓글(1) 라덴삼촌 2010-07-14 10118 9
869 전작권 전환 연기, 군사주권 침해........? 라덴삼촌 2010-07-13 8456 6
868 [김대중 칼럼] 한나라당 '분열' 감상법김대중 고문 댓글(1) 지만원 2010-07-12 9254 11
867 일본 전문가들 "4대강 충격" 솔바람 2010-07-12 11258 14
866 [시론] '범죄 있으나 범인 없는' 안보리 성명을 보고 댓글(1) 지만원 2010-07-12 9870 6
865 사태의 본질은 秘線의 국정농단 지만원 2010-07-12 9800 5
864 . 댓글(1) HiFi 2010-07-12 12811 2
863 내 맘대로가 판치는 세상 라덴삼촌 2010-07-12 7950 6
862 “남침땅굴 6개중 4곳, 서울 정조준” 댓글(4) 현우 2010-07-12 9705 8
861 노예근성과 無法의식-李대통령의 妄言을 분석하면 라덴삼촌 2010-07-11 11088 11
860 북한 핵잠수함 미스테리 라덴삼촌 2010-07-11 12472 14
859 빚 원금 1천700조..당국 대책마련 부심(종합) 지만원 2010-07-11 9643 10
858 5.18단체, 대낮에 테러단체로 나타났다! 현우 2010-07-10 9025 7
857 CIA국장 “남한 내 40개 땅굴 증언 있다” 현우 2010-07-10 8586 10
856 국민의병당 최우원교수님 7.28 보궐선거 <은평을> 출… 댓글(1) 엽기정권 2010-07-10 10241 16
855 나는 이런 나라에서 살 수가 없다. 라덴삼촌 2010-07-10 11631 8
854 '민간사찰'이라.......... 친북좌파도 민간인인가… 라덴삼촌 2010-07-09 10833 11
853 세종시 수정안 부결 - 국토 균형론에 미래 기댈 셈인가 청곡 2010-07-09 9820 3
852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한미, 군사훈련할 권리 있다" 댓글(1) 엽기정권 2010-07-09 11390 6
851 대기업, 中企 인정했다면 한국판 아이패드 진작 나왔을것 새벽달 2010-07-09 9780 6
850 지난 10년 간 대한민국은 '간첩공화국'이었다 새벽달 2010-07-09 9494 15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