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의 나라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무주공산의 나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5-12-16 12:47 조회7,466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무주공산의 나라

 

1979년 10월 26일, 보안사가 박정희 대통령 시해소식을 들은 것은 시해현장에서 총소리가 멎은 지 40분 후, 오후 8시 20분이었다. 김계원이 시신을 싣고 국군서울지구병원에 도착한 시각은 7시 55분, 병원을 가려면 보안사 정문을 통과해야 했다. 청와대 차량이 병원에 와서 사람을 실어 나르는 것을 목격한 근무병이 보안사 당직총사령 이상연 대령에 보고를 했고, 당시 근무를 하고 있던 정도영 보안처장(육사14기)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중앙정보부 요원이 밀착감시를 하기 때문에 병원장의 대답이 엉거주춤했다. “코드원(대통령)이냐, 위독하시냐” 했더니 병원장은 겨우 “예”라고만 대답했다. 이때 전두환은 연희동 자택을 떠나 서빙고 수사분실로 부대순시를 나가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전두환에게 이상연 대령은 대통령이 지구병원에 입원했는데 용태가 위태로운 것 같다는 내용을 무전으로 보고했고, 전두환은 즉시 보안사 중요간부들을 비상소집했다. 8시 30분이었다.  

서빙고 수사분실에 도착한 전두환은 청와대 경호실에 전화를 걸었지만 경호실장은 물론 차장과도 통화를 하지 못했다. 그 다음의 보고가 전두환에게 들어왔다. “노재현 장관이 보안사령관을 찾고 있습니다. 정승화 총장이 각군 수뇌부를 B-2방카로 소집하고 있습니다.”  

김재규는 정승화와 함께 8시 5분에 B-2 방카에 도착한 이후 체포될 때까지 4시간 30분간 정승화의 보호를 받으면서‘시해사실을 숨긴 상태에서 비상계엄령을 발동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국무위원들은 국방장관실에 모여 국무회의를 하자면서도 회의의 목적을 “계엄선포”를 위한 것으로 했다. 그 많은 장관들 중에 “사건의 진상부터 따지고 조사해야 한다” “누가 시해했느냐” 이렇게 따지는 사람이 없었다. 살아있는 대통령 앞에서는 충성을 보였을 장관들일 테지만, 일단 서거하고 보니 진상을 캐기보다는 권력이 누구에게 가는가에 대한 눈치부터 본 것이다. 권력의 태양은 서서히 저문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셔터처럼 한순간에 낙하한 것이다.  

오후 9시경, 전두환이 B-2 방카에 도착했다. 이 때 김계원과 최규하는 청와대에 있었고, 정승화 총장이 혼자서 독자적으로 상황을 처리하고 있었다. 벙커 내의 총장실에는 김재규가 있었고, 상황실에는 노재현 장관과 군 수뇌들이 있었다. 전두환이 노재현에게 “대통령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노재현은 “대통령이 서거했다. 자세한 건 모른다”고 일러주었다. 전두환이 대통령 서거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시점이 바로 밤 9시경이었다. 이때부터 전두환은 발 빠르게 육군본부 보안대 사무실에 임시 지휘본부를 차리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11시 40분, 노재현 국방장관은 전두환에게 “각하가 서거했다” “김재규를 체포하라” 이렇게 지시했다.  

반면 11시 50분에 정승화는 전두환에게 “국방장관실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있다. 헌병이 체포하면 인계받아 보안사 안가에 정중히 모셔라” 이렇게 지시했다. 노재현은‘김재규가 대통령을 죽인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려준 반면, 정승화는 김재규를 안가에 정중히 모실 대상이라고 말해준 것이다.  

이에 사태를 어느 정도 눈치 챈 전두환은 보안사 보안처 군사정보과장 오일랑 중령에게 명령을 내렸다. “국방장관실에 김재규가 있다. 육군총장이 찾는다는 구실로 유인하여 보안사 안가로 연행하라.” 모시라고 명한 것이 아니라 연행하라고 명한 것이다. 그리고 오일랑 중령은 김재규를 글자 그대로 연행했다. 10월 27일, 새벽 00시 30분이었다.  

정동 안가로 연행된 김재규는 누가 묻지 않는데도 제1성을 이렇게 냈다.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나에게 협력하라.” “내가 박대통령을 시해했다. 내일이면 세상이 바뀐다” 수사관들은 김재규의 언행으로부터 김재규가 대통령 시해범이라는 확신을 얻었고, 이는 즉시 전두환에게 보고됐다. 전두환은 정승화에게 “대통령 시해범은 김재규입니다. 구속해야 합니다”라며 압박했다.  

정승화는 더 이상 저항할 명분이 없었다. 이로써 시해 된지 6시간 후인 10월 27일 새벽 01시 30분에 비로소 김재규가 정식으로 구속된 것이다. 김재규가 범인이라는 말을 들은 정승화는 김재규를 고급 안가에 정중히 모시라 했고, 안가에 모시라는 이유는 김재규에게 혁명 배후세력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전두환 역시 배후세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전두환은 김재규를 범인으로 지목하자마자 즉시 고급 안가에서 서빙고 수사분실로 호송한 후 김재규를 비호하는 정승화를 압박하여 범인을 정식으로 구속시켰다.  

