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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영 | 선진국 되려면 "국가경영 엔진"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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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09-11-27 12:33 조회5,4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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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선구자(?)들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생긴 나라가 선진국인지, 어떻게 해야 그렇게 생긴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그들의 견해들을 보면 극히 싱겁고 관념적이다.  대통령이라는 리더가 되려면 국민에게 새로운 가치(value)를 제시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이런 가치를 제시해온 대통령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정도에 불과하다

"저는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런 말은 선동구호이지 가치는 아니다. 그래서 그 실천 방법도 구체성이 없고 애매모호하다. 그러나 "저는 이 나라를 시스템국가로 건설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래 맞아, 우리도 지금처럼 무질서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살 것이 아니라 선진국처럼 시스템이 근사하게 가꾸어진 사회를 만들어 놓고 질서있고 품위 있게 살아야 해"  이렇게 반응할 것이다.

하드웨어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스펙(사향)이 필요하듯이 국가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에도 스펙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우리나라에 필요한 시스템들의 스펙은 대체로 1)반공 2)효율) 3)정의 4) 품위 5)품질, 6)신용 7)논리 등이 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시스템을 만들든 그 시스템이 기동되면 최소한 위 7개 요소들이 다 만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시스템 황무지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부터 장만해야 할 시스템 세간들이 너무 많다. 곳곳에 시스템들을 새로 만들자면 시스템설계 인력이 대단히 많이 필요하다. 박정희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외국에 나가 있는 두뇌들을 대거 초청해다가 수십개의 KIST를 만들고 기존의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운영개념을 바꿔야 한다. 이들이 수많은 시스템을 만들면 기득권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도 동시에 개혁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를 해마다 퇴화돼가는 공무원들의 두뇌로 경영해 왔다. 그런데 미국 등 선진국들은 해마다 진화해가는 공무원들의 두뇌로 경영하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날이 갈수록 시스템적으로 진화하는 공무원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터치하지 않고 막연히 "우리도 선진국이 되자"고 외치는 것은 이불속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미국의 진화형 국가경영 시스템

미국의 행정부처 ‘과’ 단위에는 공무원이 3-4명 정도 보직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15-20명이나 된다. 3-4명의 공무원이 어떻게 그 엄청난 사회를 꾸려갈까. 그들에겐 공무원 수가 적은 대신 과제비가 주어져 있다. 워싱턴 D.C의 순환도로 주변에는 700여 개의 사설연구소들이 있다. 이들은 [순환도로의 산적](belt-way bandits)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정부 돈을 과제비로 타내간다. 이들 사설연구소들은 1급비밀을 취급한다. 정교한 비밀자료들은 국방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들 사설 연구소들에 있다. 연구소에 애국이 있고 연구소에 전통이 있는 것이다.

미국 사설연구소 사람들은 대학교수들에 비해 비교적 아이디어가 빠른 사람들이다. 이들은 대학교수들보다 30-40% 더 높은 보수를 받는다. 그 대신 직업에 안전성이 전혀 없다. 중진급 연구위원들이 과제를 사냥해오면 연구소 내에는 내부 인력시장(internal market)이 형성된다. 각 중진 연구위원들이 연구원들을 사냥한다.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연구원들은 연구소를 떠나야 한다.

미국 공무원들은 하나의 과제에 대해 두개 연구소에 과제를 준다. 과제를 주고난 후 이들은 매주 사설연구소 사람들과 토의시간을 갖는다. 하루에 4-5시간씩 토의를 한다. 이러한 생활을 오래하면 할수록 공무원들의 두뇌는 점점 더 향상된다. 그래서 미국 공무원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환영을 받는다. 결국 미국사회는 두뇌집단과 진화해 가는 공무원들이 만든 제도와 정책에 의해 경영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한국의 퇴화형 국가경영 시스템

반면 우리 공무원들은 어떤가. 보안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정책을 그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정부출연연구소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이들을 관용조직으로 퇴화시켜 버린다. 1년이 지나면 과제가 완료된다. 과제결과를 브리핑 받을 때에도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요점만 말해달라 한다. 한국 공무원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것 같다. 바쁜 만큼 국가가 발전했다면 한국은 세계 최고의 나라가 됐을 것이다.

이들은 눈치와 절차와 형식을 가지고 매일 매일을 보낸다. 현장중심의 분임토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 개인적으로 피나는 자기발전 노력을 하지 않는 한 공무원들의 두뇌는 시간이 갈수록 퇴화된다. 이들이 사회에 나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자업자득인 셈이다. ‘진화형’ 미국공무원과 ‘퇴화형’ 한국공무원이 협상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으면 누구의 이익이 반영되겠는가.

한국사회는 점점 더 규모가 커지고 구조가 복잡해져 간다. 이러한 사회를 퇴화돼 가는 공무원의 두뇌로 만든 제도와 정책을 가지고 움직이니 어찌 문제가 없겠는가. 여기에 아전인수식 제도와 정책이 대량으로 만들어 진다. 집안에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건교부 공무원은 땅값이 올라가도록 제도와 정책을 만들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제도와 정책을 계속해서 공무원 손에 맡길 것이냐, 아니면 두뇌집단에 맡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의 ‘진화형 국가경영 시스템’을 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공무원 수를 30-50% 단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 현정부가 만들어 놓은 모든 자리는 자동으로 폐쇄하고, 신규채용부터 정지시켜야 한다.

둘째, 정부부처마다 가지고 있는 모든 관제 연구소를 사설화 시켜 놓고 과제수행 능력으로  경쟁시켜야 한다.

셋째, 국가예산의 2% 이상을 풀어 과제비로 할당함으로써 많은 사설연구소를 유치해야 한다.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방법도 선진화돼야 한다. 한국의 행정은 감사원이 퇴화시켜왔다. 행정의 질은 감사원의 두뇌만큼만 발전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사설연구소를 양성할 수 있을까. 정부가 "앞으로 2년 후부터 정부예산의 2%를 무조건 사설연구소에 과제비로 할당하겠다"고 공표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해외에 나가있는 우리 두뇌들이 대거 귀국해서 사설연구소를 차릴 것이다. 우리는 우리 돈으로 양성한 두뇌들의 대부분을 미국에 바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불필요한 공무원만 대량으로 고용하고 정작 두뇌들은 실직자로 방치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회인 것이다. 이러한 일을 얼마나 더 계속할 것인가.


2009.11.27.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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