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에 크게 뒤지고 있지만, 오는 11월 3일 선거에선 4년 전 보다 훨씬 더 큰 표(票) 차이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한 2016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 모습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한 2016년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현장 모습

 
'11·3 미국 대통령 선거' D-100일(이달 26일)을 앞두고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가 내린 진단이다.
연세대 졸업 후 미국 텍사스대에서 정치학박사학위(논문 제목은 '유교적 국제정치 질서하에서의 전쟁에 관한 연구')를 받은 이 대표는 세종연구소·한국경제연구원을 거쳐 자유기업원 부원장 등을 지낸 현실주의 정치학자이다.

3년 전부터 유튜브 방송 '이춘근 TV'를 운영하며 28만명의 정기 구독자들과 매주 2회씩 소통하고 있는 그는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국내 전문가들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트럼프 후보의 당선을 공개적으로 예상·적중시킨 인물이다.

어떤 근거에서 4년이 지난 올해도 트럼프의 성공을 점치는 걸까. 이달 23일 서울 시내에서 이춘근 대표를 만났다.
 
"조지 부시는 8월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뒤졌지만 승리"
-미국 언론·여론조사회사는 물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7월10일자) 조차 트럼프의 재선 성공 확률을 10% 정도로 예상했는데.
"여론조사가  대선 결과와 일치하진 않는 것은 4년 전에 경험했다. 공화당이 백악관을 8년째 장악 중이던 1988년 8월 여론조사에서,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민주당)는 조지 부시 후보(공화당) 보다 20% 포인트 정도 앞섰다. 그러나 대선에선 듀카키스가 부시에게  참패했다."
 

이춘근 박사는 이달 23일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대선 전략이나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공화, 민주당을 포함한 초당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근 박사는 이달 23일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대선 전략이나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공화, 민주당을 포함한 초당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재선 성공을 확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다섯가지다.먼저  맞상대인 바이든 후보가 너무 약체이다. 4년 전 힐리러는 예비 후보때부터 압도적 1위였다. 그러나 바이든은 샌더스에게도 뒤지다가  간신히 이겼다. 당내 신뢰도와 지지 기반이 힐러리 보다 못한데다 고령(高齡)인 점도 부담이다.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재임 기간  중 만 80세가 넘는다. 바이든에겐 기억력 상실증, 치매 같은 건강 문제도 있다. 오는 9~10월 세차례 TV토론은 바이든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의 단점이 트럼프의 강점과 분명하게 대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강력하고 건강한 대통령을  원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해 '사건'을 만들어서라도 지지율을 높일 수 있다."
 
-트럼프에 대해 한국 보수층에서는 '믿지 못할 사람' '자기 이익만 챙기는 장사꾼' 같은 반감(反感)과 부정적 평가가 많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보는가?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같은 미국 주류 매체의 정보와 논리, 시각에 빠져있어서다. 이들 세 매체는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중도(中道)도 아닌 좌파(리버럴)로 분류된다. CNN의 시청률은 1위인 폭스(Fox)뉴스TV의 절반에 못 미치고, 뉴욕타임스의  평일 신문 발행부수는 60만부를 밑돈다. 그런데도 한국의 상당수 지식인들은 이를 따른다. 한 조사를 보니 미국 미디어 시장에서  라디오방송들을 제외한 약 92%가 반(反)트럼프 성향이더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미치광이 전법' 구사하는 전략가이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인기는 어떻게 가능한가?
"1억6000만명에  달하는 기독교 백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게 크다. 이 가운데 열성적인 복음주의 기독교 신자(일명  에반젤리컬·evangelical) 중 81%가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최근에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후 연쇄  시위 사태로 생긴 사회 혼란을 우려한 백인 민주당 지지자들까지 트럼프 지지로 옮겨가고 있다. 공화당이 '리퍼블리컨 워커스  파티(Republican Workers' Party)'로 불릴 정도로 근로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과 세금 인하에 앞장선 것도 득표  요인이다. 이로 인해 전통적으로 민주당 세력이던 중하층 백인 근로자들과 흑인 일부도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
 
-트럼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는 '전략가'인가, 아니면 '과대망상 정신병자'인가?
"거짓말을  남발하는 정치꾼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나는 트럼프는 '큰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전략가라고 본다. 실제로 트럼프는  '성경(聖經)'에 이어 자신의 인생을 바꾼 두번째 책이자 추천도서로 '손자병법'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일관되게 제시한다.  그는 자신의 첫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내가 하는 말을 상대방이 못알아 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심히 보면 그는  '미치광이 전법(madman's strategy)의 귀재이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중국 총영사관에서 이달 21일 직원들이 서류를 불태우다가 화재가 발생, 총영사관을 향해 미국 소방대가 출동한 모습. 그러나 중국측의 거부로 소방대는 영사관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소재 중국 총영사관에서 이달 21일 직원들이 서류를 불태우다가 화재가 발생, 총영사관을 향해 미국 소방대가 출동한 모습. 그러나 중국측의 거부로 소방대는 영사관 내부로 진입하지 못했다.


