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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 유능한 경영자는 문화부터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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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5:05 조회7,74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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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다 하더라도 관료적 관행에 부딪히다 보면 의욕은 상실된다. 시간이 급한데 경리과장이 없다는 이유로 돈을 즉시 지급해 주지 않아도 의욕은 상실된다. 근로자가 직장에서 인간답게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작업환경이 향상되어야 한다. 최고 경영자가 근로자의 작업환경에 관심이 없으면 그들은 근로시간만 때운다. 열심히 일한 결과가 자신들에게 반대급부로 돌아온다는 확신이 없어도 그들은 시간만 때운다. 이러한 확신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에 의해 심어질 수 있는 것이다.


품질 관리란 ‘사고의 혁명’(thought revolution)을 의미한다. 작업 절차에 따라 반복적인 노동력을 투입한다고 해서 품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품질은 ‘생각하는 장인 정신’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마치 두 사람의 미술가가 똑같은 사과를 놓고도 각기 다른 그림을 그리듯이 같은 재료, 같은 기계, 같은 공정에 따라 같은 제품을 생산해도 일본인과 미국인이 생산하는 제품의 질은 다르다. 그것은 사고능력과 인간기술의 차이다. 근로자들의 마음속에 불만이 있는 한 장인정신이 싹틀 수 없으며, 장인정신 없이는 품질 향상이나 생산성 향상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장인 정신은 기업 문화라는 토양에 따라 자라나는 것이다.


문화는 마음들의 집합체다. 사람들의 마음이 개발되면 문화도 개발된다. 들꽃처럼 씨를 뿌리고 가꾸지 않아도 자생하는 문화가 있는가 하면, 구성원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창조하고 가꾸어야 자라나는 문화도 있다. 이름 없는 들꽃이 자연미가 있다고 해서 가꾸지 않은 문화가 더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문화를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한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유능한 경영자는 직장 문화를 단 며칠 사이에도 바꿀 수 있으며, 유능한 정치가는 사회 문화를 단기간 내에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품질문화가 곧 한국의 품질문화로 전환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의 품질문화에서 교훈을 얻어 낼 수는 있다. 그들의 문화는 몇 가지 이론과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은 합리성과 시스템과 인본주의로 대표될 수 있다. 우리의 문화는 이제까지 방목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창조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이 틀리다 해서 이들 세 가지 기본 요소를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적 품질문화는 일본이 닦아놓은 기초이론을 얼마나 잘 소화하고 한국적 상황에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훌륭해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토요다에는 토요다 문화와 시스템이 있고, 혼다에는 혼다의 것이 따로 있다. 이 두 개의 회사는 일본 품질이론의 신봉자들이 경영하고 있다. 토요다 이론과 혼다 이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이론은 국제 공용어다. 단지 응용 방법에 따라 회사 단위마다 시스템과 문화가 다를 뿐이다. 한국적 응용 방법은 있을 수 있어도 한국적 이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미국의 이론으로 품질 일등국이 되었다. 같은 이론이라 해도 응용하는 데에 일본인은 미국인보다 앞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지금 일본으로부터 그 응용 능력을 다시 배우고 있다.


한국적 품질 문화가 어떤 객관적 성과를 이루어 낼 때에 비로소 세계의 분석가들은 한국의 품질 문화를 분석하게 될 것이며, 이로부터 발췌된 교훈은 한국적 경영 이론으로 모델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론의 핵심이 ‘신바람’이라고 한다면 세계인들은 처음부터 일고의 가치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인들의 품질 관리 시스템 중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점은 극히 소수의 품질 관리 전문가를 가지고 모든 사원을 품질 관리 요원으로 훈련시킨다는 점이다. 납품돼 오는 모든 소재와 부품이 완전무결하고 조립 업체의 모든 공정 하나하나에서 무하자 공정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검사 요원은 불필요한 것이다. 작업자가 품질관리 요원이 되지 않는 한, 아무리 많은 검사 요원이 있다 해도 별도의 검사 요원이 공정 하나하나를 검사해서 무하자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 공정에서 일하는 근로자 자신들로 하여금 스스로 무하자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이들의 능력을 계발시켜야 한다. 이러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현실적으로 무하자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분임조 토의(QCC)는 근로자로 하여금 그들의 작업 방법을 스스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는 데 매우 훌륭한 수단이다. 분임조 토의를 실시해 보지 않은 한국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임조 토의를 제대로 해서 근로자의 열성과 창의력을 유도해 본 업체는 별로 없다. 일본의 품질 관리는 근로자로 하여금 스스로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히 소수의 전문 요원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미국의 품질 관리는 별도의 품질 관리 요원들이 직접 관장하기 때문에 일본에 비해 많은 인원을 가지고도 성과는 극히 저조하다.


미국 품질 검사 요원 수는 전체 공장 근로자 수의 15%나 차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오직 1~3%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업체들에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준다. 그러나 한국 정부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교훈을 준다. 우리나라 공무원 수도 일본의 품질 관리 요원처럼 소수 정예 화돼야 한다는 뜻이다. 공무원들은 모든 문제를 그들의 적은 손만 가지고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그들의 힘보다 수백만 배나 되는 국민의 힘을 이용하여 사회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일본 품질 관리 시스템에서 두 번째로 배워야 할 점은 최고 경영자 자신이 일선에 나서서 품질 문화를 주도한다는 것이다. 최고 경영자가 품질 향상에 최고의 가치를 부여하면 모든 사원은 자기를 사장의 입장에 세워 소신을 가지고 스스로 진취성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사원들에게 ‘주인 의식’을 가져 달라고 외치기 전에 한국 경영자들은 손수 손을 걷고 ‘품질 전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영관리자들은 앉아서 창의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일어서 다니면서 창의력을 격려해 왔다. 관리자는 높은 체하는 게 아니라 근로자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으로 개념화돼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체 간부나 과장급 이상의 공무원은 그들의 업무를 시스템 화시켜 권한을 하부에 위임하고, 그들은 현장에 나서서 창의성을 격려해야 할 것이다.


일본 품질 관리로부터 세 번째로 배워야 할 점은 성선설에 입각하여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근로자 각자가 해야 할 업무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작업 절차를 표준화하고 이를 미리 숙달시켜 줘야 한다는 점이다. 근로자 각자가 자기의 업무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그것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확실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때에 비로소 무하자 제품도 만들어 낼 수 있고 개선 방안도 창안해 낼 수 있다.


이러한 절차 없이 근로자에게 “열심히 해 주시오. 당신들만 믿소”하면서 회식을 시켜 주고 보너스를 푼다면 이는 품질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돈과 호기만으로는 최고 경영자가 될 수 없다.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자신감을 부여해 주고 이들에게 인격적으로 권한을 위임해 준다는 것은 금전적 보상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없는 창의력과 생산성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 업무를 하부 직원에게 위임할 줄 모르는 간부가 많다. 자기가 자리를 비우면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간부도 많다. 이들은 시스템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으로 때우고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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