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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판부를 재판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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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3-12-08 19:03 조회2,7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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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심 재판을 맡은 변진장 판사의 판결 


나와 말지의 편집부장 최진섭이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았다. 말지가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1심재판은 17개월간 계속됐다. 재판정 출두 16회였다. 1심 재판 도중 이청남을 증인으로 불렀다. 그는 8개의 위증을 하면서 위의 사실 모두를 부정했다. 결국 재판부는, 필자가 깨끗한 공직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비방했다는 쪽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필자와 말지에게 각기 100만원 씩의 벌금을 선고했다. 선고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서울지방법원 98고단11167 제1심 판결일자: 1999.7.20 재판장 : 변진장 피고인: 지만원, 최진섭(말지 편집부장) 고소인: 이청남(국방부방위산업실장) 고소 대리인: 나승수 (이청남 보좌관, 현 육군 중령) 검사: 심재계  

주문: 피고인들을 각 벌금 1백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들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금 2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들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이유의 요지: “피고인 지만원과 최진섭은 공모공동하여 아무런 근거 없이 이청남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생전 처음 써본 항소이유서  

나는 승복할 수 없어, 말지에 항소를 하자고 제의했지만 말지는 그냥 벌금 100만원을 내고 말겠다 했다. 나는 변호사 없이 그 변호사가 법정에서 하는 행동과 절차를 모방하여 ‘나홀로 재판’이라는 것을 시도했다. ‘모방이 창조’라는 소니의 아키오 모리타 회장의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었다. 생전 처음 항소이유서라는 것을 썼다. 지금 보면 참으로 순진한 항의문이었다.  

사건: 99노7452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담당: 형사항소4부
피고인 지만원

“판사님께서 판결문과 형량을 검사가 써 준대로 베껴 내서야 되겠습니까? 판사가 쓴 "범죄사실"은 검사가 쓴 "공소사실"을 그대로 베껴 쓴 것이었고, 판사가 내린 벌금액도 검사가 구형한 벌금액 100만원에서 단 1원도 틀리지 않습니다. 변진장 판사님은 판결문 조차 독자적으로 작성하지 않을 만큼 피고인들은 물론 국민 모두를 무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재판을 어느 국민이 수긍하고 싶겠습니까.”  

“저는 사회 곳곳에 다니며 사회 물정을 강론하고, 신문에 부지런히 글을 써내는 중량급 칼럼니스트입니다. 그런 국민에게 이런 식의 재판이 어떻게 보일 것이라는 판단도 없으실 만큼 한국의 재판장님들에게는 이런 식의 판결이 고질화돼 있는 것인가요. 미국식 배심원 제도가 어째서 훌륭한 것이며, 우리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할 제도라는 것을 저는 이번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절감했습니다.” 

“군의 탄압적 행위에 법관들이 선봉대 역할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군은 군에 불리한 기사를 다룬 6개 언론사(동아, SBS, 경향, 신동아, 주간조선, 시사저널)에 대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맞바로 각기 2-5억에 상당하는 소송을 해놓고 있습니다. 요 며칠 사이에는 국방부 출입기자 5명에게 출입제한 조치까지 취했습니다. 군의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언론 중재위를 거치면 군 대표자들이 직접 나와 필자나 언론들을 상대로 위원들 앞에서 힘겨운 논리 공방을 해야 했습니다. 논리가 부족해 때로는 중재위원들로부터 질책이나 조소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맞바로 소송을 제기하면 검사가 무작정(?) 군의 편에 서서 군을 위해 싸워주기 때문에 군은 소장만 써서 검사에게 맡기기만 하면 그만입니다. 한번 던져만 놓으면 검사와 법원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군은 무차별적 소송을 해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검찰과 법이 군의 무대포식 탄압행위에 선봉대로 고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자연인에 대한 것과 구분돼야 합니다. 공직자는 나타난 행적(by appearance)에 의해 결백을 주장해야 합니다. 온갖 의혹스러운 행동을 저질러 놓고도 "내 양심만은 깨끗하다"며 의혹을 제기한 국민을 상대로 국가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무슨 선진이고 무슨 민주입니까? 국민에게 알권리가 보장돼 있다면 의혹을 제기할 권리도 있습니다. 국민은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어도 의혹을 밝힐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 능력은 국가가 가지고 있습니다. 국가가 의혹을 제기한 국민에게 "의혹을 증명해내지도 못하면서 왜 의혹을 제기했느냐"며 벌을 내린다는 게 도대체 논리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저는 국민의 자격으로 대한민국 법관들에게 공개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군이 국민을 많이도 속였습니다. 속일 때마다 피고인은 진실을 국민에게 알려주고 해석해주었습니다. 그때마다 군은 피고인에게 신체적 위해와 전화협박과 모함으로 일관해왔습니다. 급기야는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걸면 걸릴 수 있는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지난 1년간 군으로부터 5건의 무차별적인 고소를 받아놓고 있습니다.” 

