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아군이야? 적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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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케이 작성일10-04-08 08:41 조회2,085회 댓글3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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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8월이네요. 벌써 아득히 오래된 옛일이지만 그때 저는 홍천의 한 육군 내부반에서 더블백을 깔고 앉아 있었습니다.
시선을 앞 침상에 고정하고 바로 앉아 두주먹을 꼭 쥐고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상태로 누가 지나가다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이병 ***”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며칠 후에 제가 훈련소에서 지급받은 전투복에 드디어 다림질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각잡기였지요.
통상 이등병의 전투복은 고참이 다려줍니다. 이유가 뭔지 아세요? 이등병이 다리면 각이 안나오거든요. 그때 상병 고참이 제게 이야기했습니다. “군인은 자세야! 자세가 나와야해.”
해병대가 전투복 바지에 링을 달고 척척 소리내면서 걷는 것도 다 자세입니다.
왜 자세가 나와야 합니까? 그것은 간단합니다. 자세가 바로 사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군인은 그 목적이 영토를 수호하고 적국의 침입을 격퇴하여 국민의 안녕을 지키는 것이 임무이고 이를 위해선 그 죽음도 각오해야합니다.
단순하게 일정한 나이가 되면 한번씩 MT가듯이 혹은 장기연수 가듯이 다녀오는 곳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적국에 맞서기 위해선 권투할 때 게임 시작 전에 상대방을 째리며 노려보듯이 기가 살아야 하고 기선을 제압해야합니다.
설령 전투에서 패배를 한 경우라도 전쟁에선 이겨야합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전투에 패배한 군인들 혹은 전투에서 다쳐서 후송된 군인들이라도 언론에 나올 때는 정복을 입히고, 뒤에 성조기를 달아놓고 다음번 전투를 위해 자세를 잡고 기를 살려줍니다.
저는 어제 TV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수많은 대한민국 군인들과 국민들과 해외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장은 눈물을 훔치고, 수병들은 환자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서 살기위해 기를 쓰고 발버둥쳐 나왔다는 진술을 하는 것이 생생하게 중계가 되는 것을 보고 저마저도 기가 죽었습니다.
만약 제가 관련 행사를 기획한 지휘관이었다면,
뒤에 대형태극기 걸어놓고, 모든 수병들 정복입히고 모자 쓰게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병만 빼고 정자세로 바로 세우고 함장은 맨 앞에 전투복 차림으로 나와서 인터뷰 전에 먼저, “차렷, 국민들을 향하여 경례!” 하고 나서 순국장병을 위한 묵념한 다음에 또박또박 복수심에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당장이라도 사고원인이 밝혀지면 동료전우의 죽음을 앙갚음 하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달려 나갈듯한 자세로 인터뷰하게 만들겠습니다.
그렇다고 앙갚음을 하거나 무자비한 무력보복을 사적으로라도 하란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군인은 자세입니다. 군인들 뒤엔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이 있고, 우리 국민들 앞에는 군인들이 있어야 합니다.
환자복입고 앉아서 눈물을 훔치는 멍한 표정의 군인들은 더 이상 군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포한 적군들인줄 알았습니다.
댓글목록
박병장님의 댓글
박병장 작성일
이 나라 군이 어쩌다 이꼴이 되었는지 .. 눈물이 납니다.
좌파 숙주와 좌파 15년, 중도 수년에 이런 믿지못할 꼬라지가 되었습니다.
침몰원인 합동조사위를 구성 하는데 민간인을 위원장으로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민군 공동위원장 운운 하는 말이 나오더군요.
사람 환장할 일입니다.
군이 민간인위원장 꽁무니를 졸졸 따라 다니면서 침몰원인을 코치 받으라고 하는 믿지못할 조치입니다.
군을 우습게 알다가 임진왜난꼴을 반복해서 당해보고야 말겠다는 굳건한 의지인듯 합니다.
한가람님의 댓글
한가람 작성일
에이케이님... 어제 그 환자복...
저도 보는게 끔찍해서 오다가다 한 번씩 쳐다 보기만 했습니다.
장학포님의 댓글
장학포 작성일
일부러 그렇게 연출 한게 아닐까요? 여하튼 이 정부는 군을 바지저고리로 취급 할려고 작정 했읍니다. 그렇게 해서 많은 국민들 눈에 동정심이라도 유발시켜 뭘 하자는 수작인지....!하는 짖꺼리하고는 초등생 수준도 못되는 짖을 하니 가관입니다.
에이케이님! 좋은 지적과 통찰력에 깊은 찬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