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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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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답과오답 작성일20-01-27 22:40 조회2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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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여년 전쯤이다. 나의 개인법률사무소로 고교 동창 부인이 찾아왔었다. 남편이 조그만 가게를 하다가 망해서 배달 일을 했다는 것이다. 남편이 주위 사람들에게 어떤 일을 해결해 주겠다고 돈을 받은 게 사기죄가 되어 구속되고 재판에 회부됐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 그는 부잣집 아들이고 짙고 검은 눈썹에 흰 얼굴의 미남이었다. 우람한 체격에 주먹이 만만치 않게 강해 보이던 친구였다. 가난하고 외톨이였던 나와는 얼굴만 아는 정도라고 할까.
  
  구치소에 있는 그를 찾아가 대충의 내용을 얘기 들었다. 우리들이 나온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재벌 회장도 있었고 정관계 곳곳에 출세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는 인맥을 과시하면서 돈을 받아 챙겼던 것 같았다. 전에 명품을 파는 그의 가게로 한번 간 적이 있었다. 아내 선물을 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노동자가 된 그는 배달하는 무거운 상자를 들고 빌딩을 오르내릴 때면 허리가 부러지는 것 같다고 내게 호소했다. 구치소를 오가며 그를 접견하고 재판에서 그를 변호했다. 그 부부는 현재 가난하다는 이유로 동창인 내가 무료 변론을 해 주는 게 당연하다는 눈치였다. 어느 날 찾아온 그의 부인이 불쑥 내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
  
  “같은 학교를 나왔는데 우리 남편은 왜 이래요? 세상이 너무 불공평해요.”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릴 적 친하게 지내던 동네친구가 와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엄 변호사, 네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보고 우리 집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 당신은 왜 저렇게 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거야.”
  
  그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양옥집에 사는 대학의 학장집 아들이었다. 강남개발이 됐을 때 낙산 판잣집 동네에 살던 우리는 그가 사는 고급 아파트를 보고 눈이 휘둥그래지기도 했다. 그런 그가 보기에 내가 좋은 직업과 사회적 명예와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원망하는 것 같았다.
  
  정말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살아온 건 나 자신이었다. 치열한 입시를 통해 명문이라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바로 느낀 건 변두리적 자의식이었다. 반 전체에서 우리 아버지가 제일 가난하고 지위도 낮았다. 같은 검정 교복을 입었어도 대부분의 부잣집 아이들과 친구가 되지 못했다. 정서도 다르고 환경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자존심으로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지도 않았다. 교실에서 앞뒤로 앉았어도 대화 한번 하지 않았던 경우도 많았다.
  
  중학교 삼학년 때 재벌 회장의 불량한 아들에게 칼에 맞아 심한 상처를 입었었다. 나는 분명 피해자였는데도 똑같이 무기정학을 받았다. 그 재벌회장의 부인은 모든 교사들을 워커힐로 초청해 파티를 열고 돈 봉투를 쥐어주었다. 그 돈을 받은 선생 중의 몇 사람이 내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공평하지 않은 세상을 일찍 본 셈이다.
  
  대학 시절 돈 있거나 아버지의 권력이 있는 집 친구들은 소리소문 없이 병역면제 판정을 받고 군에 가지 않았다. 더러 군에 간 친구들도 백으로 서울이나 후방의 편한 곳에서 근무했다. 나는 눈이 두껍게 덮힌 전방의 철책선 부대에서 남들의 두 배나 되는 기간을 복무했다. 전방의 얼어붙은 산 위의 바라크 막사에서 틈틈이 공부를 계속해서 고시에 합격했다. 소수의 합격자를 뽑던 그 시절 그중에서도 상위 10%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이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늦게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아예 나를 채용하지 않겠다고 거부했다. 밝히기 싫은 터무니없는 이유였다. 정말 불공평한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개인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변호사를 하면서 매일같이 불공평 속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사건을 대하고 불공평의 미세먼지로 가득찬 공기 속에서 살았다. 사람들마다 내게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해요? 법이 왜 이래요?라고 따지고 들었다. 그런 날이면 밤에 책상 앞에 앉아 이렇게 기도했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불공평하며 앞으로도 공정해지지 않을 것을 압니다. 이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해 주시기를 빕니다. 그래야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것입니다.’

 

조갑토 : 변호사 엄상익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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