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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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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성령 작성일14-11-30 02:38 조회3,779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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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2때 학교 체육대회가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받으며 용돈을 구했다.

어머니는 밥을 싸 가는데 돈이 뭐 필요하냐며 거절을 했다.


나는 화가 나서 나의 나쁜 버릇이 發動했다.

도시락을 놓고 빈 손으로 학교에 갔다.

사실 용돈이 필요한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그 당시 삼강하드가 나와서 입맛을 끌었다.

나는 체육대회를 빙자하여 용돈으로

삼강하드를 사 먹으려 했던 것이다.


삼강하드!


하얀색의 사각바로 납짝한 손잡이가 편리성을 더했다.

우유가 들어간 흰색의 부드러운 촉감이 입맛을 유혹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갔다.

그때 그곳에서 나는 삼강하드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딱딱한 얼음덩어리의 지방 아이스케이크와는 次元이 달랐다.

나는 가져간 용돈의 半을 삼강하드를 사 먹는데 썼다.

그렇게 나는 삼강하드와 인연을 맺은 것이다.


점심시간인데 나는 도시락이 없다.

체육대회인지라 배가 많이 고팠다.

친구와 어울려 밥을 나누어 먹으면 되는데

나에게는 그런 융통성이 있을리 없다.

벌컥벌컥 수돗물을 마셔 배를 채웠다.

배안에서 출렁출렁 소리가 들렸다.


다시 이어진 오후 체육대회를 마치고

집에 오는데 힘이 하나도 없다.

걸음을 옮기기도 어려웠다.

중간 중간 전봇대를 잡고 쉬면서 기다시피 집에 왔다.


집에 오자마자 빨리 밥을 내라며 나는 난리를 쳤다.

어머니는 서둘러 저녁밥을 지어서 나의 독상을 마련했다.

금방 지은 뜨거운 소복한 흰 쌀밥.

나는 허겁지겁 먹다가

탈진(脫盡)하여 반도 못 먹고 잠이 들었다.

잠을 깨니 밤 열 시쯤이다.


잠을 깬 나를 보는 어머니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보일듯 말듯한 미소.

똑바로 쳐다 보지도 않으면서 살짝 지나가는 웃음.

나는 지금도 어머니의 그 오묘(奧妙)한 웃음을 잊지 못한다. 끝



※後記


삼강하드가 나오면서

지방의 아이스케이크는 모습을 감췄습니다.

잇따라 해태 롯데 등

대형업체가 사각바를 출시하면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가게마다 냉동 쇼케이스를 보급하여

아이스케이크의 이동식 판매는 終末을 고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그립습니다.


"아이스케이크 사려!"하는 고함 소리입니다.




댓글목록

삼족오님의 댓글

삼족오 작성일

시골에선 아이스케키를 장작이나 보리나 쌀을 받고 팔았죠...ㅎ

최성령님의 댓글

최성령 작성일

저는 비루(맥주)병과 바꿔 먹었습니다.

sunpalee님의 댓글

sunpalee 작성일

6.25 동란 직후 남쪽 어느 소도시의 간이역에서 고등학교 하교 통학기차를 기달리 노라면,
기차정거장 마당을 지나치면서 구성진 외침 '아아스케키 사아려' 딱딱한 케키 나무통을
어께에 매고 그시절은 10살전후의 어린애들이 대부분이였죠,
보리고게 넘나들다 점심 도시락도 못 싸가던 시절
석탄불 떼고 다니던 화물칸 기차, 오늘도 연착인가,
아이스케키... 구성진 소리는 민족의 한탄이련가
사카린 넣어 만든 달콤한 그 아이스케키 외침에 연상 침만 삼켜 댓지요
그땐 아마 미국 원조물 사카린을 '꿀아제비'라 불렀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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