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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 평화를 추구하라, 그러면 통일은 스스로 올 것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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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4:25 조회7,2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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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추구하라, 그러면 통일은 스스로 올 것이다(3)

나는 ‘평화 통일’이라는 말을 ‘평화’와 ‘통일’이라는 두개의 낱말로 분리하고자 한다. 이는 나의 사전에는 ‘한반도 평화통일’이라는 말을 삭제하고 그 대신 ‘평화’와 ‘통일’이라는 두 개의 단어를 첨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매우 중요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화’를 먼저 추구하면, ‘통일’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가오지만. ‘통일’을 먼저 추구하면 ‘평화’가 깨진다는 사실인 것이다.

통일에 대한 목소리가 북한에서 높게 일 때마다 남한이 얼마나 긴장했는가. 남한에서 높게 일 때마다  또 북한이 얼마나 긴장했겠는가. 통일에 대한 열망이 높으면 높을수록 한반도에 긴장만 고조된다. 바로 이것이 통일이 평화를 깨고 있는 모습이다. 통일은 곧 긴장인 것이다.

‘평화 통일’이라는 말은 왜 삭제돼야 하는가. 첫째, 정쟁에만 익숙해 온 남북한 정권들이 평화적으로 정치적 통합을 협상해 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남북한 정치인들이 인위적으로 통합 정부를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남북한은 전쟁까지도 불사할 만큼 긴장이 고조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주도돼 왔던 무시무시한 숙청과, 지금 남한에서 회오리 치고 있는 정치보복 현상들을 보고 누가 누구를 신뢰하겠는가.

정치적 통일은 평화 공존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이는 인위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공존이라는 머나먼 여정을 거치는 동안 세월과 하늘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얻어질 수 있는 통일이다. 정치적 통일을 인위적으로 이뤄내려 한다면 김일성이 예언한 대로 남북한은 전쟁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어차피 통일이라는 것이 머나먼 훗날에나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그 동안 절대자로부터 부여받은 단 한번의 짧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통일이라는 말은 매우 이상한 말이다. 상대방에게 말할 때에는 즐거워도 상대방으로부터 들을때에는 언짢은 말이다. 이는 통일이 쌍방개념이 아니라 일방 개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통일이 주는 열매를 어느 한쪽만이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통일은 곧 욕심이다.

‘평화체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통일이 전제된 평화 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통일이 전제되지 않은 평화 체제’이다. 즉 하나는 ‘욕심 있는 평화 체제’이고 다른 하나는 ‘욕심 없는 평화 체제’인 것이다. 우리는 이제까지 ‘통일이 전제된 평화 체제’만을 생각해 왔다. 교류 협력도, 경제지원도 모두가 다 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평화 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그 어떤 제안도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오직 ‘욕심이 전제되지 않은 제안’들 뿐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들 머릿속에서 제거하지 못하는 가장 큰 고정 관념이다.거짓말로라도 통일이라는 말을 끼워 넣어야 애국자고, 끼워 넣지 않으면 매국노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이들이 오늘의 우리가 아닌가.

‘김대중의 3단계 통일론’ 제1단계는 ‘연합 단계’이다. 연합이란 무엇인가. 연합은 두 개 이상 독립 국가간의 협력체이다. 먼저 남북한이라는 두 개의 국가가 독립적 지위를 확보해야 남북한 연합체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유엔에는 남북한이 별개의 독립 국가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남북한 당사국들은 아직도 서로를 독립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어떻게 해야 남북한 당사국이 서로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것인가. 남북한이 각각 성명을 발표한다 해서 서로가 서로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믿을 수 있는 ‘시스템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바로 두 개의 시스템적 변화인 것이다. 하나는 국경선 시스템이다. 현재의 휴전선을 미국과 캐나다를 가르는 국경선처럼 남북한 공화국을 가르는 국경선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군축 시스템이다. 연합체까지 구성해서 공존 공영하겠다는 두 개의 나라가 지금처럼 막강한 군사력을 휴전선에 배치하고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통일이라는 욕심을 버린다면 남북한 간에 군사적 긴장이 있을 필요도 없어진다. 통일이라는 욕심이 없어지면 간첩이라는 개념도 없어진다. 미국을 방문하는 캐나다 국민은 간첩이 아니다. 남북한이 두 개의 독립국가로 갈라서 보라. 상대방의 통일 의지에 대해 겁낼 필요가 없을 만큼 군사적 긴장을 해소시켜 보라. 남한을 방문한 모든 북한 주민은 동포요 형제일 뿐, 더 이상 간첩이 아닌 것이다.

만일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그리고 유럽 각국들 사이에 통일 문제가 개입돼 있다면 그들도 남한처럼 긴장 속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만일 남한고 북한 사이에 통일 문제가 없다면 한반도에도 저들 나라들처럼 자유롭고 행복한 삶이 보장 될 것이다. 유럽 땅에 그 많은 국경선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모두 통일된 대륙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국경선을 만드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하지만, 국경선을 허무는 일은 세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동안 그 국경선은 우리도 모르게 어느 날 갑자기 지워져 있게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은 1991년 12월에 합의된 ‘남북 기본 합의서’ 즉 ‘화해 불가침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사 통일 문제를 접근해 가는 데 있어 하나의 바이블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 기본 합의서대로만 하면 될 텐데 왜 남북한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이 기본 합의서를 도저히 이행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다는데 있다.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는 합의서는 더 이상 남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바이블이 아니다. 북한이 바라는 군축과 정치적 틀은 없고, 그 대신 북한이 싫어하는 개방만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한은 왜 그 기본 합의서에 서명을 했는가. 그 당시 핵문제 때문에 국제적으로 나빠져 가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남북 기본 합의서’에는 지금의 대결 구도를 평화 구도로 바꿀 만한 아무런 매력점이 없다. 선이 가늘고 매너리즘과 커닝 정신이 들어 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이 마음을 크게 쓰면 상대방 마음도 커진다. 반면 어느 한쪽이 마음을 잘게 쓰면 상대방의 마음도 잘아진다. 이제까지 남북한은 이렇듯 잔머리 굴리기에만 열중해 왔다. 현 정부의 통일 방안도, 남북 기본 합의서도 모두 다 이 잔 계산의 산물일 뿐이다.

기업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교훈이 있다. ‘이윤을 추구하지 말고 개선을 추구하라. 그러면 이윤은 스스로 창조될 것이다’. 이 교훈은 통일의 경우에도 적용된다.‘통일을 추구하지 말고 평화를 추구하라. 그러면 통일은 스스로 찾아올 것이다’.

평화는 ‘사람’이 이룩하고, 통일은 하늘과 세월에 맡겨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통일이 전제되지 않은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통일이라는 욕심이 배제된 평화 체제 속에서 남북한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하다 보면, 통일은 우리도 놀랄 만큼 빨리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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