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법조계 로비 의혹...“판·검사들 골프 접대하고 100만원씩 용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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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1.09. 오후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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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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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요약

① 뉴스타파 보도 후 언론계로 번진 ‘김만배 로비’ 의혹, 신문사 모임 ‘지회’의 정체 밝혀내야   

② 남욱 검찰에 진술, “김만배, 언론뿐 아니라 법조계 판사·검사도 수시로 골프 접대 및 금품 살포”  

③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 검찰 수사 무마 흔적, 남욱 “법조인 로비로 대법원 판결 뒤집었다” 

④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기자 및 판·검사 로비’ 진술 확보한 검찰, 1년 넘도록 수사 안 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가 관리한 ‘언론사 기자 명단’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가 청탁한 대상은 기자뿐 아니라 판·검사 등 법조인들도 포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29일, 뉴스타파는 김만배가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고 말한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날 보도에서 김만배가 관리하는 기자들의 모임인 ‘지회’가 존재하고, 돈을 주고 대장동 관련 보도를 막아 온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뉴스타파 보도 후, 검찰은 김만배가 신문사 간부급 기자 3명에게 돈을 빌려주는 형식으로 금품을 건넨 것을 확인하고, 지난 6일 김만배를 불러 추가로 조사했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가 상품권을 주거나 골프를 접대한 언론사 기자들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동 비리 사건의 불씨가 언론계로 번진 모양새다. 

법조계 판사·검사에게도 수시로 현금 상납 및 골프 접대 의혹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만배가 관리한 대상은 ‘기자’뿐만이 아니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과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종합한 결과, 김만배는 스스로 ‘대장동 로비스트’라고 일컬으며 판·검사들을 관리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김만배는 30년간 기자 생활을 하면서 주로 검찰과 법원을 출입했다.  

1,300쪽에 이르는 정영학 녹취록 곳곳에는 김만배가 대장동 업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을 목적으로 수시로 고위 법조인들을 만났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2013년을 전후로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남욱·조우형 등을 수사할 당시, 김만배와 배성준(천화동인 7호 소유자, 당시 법조기자)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서 수사를 무마했단 것이다.  

정영학 녹취록 속 김만배 “터지면 대장동 사업 못해”, “그걸 다 깔끔히 막았잖아”

2013년 3월 5일에 녹음된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터지면 대장동 사업 못해”, “그 당시에 그걸 다 깔끔히 막았잖아”라며 자신이 수사를 무마했단 취지로 말한다. 그러면서 김만배는 “형이 공적으로 쓴 것 말고 사적으로” 쓴 돈이 더 많았음을 강조하며, “공적으로 들어간 돈 따지면 형이 더 받아야 해”라고도 말한다. 

여기서 김만배가 언급하는 공적으로 들어간 돈’의 정체에 대해 정영학은 로비한 돈이라고 자필로 적어놨다. 김만배는 법조인 로비에 자신의 돈도 들어간 사실을 강조하며, 이익을 더 챙겨달라는 취지로 정영학에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대화가 이뤄진 2013년 시점을 감안하면, 이날 김만배가 막았다는 수사는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장에 대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수사였던 걸로 보인다.

당시 검찰은 대장동 업자들이 최 의장에게 1억 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수사했지만,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 최윤길은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까지, 대장동 업자들의 사업을 도운 인물이다. 2021년에는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취업했다.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최윤길에게 성과급 40억 원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정영학 녹취록(2013년 3월 5일 녹음). 김만배가 법조인 로비로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정영학은 김만배의 발언 중 ‘공적으로 들어간 돈’에 밑줄을 긋고 ‘로비한 돈’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남욱의 검찰 진술, “김만배가 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 치면서 100만 원씩 줬다” 

김만배의 법조인 로비 정황은 남욱의 검찰 진술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2021년 10월 20일, 검찰이 작성한 남욱 피의자신문조서에 김만배가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이날 검사는 남욱에게 법조인에 대한 로비를 무엇을 의미하는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남욱은 (김만배가) 판·검사들하고 수도 없이 골프를 치면서 100만 원씩 용돈도 줬다고 들었습니다. 골프 칠 때마다 500만 원씩 가지고 간다고 했고, 그 돈도 엄청 썼다고 들었습니다고 답했다. 자신이 김만배로부터 전해 들은 말을 검사에게 진술한 것이다. 

남욱은 이어 이 사건 터지고 나서 국회에 있는 조선일보 기자와 통화를 했는데, 윤석열 밑에 있는 검사들 중에 김만배한테 돈 받은 검사들이 워낙 많아서 이 사건 수사를 못 할 거라 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남욱이 김만배의 법조인 로비 주장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정영학 녹취록을 보면, 정영학은 김만배를 만날 때 수시로 ‘상품권’을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상품권은 김만배의 로비용 ‘총알’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의 남욱 피의자신문조서(2021년 10월 20일 작성). 검사가 김만배의 법조인 로비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고 남욱이 답하고 있다.  
2021년 10월 법조인 로비 목적까지 파악한 검찰, 이후 수사는 안 해  

이날 검사는 김만배가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펼친 목적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이에 남욱은 제1공단 시행업자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주식회사가 공원화에 반대하면서 성남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막은 것이 가장 큰 역할입니다. 그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지 않았으면, 대장동 개발 사업이 3년은 지연되었을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었던 시절 얘기다. 당시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의 수익을 제1공단 부지의 공원화 사업에 쓰는 ‘결합 개발’ 방식을 추진했다. 그런데 제1공단을 개발하려는 사업자가 반대를 하면서 성남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성남시가 이겼지만 2심은 사업자가 이겼다. 대법원에서 성남시가 2심을 뒤집고 최종 승소했다. 

그때 성남시가 졌다면, 남욱·김만배·정영학 등이 노리던 대장동 사업이 남욱의 말대로 3년 가량 늦춰지거나 아예 좌초됐을 수도 있다. 

2021년 남욱 검찰 진술 “수사 시작되자, 김만배가 뒤늦게 가짜 차용증 만들어”

이날 조사에서 남욱은 한겨레신문 소속 기자에게 김만배가 6억 원을 건넨 사실도 진술했다. 김만배의 요청으로 자신과 정영학이 각각 3억 원씩 만들어서 줬다고 말했다. 남욱은 또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 김만배가 뒤늦게 가짜 차용증을 만들었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2021년 9월부터 대장동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착수 한 달 만에 언론계와 법조계에 로비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을 내내 수사하지 않다가 지난해 12월 29일 뉴스타파가 김만배의 언론계 로비 의혹을 제기한 후에야 뒤늦게 수사에 들어갔다.

만일 남욱의 검찰 진술대로, 김만배가 법조인 로비를 벌여 대법원 판결이 뒤집은 것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법 농단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법조계까지 수사를 확대해야 하는 이유다. 

뉴스타파는 정영학 녹취록 등을 바탕으로 김만배의 언론계 및 법조계 로비 정황을 보도했다. 김만배가 성남시의회 의원들과 성남시 공무원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오는 1월 12일(목)에 1,300쪽 분량의 정영학 녹취록을 뉴스타파 데이터포털에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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