김재규를 체포하기 직전까지의 사태는 정승화, 김계원, 김재규가 주도했다. 최규하 내각은 무기력했고, 국가는 무주공산이 되었다. 그래서 먼저 점령하는 세력이 임자로 보였다. 김재규가 이끄는 중앙정보부, 김계원이 이끄는 청와대, 정승화가 이끄는 60만 육군이 단합했던 당시의 상황은 누가 봐도 막강했다. 이런 힘이면 역모를 할 만한 세력이었다. 이 엄청난 세력이 그 힘을 발동하려 기지개를 펴는 순간, 2성 장군에 불과한 전두환이 재빠르게 선수를 쳐서 예봉을 꺾은 것이다.  

전두환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김재규-정승화가 주도하는 쿠데타 세력이 국가를 지배했을지 모른다. 전두환의 사태파악 속도와 거침없는 행동이, 당시 최규하가 이끄는 국무위원들의 무기력함에 비하면 단연 돋보이지 않을 수 없다. 최규하와 국무위원들은“무엇이 내게 이로우냐”에 따라 눈치를 보고 있었고, 전두환은 “무엇이 정의냐”에 따라 과감하게 행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는 북한의 검은 정부가 서울에 엄연히 존재하면서 대한민국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다는 정황들에 봉착해 있다. 두렵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날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간첩들의 친구가 되어 주는 인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간첩들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 중에는 내일 이 나라는 북한이 통치할까 남한이 통치할까 바쁘게 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박정희 시해 당시 총리와 장관들이 보였던 눈치 보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한편 지금 이 나라에는 각기 잘났다고 설치는 사람들이 내는 잡음들로 시끄럽다. 가방끈 짧은 사람들이, 영혼 없고 사색 없는 부나비 인생들이 트로이목마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면서 적진에 공을 쌓고 있는 여적의 소리들인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에는 무슨 때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만 보이고 리더그룹이 안보이고 주인그룹이 안 보인다,

 

2015.12.16.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4,213건 229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7373 5.18 단상 (bluesky) 댓글(2) bluesky 2015-12-18 6912 413
7372 김태산을 보면 탈북 위장 간첩이 보인다 지만원 2015-12-18 10850 389
7371 대성황 이룬 송년회의 밤 지만원 2015-12-18 7551 352
7370 이창한 판사진, 기피신청서 오늘 접수 지만원 2015-12-17 8106 387
7369 위장 탈북자들이 끝까지 지키는 비밀 4가지 지만원 2015-12-17 9228 386
7368 탈북광수는 포위되었다. 손들고 나와라.(마르스) 댓글(1) 마르스 2015-12-17 6704 291
7367 야스쿠니 폭발에서 보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언론들(비바람) 비바람 2015-12-17 6022 242
7366 신혜식님 11살짜리 광수는 도를 넘었다니요(신생) 댓글(4) 신생 2015-12-16 6861 242
7365 광주와 서울광수들은 대답하라 지만원 2015-12-16 8655 423
7364 주체사상 창시자 황장엽 묘비엔 이런 문구가(白雲) 白雲 2015-12-16 8667 314
열람중 무주공산의 나라 지만원 2015-12-16 7467 393
7362 절라도여 절라도여! (비바람) 댓글(6) 비바람 2015-12-16 7363 363
7361 대한민국 걸고 러시안룰렛 게임하는 철부지들에게 지만원 2015-12-15 8324 433
7360 서울광수 화보의 의미 지만원 2015-12-15 8183 436
7359 광주법원 이창한, 박남선, 심복례 등 7명 대상 고발장 지만원 2015-12-15 8097 344
7358 위장 탈북자들을 옹호하는 자들, 로비 받았을 것 지만원 2015-12-14 8434 455
7357 12월 17일 (목)은 500만 야전군 송년회 지만원 2015-12-14 8387 236
7356 광주의 유일한 희망이 된 심복례 지만원 2015-12-12 8793 355
7355 사이비 애국자들, 노숙자담요를 닮아라 지만원 2015-12-11 10487 520
7354 걸리버가 된 한상균 (Evergreen) Evergreen 2015-12-11 6727 341
7353 묵비권의 유감 (이상진) 이상진 2015-12-11 6110 276
7352 고발장(광주 판사 등 7명) 지만원 2015-12-11 7657 333
7351 강신명 경찰청장은 물러나라! (비바람) 댓글(5) 비바람 2015-12-11 6549 314
7350 나는 매카시보다 강하다 지만원 2015-12-10 9027 525
7349 탈북 광수들에 대한 호소문 (路上) 댓글(1) 路上 2015-12-10 7320 303
7348 광수 영상을 이해하기 위한 사전지식 지만원 2015-12-10 8256 354
7347 천하의 몹쓸 광주인들, 여기서 멈춰라. 지만원 2015-12-09 9202 363
7346 노숙자담요님의 정체 (신생) 댓글(1) 신생 2015-12-09 8958 398
7345 5.18광수를 부정하는자 부끄럽지 않은가.(신생) 신생 2015-12-08 7121 276
7344 탈북광수, 흑색선전하는 자들은 들으라 (현우) 댓글(2) 현우 2015-12-08 6878 245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