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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무지개(위에서부터 차례로 내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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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7 17:03 조회8,5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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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한 자유인으로 살고파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스승은 책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에 묻혔던 사관생도 시절, 나는 책 속에서 내가 가장 되고 싶어 하는 인간상을 찾아냈다. 출세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었다. 정신적 집시처럼 '영원한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었다. 내가 말하는 자유인이란 남에 구속되지 않고 자기 신념과 소신에 따라 사는 사람을 일컫는다. 육군 소위 때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하는 황야의 무법자를 보았다. 인습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스스로 정한 자기 규율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부러웠다. 그 후 영화 속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내 인생의 우상(idol)이 되었다.


나는 하늘이 웅덩이만큼만 열려있는 강원도 산간마을에서 태어나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영화마을’ 구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서울에서의 처절한 고학 생활을 거쳐 육사를 갔다.  4년간의 사관생도 생활, 2년간의 전방생활, 42개월간의 월남참전, 6년간의 고급사령부 생활, 5년간의 유학생활, 그리고 7년간의 연구소 생활을 끝으로 22년 동안의 장교생활을 대령으로 마감했다. 꽃다운 나이 마흔 다섯에 장교의 꽃이라는 대령을 끝으로 군생활을 마치고 명실 공히 영원한 자유인으로서의 신분을 취득한 것이다. 사람들은 군대를 창살 없는 감옥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군에서도 방대한 자유공간을 확보하면서 내 소신대로 거침없이 살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하면서!


이어서 미국으로 건너가 3년간 교수생활을 마친 후 1990년에 돌아와 줄곧 프리랜서의 길을 걸었다. 세상 바람이 모질게 불어도, 가슴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수많은 가슴에 많은 것을 남기고 간다. 출세나 재산 모으기에 최고의 가치를 걸고 좁은 공간에서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인생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에 충성을 맹세했던 사람들의 가슴조차 적셔주지 못하고 마른 갈대처럼 쓸쓸히 사라진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유명인사(somebody)가 되려고 하지만 정말로 인생을 아끼는 더 많은 사람들은 무명인(nobody)으로서의 여유와 행복을 음미하며 살아간다. 나도 그런 무명인이 되고 싶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영혼이 있다. 하나는 자기만 아는 샐러리맨의 영혼이고 다른 하나는 이웃과 국가를 생각하는 영혼이다. 샐러리맨의 영혼을 가진 사람은 비록 그가 대통령이 됐다 해도 아름다운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공인정신을 가진 영혼은 비록 그가 새벽길을 청소하는 미화원이라 해도 아름다운 것이다. 무명인이 샐러리맨 정신을 갖는다면 다수에 섞여 사는 하나의 인생이겠지만 무명인이 공인정신을 갖는다면 그야말로 아름다운 천사의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지향했던 인생은 후자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난 속에서 걸었던 돌밭 길 그리고 무명인의 자유공간을 만끽하면서 걸었던 오솔길은 막상 걷고 보니 잔잔한 아름다움이 흐르는 꽃길이었고 대로였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남이 써준 통상의 자서전이 아니라 내 손끝으로 가슴 속 깊이 저장돼 있던 기억들을 훑어내서 문자로 조각해낸 수채화집이라 할 것이다.   


지극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칫 자포자기로 꿈을 잃기 쉬운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꿈을 가꾸고 싶지만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 막연해 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습작을 읽었던 적지 않은 수의 30대 지식인들이 한 결 같이 했던 말이 있다. “이 책을 대학시절에만 읽었어도 제 인생은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진정으로 이 한권의 책이 젊은이들에게 의미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면, 그리고 아울러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온 기성세대에게 추억을 반추케 하는 사랑방 시절의 구수한 이야기책이 될 수 있다면, 크나 큰 영광이 될 것이다.



2009.4.

저자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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