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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 의료 분쟁은 정부 IQ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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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20:50 조회8,1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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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쟁은 정부 IQ의 거울

  


의료 분쟁을 보고 있으면 정부에 지능 자체가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 지금은 고객제일 시대요 팀워크 시대다. 환자는 왕이다. 의사, 간호사, 약사가 하나의 팀으로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를 침대에 누워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환자를 눈먼 왕으로 취급하면서 학대하고 있다. 의료비를 올리고, 약국을 찾아 거리를 헤매게 만들고, 약을 사러 다니는 동안 환자의 생명을 잃게 한다. 의사가 일어서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일어서야 한다.

의약분업은 선진국을 지향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식의 분업은 그 어느 선진국에도 있을 수 없는 분업이며, 시대에 역행한다. 미국에서는 환자를 간호원이 돌본다. 한국식 보호자는 없다.

영어를 못해서 미국간호사와 말이 통하지 않는 어린 자식을 수술시켜 놓고서도 한국의 부모는 환자의 시중을 들 수 없다. 환자는 누워서 진료도 받고,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음식도 먹는다. 보호자는 절대로 병원에 음식을 가져갈 수 없고, 밖에서 가져온 음식을 먹일 수도 없다. 단지 정해져 있는 짧은 면회시간에 얼굴만 볼 수 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떤가? 병원은 보호자들로 북적거리고 청결과 위생이 말이 아니다. 병원이 병균 배양소라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중환자실에 가보면 보호자들이 교대를 하면서 24시간 보초를 서야 한다. 밤이면 좁은 대기실에서 낯선 남녀 보호자들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콧김을 마주 쐬고 다리를 얹기도 하면서 고단한 새우잠을 자야 한다. 병원을 보면 "선진국 좋아하네!"소리가 절로 난다.

보호자 없는 노인, 보호자 없는 아이가 입원을 했다고 하자.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에 행여병자가 수용됐다고 하자. 의사는 처방전만 써주고 약은 밖에 가서 사라면 누가 약을 사러 병원과 약국 사이를 오갈 것인가? 간호사는 간호보다 약을 사러 다니는 심부름꾼이 되지 않을까? 정부는 선진국을 지향하겠다고 한다. 보호자에게 간호업무를 맡기고, 보호자 더러 약방에 가서 주사약과 먹는 약을 사오라는 선진국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의약분업으로 인해 약사들은 이익을 보는가? 돈 많은 약국, 로비력이 뛰어난 약국, 약삭바른 약국만 살아 남는다. 큰 병원에 먼저 접근해서 병원 옆에 대형 약국을 차려놓을 수 있는 부자 약국, 로비력이 있는 약국은 살아남겠지만 동네 약국은 문을 닫아야 한다.

수많은 군소 병원, 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제게 처방 목록을 주십시오", "환자들을 제게 보내 주십시요"하고 로비를 해야 한다. 결국 약국은 병원에 목을 매고 살아야 한다. 대수의 병의원을 자기편으로 유치할 수 있는 약국만 살고 나머지는 문을 닫아야 한다.

동네 약국에 가봐야 처방전대로 약을 지을 수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보호자들은 처음부터 찾지를 않을 것이다. 보호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이 약국 저 약국을 헤매고 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병원은 "어느 약국으로 가세요"라고 말해줘야 한다. 이는 단합이요 위법이다.

가장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도 병원마다 약국이 있다. 외래환자에게도 약을 주고 입원환자에게도 약을 준다. 환자는 누워서 간호사가 먹여주는 약만 먹으면 된다. 단지 같은 약을 장기로 복용해야 하는 외래 환자에게 기간을 정해주고 처방전대로 동네 약국에 가서 약을 사라고 할뿐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다음 날짜를 예약해 준다. 때로는 한 달 후의 날짜를 예약한다. 그 동안에는 편하게 동네 약국에서 처방전대로 약을 사 먹으라고 한다. 병원을 자주 찾으면, 공연히 의사의 시간만 빼앗고, 환자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의약분업이란 말인가? 환자의 생명은 시간의 함수다. 겨우 약국의 이익을 보호해주려고 보호자들이 이 약국, 저 약국을 돌아다니며 환자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고생하고, 국민생산성 향상을 위해 투입돼야 할 시간을 낭비하도록 만드는 게 도대체 제정신으로 하는 일인가? 정부가 이익단체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얼마나 빨리 환자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환자의 생명을 건질 수 있는가를 연구하기 위해 300마리의 양에 포격을 가했다. 부상 부위별로 양이 얼마나 생명을 지속하는가를 연구했다. 그래서 198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서는 "현장의사"라는 새로운 의사를 양성했다.

그는 현장에 가장 빠른 수단으로 이동해 간다. 이동간 진료를 하고 병원을 지정해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수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명령한다.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겨우 한다는 게 보호자로 하여금 이 약국, 저 약국을 헤매게 하면서 환자의 생명을 잃게 하는 것이란 말인가?

의료 수단은 환자를 위해 팀워크로 "통합"돼야 한다. 이것이 의료 경영의 진수다. 이런 시기에 의사와 약사를 "분리"시키려는 발상이 어떻게 해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몇 분 동안만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는 방안을 놓고 대통령이 나서서 "밀어붙여라"고 호령한다. 국가가 국가답지도 않지만 당장 급한고 답답한 것은 환자들뿐이다. 한국에서는 아플 권리가 없는 것이다.

2000.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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