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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재판부를 재판한다!(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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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3-12-09 22:33 조회4,96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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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사 판단의 편협성  

2002년 2월 15일, 이른바 도둑재판을 하고 그날로 의정부지원으로 부임해간 한기택 판사, 어느 새 옮겨왔는지 그해 6월초에 튀는판결을 해 언론들의 비판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동아일보가 내게 이에 대한 글을 써 달라 했고, 내 글은 아래와 같이 나갔다.  

                             동아일보 2002.6.4 [발언대]지만원
                               ´자살 병사´가 국가유공자라니…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한기택 재판장의 이례적인 판결문이 논란을 빚고 있다. ‘포병으로 입대해 선임병으로부터 포사격 절차 등에 대한 암기를 강요당하고 욕설과 구타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병사’를 국가유공자로 판결했다 한다. 재판장은 판결문에서 ‘이 병사의 사망은 가혹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고, 이 가혹행위는 그가 감내하기 어려운 것으로 인정된다’며 ‘따라서 그는 군인으로서 직무수행 중 숨진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다. 

가혹행위가 인정된다면 국가는 이 병사에게 손해를 배상할 수는 있어도 국가유공자로 대우할 수는 없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법률 제6648호) 제2조는 국가유공자를 ‘자손들에게 귀감이 되는 애국자’라 규정하고 있다. 앞의 자살한 병사가 과연 ‘자손들에게 귀감이 되는 애국자’란 말인가. 포병의 군기는 매우 엄격하다. 포사격 절차를 눈감고도 숙달하지 못하면 발사해야 할 긴박한 시간에 포탄을 날리지 못하고, 아군 머리 위에도 날리게 된다. 6·25전쟁 때는 물론 베트남전에서도 아군 포에 의해 희생된 병사들이 꽤 많았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포의 조준각도를 계산하는 병사나 포를 만지는 포수들은 사격절차 숙달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가지 못하면 다른 병사들로부터 멸시를 받게 된다. 목숨을 다루는 의사 세계와 비슷한 환경인 것이다. 더구나 포사격은 정확하고 신속해야 하기 때문에 부대간 경쟁을 시켜 석차를 매기며 경쟁 결과는 지휘관의 장래를 좌우한다.  

지휘관은 선임병을 통해 다른 병사들을 훈련시킨다. 따라서 선임병은 늘 긴장돼 있고 신경질적이기 마련이다. 이러한 환경은 자살한 병사에게만 주어진 게 아니다. 그 선임자 밑에는 역경을 이겨내고 있는 수많은 병사들이 있다. 역경을 이겨내는 병사는 무명용사이고, 역경을 이겨내지 못해 자살을 택한 병사는 ‘귀감이 되는 애국자’라고 판결한 재판장의 상식은 국민의 상식과 매우 동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법률에도 어긋난다.  

이 법률 제15조 5항에는 ‘자해자’를 유공자 범주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이 유효하다면 기존 국가유공자들의 명예는 한순간에 날아간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지 못한 낙오자가 국가유공자라면 전쟁터에서 화려한 무용담을 남긴 장병에게 주어진 기존의 국가유공자증은 불명예증으로 격하되어 반납돼야 마땅할 것이다.

지만원 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군사평론가 

              판사들이 범하는 ‘미필적 고의’, 한국사회에 범람해 있을 것  

필자가 늘 주장하는 바가 있다. 판사는 법조문을 외운 사람이지 판단력을 기른 사람이 아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살한 병사’를 놓고 나의 판단과 한기택의 판단이 확연히 다르다. 나는 내 판단이 더 훌륭하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한기택 판사는 자기의 좁은 시각에 스스로를 파묻고 지극히 단편적이고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판결을 내렸다.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할 입장에 있으면서 게으르고 쉽게 판사의 칼을 자의로 휘둘렀다.  

이를 법률용어로 ‘미필적 고의’(willful negligence)라 한다. 사냥꾼이 숲속에서 검은 모양의 움직임이 있을 때 잘못 쏘았다가는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면서도 ‘에라 모르겠다’하고 총을 쏜 것이 정말로 사람을 죽였을 경우에 해당하는 법률적 용어다. 판사 역시 자기가 오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으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게으르고 안이하게 생각하여 전문가 의견을 구하지 않고 판결하는 경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을까?  

판단력! 판단은 판사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의사가 판단을 잘못하면 한 생명이 절단나고 그 가족들이 불행을 맞는다. 가장이 판단을 잘못하면 가정이 파탄나고 자손들은 고생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휘관이 판단을 잘못하면 수십-수만의 생명이 절단나고 심지어는 국가가 망한다. 판사는 한 인생은 물론 그 가족들의 행-불행을 좌우한다. 한 사람의 판사는 수백 수천건의 재판을 다루며 그 가족들의 행복을 좌지우지 한다. 판사는 우리 사회 최고의 '갑'이다. 의사도 판사 앞에 서고 과학자도 대통령도 판사 앞에 선다. 이런 막중함에 비추어 판사는 도대체 얼마나 깊고 넓은 내공을 저장하고 있을까?  

                                   한기택 판사 프로필  

학기택 판사는 영동고를 거쳐 서울법대를 나왔다. 1988년 6월, 대법원장 및 대법관 인사와 관련해 전국 430명의 판사가 동참했던 이른바 ‘2차 사법 파동’을 이끌었으며 그 뒤 법원의 소장판사들과 함께 진보적 성향의 법조인 연구모임인 ‘우리법 연구회’를 만들었다.서울행정법원부장판사 등을 거쳐 2005년초 부터 대전고법에 근무하다가 2005년 6월 4일 휴가차 가족들과 함께 말레지아에 가서 수영을 하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했다. 
 

2013.12.9.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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