“MBC 2580에 나와서 군이 무기부품을 정상가의 500배씩이나 주고 사고 있다는 사실이 어떻게 해서 가능한지에 대해 국민에게 시스템적 차원에서 분석을 해주었습니다. 군은 이것에 대해서도 고소를 했다가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자 스스로 취하했습니다.” 

“지난 12월 4일 나이키 유도탄이 저절로 발사됐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인재인가 또는 자연재인가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을 KBS와 자민련 등에 나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이러한 전문가적 시각들에 대해 군은 일일이 소송을 걸어놓았습니다. 이는 감정적 공격행위입니다. 전문가의 식견이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더구나 법이 군의 탄압행위에 가세한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결정 행위가 처벌대상이 될 수 없듯이 전문가적 식견과 판단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봅니다.”  

“피고인의 글은 군의 시스템을 묘사한 것이지 이청남 등의 명예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그런데 변진장 판사님은 위 판결문 내용이 사실을 묘사한 것인지 또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쓴 것인지를 법정에서 따져보지도 않고 국방부 편을 들었습니다. 판사님은 판결의 쟁점을 재판정의 이슈로 부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쟁점을 부각시켜야 쟁점에 대한 원고측과 피고측간의 공방이 있을 게 아닙니까? 쟁점도 없고, 공방도 없는 재판이 한국식 재판인가요? 한국의 재판관은 논리도 소명도 무시하고 판결합니까? 그리고 그런 판결문에 무조건 절대적 권위가 부여돼야 합니까? 판사님들의 비위를 건드리면 괘씸죄를 얻는다는 말을 이번 재판을 시작하면서부터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판사님들도 논리보다는 감정을 앞세우는 "평범한 인간"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다는 말이더군요.” 

“검사와 판사님은 이 글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방할 목적으로’ 썼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려면 글을 쓴 피고인이 무슨 근거로 그런 글을 쓰게 되었는지 조사해야 합니다. 그 근거는 이청남 등의 율곡담당 공직자들이 저지른 파행들입니다. 이들이 공공연히 저지른 파행은 수백 건의 언론 보도에서 이미 들어나 있고 이에 대한 소명자료는 이미 재판관에게 제출돼 있습니다. 검사가 제출한 공소문을 그대로 베낄 정도로 무성의한 판사님이 그런 소명자료를 읽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듭니다.”  

“법원의 상징인 두개의 저울 접시는 무엇을 의미합니까?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재판하라는 뜻도 있겠습니다만 양쪽에 무언가를 올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한쪽에 저의 글을 올려놓으려면 다른 한쪽에는 그런 글을 쓸 수밖에 없었던 공직자들의 파행이 올려져야 할 것입니다. 글귀만 가지고 그 글귀가 명예를 훼손했느냐 아니냐, 돈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단순한 일이라면 오히려 국어학을 공부한 학도들이 더 훌륭한 재판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문제의 말지 132쪽에서 137쪽에 이르기까지의 7쪽에 담겨진 글을 읽은 일반 독자들은 이 글에서 국가를 위한 필자의 충정을 읽을 수 있다고들 합니다. 만일 검사와 변진장 판사님이 이 글을 모두 읽어보았다면 그 장문의 글이 특정인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쓰여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앞뒤는 읽어보지도 않고 중간에 있는 글귀 몇 개만 똑 떼어내서 그것만 가지고 필자의 의도를 판단하는 것은 한국법조 시스템 전체의 품질을 의심케 하는 왜곡된 처사로 보여집니다.”  

“피고인이 쓴 글의 소제목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 한국군 개혁의 전제는 평화시스템 구축 (p.132) * 공멸할 것인가, 아니면 군비를 감축할 것인가 (p.133) * 한국군의 우선적인 군축은 상호감군을 위한 첫걸음 (p.134) * 국방장관의 어처구니 없는 발상 (p.135) * 특정 재벌기업의 이해 때문에 가로막힌 한국군 과학화 (p.135) * 군비 축소하고 소수정예과학군으로 가듭니라 (p.136) * IMF위기 탈출의 길은 고정관념 탈피에 있다 (p.137)  

135쪽에 있는 박스 내용입니다. [한편으로는 상호감군을 제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군 단독의 감군을 시작해야 한다. 한국군의 단독 감군은 훗날 이뤄질 상호감군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137쪽에 있는 박스 내용입니다. [군은 지금 "개조"돼야 한다. 조직과 경영을 과학화하고 전투능력을 배로 늘려야 한다.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소수정예과학군으로의 개조다] 피고인의 글 중에서 말지가 뽑아낸 가장 중요한 핵심이 바로 이 두 개의 박스에 실려 있습니다. 이것들이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쓰여져 있는 것입니까? “


2013.12.8.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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