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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으면 그만이지!

누구에게나 있는 영혼
저주할 만큼 나쁜 영혼 있고
기리 빛나는 불멸의 영혼 있다
몇 푼 돈에 팔리고 또 팔리는
흉한 영혼 있지만
온갖 고통을 당하면서도
팔리지 않는 도도한 영혼 있다 

영혼을 파는 사람들
무얼 파는가
재주도 팔고 지위도 판다
재주에 영혼 있고
지위에 영혼 있다 

이를 모를 사람 없건만
어제도 오늘도 사람들은
재주와 지위만 산다
재주가 무엇이고
지위가 무엇인가
사기 치는 영혼이 마련한
유혹의 간판 아니던가 

내일이면 황천길로 불려갈 영혼들
마치 천년을 살 것처럼
악다구니 하는 모습
용서의 하느님이 좋아할까
아량 큰 부처님이 좋아할까 

그러면 나는 무엇인가
내 육신 지배하는 영혼은 어떤 영혼일까
내 육신은 부모가 낳았다 하지만
내 영혼은 누가 낳았을까 

가졌지만 금방 없어지고
없다가도 있어지는 것
덧없는 그런 것에 매달려
한세상 남 몰래 영혼팔고서도
들키지 않을 생각 하는
그런 추악한 영혼
혹시 내 영혼 아닐까 

숨기려 하지 말라
비단포로 싸고 또 싸지만
영혼은 언제나 세상 앞에
발가벗는 존재다
이 나라의 뭇 영혼들이여
그대들은 한 세상 살면서
무엇을 남겼는가 

전국을 달리고 또 달려도
보이는 건 흉측한 묘 자리들
당신들은 그걸 왜 남겼는가
한 세상 살다 갔으면 됐지
웬 봉우리들을
그리도 흉하게 쓰고 누워 있는가 

어떻게 가야 아름다운가
어려운 병이 나거든
절대로 병원에 의존하지 말고
집에서 품위 있게 곡기를 끊으라

주위에 부탁해서 화장을 하게 하고
그 뼈를 당신이 지정한 고향 숲에
흔적 없이 스며들게 하라
그런 고향산천이 있다는 것
그런 부탁을 들어 줄 사람 있다는 것
그런 게 과분한 은총이 아니던가  

이 땅에 태어났으면
한 인생 살고 갔으면
그것으로 감사하라
그리고 자취 없이
깨끗이 사라져라 

주위의 가슴들에 남긴 것 없으면
더 이상 남기려 하지 말고
미련 없이 떠나라
후손에 짐을 지우지 마라
이 나라의 모든 후손들이 다니는 길가에
보기 흉한 봉분과
삿갓처럼 우뚝 선 돌덩이
남기게 하지 마라 

그대들이 누구인지
알려 하는 사람
있다면 오직 그대의 자식들뿐
바로 그것을 부끄러워하라
남들에게 남긴 것 없거들랑
온 국토를 오염시키며
흉한 봉분 남기지 마라
 

2013.11.25.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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