 
"바이든 진영도 '더 거칠게 중국 다룰 것'이라고 공언해"
 
-중국의 대미 수출품 500억달러에 대한 25% 관세 부과 발표(2018년 7월)로 점화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어떻게 보는가.
"2018년  10월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연구소 연설을 계기로 미국이 중국을 적국(敵國)으로 간주하고 체계적으로 가하는 공세의 일환이다.  일시적인 대선 전략이나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게 아니다. 미국 조야의 강력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다는 게 과거와 다르다."
 
이춘근 대표는 "바이든 후보의 외교 담당 핵심 참모인앤토니 블린켄(Blinken) 조차 '우리가 집권하면 (트럼프 보다) 더 거칠게 중국을 다룰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들어 미국 연방 의회는 '대만'(3월), '위구르'(6월), '홍콩'(7월) 관련 법들을 연이어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해 세 법안이 모두 발효(發效)됐다.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봉쇄망이 법적으로 완성된 것이다.
중국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가 일상화되는 가운데, 이달 21일에는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에 대한 '72시간 내 폐쇄' 명령까지 내렸다. 중국을 손보겠다는 미국의 '결연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미·중 관계가 이렇게 악화된 근본 원인은?
"중국에  있다. 2001년 중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고도 성장을 했다. 경제 성장에 비례해 중국내  자유·인권·민주 확대를 미국은 기대했으나, 중국은 정반대로 인권 탄압과 디지털 전체주의, 미국에 대한 패권 도전으로 치달았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기술력을 추월하기 위해 무지막지한 사이버 해킹, 내부자 포섭을 통한 첨단 기술 도둑질과 스파이 활동을 자행해  미국을 강하게 자극했다."
 

미국 연방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레이(Wray) 미국 FBI 국장.
미국 연방의회에서 증언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레이(Wray) 미국 FBI 국장.

 
"시진핑 총서기 퇴진할 때까지 美의 '중국 때리기' 계속될 것"
-중국의 대미 산업 스파이 행위는 어느 정도인가?
"이번달  7일 허드슨연구소 주최 간담회에서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중국에 대해 '우리나라(미국)의 정보 및 지적(知的) 재산,  경제적 활력에 대한 가장 큰 장기적 위협'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중국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산 갈취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5000여건의 FBI 방첩 사건 중 절반 가량이 중국과 관련 있고, 10시간 마다 중국 관련 조사를  개시하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는 공개석상에서 한 말 보다 훨씬 심각할 것이다."
 
-'중국 때리기'의 목표는 무엇인가. 언제 어떻게 결말날 것으로 보는가.
"중국  경제가 몰락하고, 공산당이 붕괴해야 끝날 것이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정조준하고 있다.  최소한 시진핑 총서기가 물러나고 개방적이고 자유·인권 친화적인 지도자가 들어설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중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미국은  남지나해 등에 항공모함 전단을 포함한 전력(戰力)을 집중 증강배치하고 있다. 중국도 이에 물러설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두 나라가 으르렁거리는 수준을 넘어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은 상존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이 중국의 어느 섬이나  군사기지를 폭격하는 수준의 충돌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호
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 산둥호

 
-중국이 미국에 맞서 싸울 수 있지 않나?
"중국의 국방력은 과거 소련보다 훨씬 약하다. 일례로 중국에는 미국 수준의 핵 억제력을 갖춘 전략 핵 잠수함이 없다. 중국 군사력은 미국에 맞장서 싸울 실력이 안되며, 중국의 굴복은 시간 문제이다."
 
"미·중을 오가다가 양쪽 모두로부터 얻어 터진다"
-경제적 측면은 어떤가.
"중국 경제는 미국이란 '생명줄'에 의존해 생존·성장해왔다. 미국이 세계 생산·공급망에서 중국을 떼어 버리고 '디커플링(de-coupling)'이 확실해지는 순간, 중국 경제는 활력을 잃을 것이다."
 
이춘근 대표는 '미중 패권 경쟁과 한국의 전략'(2016년) 단행본에 이어 올 5월 600쪽 분량의 '전쟁과 국제정치'라는 연구서적을 냈다.
 
-이런 구도에서 한국의 선택은?
"전  세계에서 한국은 딱 한 나라만을 동맹국으로 두고 있는데, 그 나라가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 편에 서는 게 당연하다. 그렇지 않고  미·중을 오가다가는 양쪽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얻어터질 것이다. 미·중 가운데 우리가 '주체적으로 선택'하려면 먼저 한·미 동맹을  폐기해야 한다. 그러는 순간 한국경제가 붕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