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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시위 벌이는 상상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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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東素河 작성일11-02-19 22:17 조회1,79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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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시위 벌이는 상상을 하니...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물러나 민주화 운동의 성지가 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1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혁명의 성공을 자축하는 축제를 열고 있다.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전 20~30년 전에 텔레비에서 남조선 시위 모습이라고 방영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땐 제가 어려서 별생각이 없이 봤는데 사람 일이라는 것이 참 알 수 없는 것이 제가 어른이 돼서 서울에서 직접 시위에 나갈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제가 체험한 한국의 첫 시위는 2004년 3월에 진행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였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고 해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대통령 파면결정이 난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그러자 전국적으로 노무현 지지자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거의 한 달 동안 서울에서 시위가 계속됐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때 저는 막 동아일보에 입사한 신참기자로 여의도 일대의 경찰서를 출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위 중심지가 여의도의 국회 앞이었거든요. 담당구역이라 어쩔 수 없이 매일 시위 현장에 출근해 아침부터 추운 새벽까지 시위를 취재해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한창 무서운 것이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죽을 고비 몇 번 헤치며 한국까지 온 지 몇 년밖에 안되던 때라 한국 시위가 참 우습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시위장에 나간 첫 날이었습니다. 경찰과 시위대가 도로에 서로 100m 정도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 경찰 버스가 가로로 쭉 정차돼 있었습니다. 시위대가 밀고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빈 버스를 바리케이드처럼 쓰는 거죠.



제가 이 경찰 버스에 겁도 없이 올라가 시위대를 내다보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시위대가 와~하고 달려들더니 버스에 돌을 던지는 겁니다. 저는 그때 정말 혼비백산했습니다. 주먹만한 보도블록이 경찰차 유리를 보호하고 있는 쇠 그물을 뚫고 버스에 비 오듯 떨어지는데 이건 도망갈 틈도 미처 없었습니다. 차벽에 납작 엎드린 제 머리 위로 돌들이 한참을 날아가더니 어느 순간 시위대가 다시 와 하고 뒤로 빠지더군요. 만용을 부리다가 그만 돌에 제 머리가 깨질 뻔했습니다.



그날 이후부터 저는 참 많은 것을 눈앞에서 봤습니다. 사람이 바로 앞에서 분신하는 모습도 봤고, 물대포에 사람이 밀려나는 모습도 봤습니다. 물론 첫날에 혼이 났던 터라 이후엔 자리를 잡고서도 여기가 안전지대인지 확인하는 버릇도 생겼고요.



이후 그때만큼 격렬한 시위는 보지 못했지만 2008년에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또 몇 달간 서울이 시끄러웠습니다. 문제는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가 서울의 중심에 있는지라 온갖 시위가 이제는 회사 옆에서 열립니다. 우리 회사가 21층짜리 건물인데 제 뒤 창문으로 내려다보면 시위 모습이 손바닥처럼 내려다보입니다. 시위하면 방송차가 막 떠들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참 시끄럽습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내려다볼 때마다 이상하게도 저는 눈물이 글썽해집니다. 어떤 때는 퇴근하다 시위대 옆에서 한참을 홀로 노래를 같이 따라 부르다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미국 소고기 수입을 찬성함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 시위대 옆에서 분위기를 느끼다 들어가는 것입니다.



시위대가 가장 많이 부르는 노래는 북에서 많은 분들도 아실 ‘아침이슬’이라는 노래와 ‘임을 위한 행진곡’ ‘불나비’ 3개입니다. 저는 불나비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 노래를 따라 부르다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눈물 줄줄 흘릴 때도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제 가슴에 한이 맺혀서 그렇습니다. 너무 부러워서 그럽니다. 이게 지금 서울이 아니고 평양이었다면 하고 상상하면 눈물만 납니다. 아직 너무나 젊은데, 가슴에는 피가 펄펄 끓는데도 정작 아무 것도 못하고 도탄에 빠진 사랑하는 고향땅을 남겨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억울해서 그럽니다.



분노해 떨쳐나선 군중의 하나 된 힘은 정말 큽니다. 그 큰 힘을 지금 세계가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국제부 기자라 보니 벌써 한 달 가까이 중동의 민주화 시위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을 합니다. 뜌니지에서 23년 집권한 독재자가 민중의 시위로 한 달도 안 돼 도망가고, 애급에서도 30년 집권한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졌습니다. 민주화 시위는 지금 이란, 예멘, 바레인, 알제리 등 중동 전역에서 벌어집니다.



그걸 보면서 여기선 북에서도 저런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북에서 살아본 저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제가 거기서 하고 말지 이렇게 탈북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중동국가들은 독재국가가 맞지만 북조선의 환경에 비하면 발뒤축도 따라오지 못합니다. 그 나라들엔 그래도 외부와 연결된 인터넷도 있고 해외여행도 자유롭습니다. 시위해도 쏴죽이지도 않고 군대도 중립을 지킵니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가족까지 다 관리소로 끌려가는 그런 상상 못할 공포의 독재는 없습니다.



아무리 현실은 그렇다 해도 꿈도 꾸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중동을 보면서 저는 역사의 필연을 온몸으로 느낍니다. 저는 평양에서도 마음대로 시위를 할 수 있는 날이 꼭 올 것임을 확신합니다. 제 느낌엔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군과 대치한 평양 시위대의 맨 앞줄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깨를 겯고 ‘산자여 따르라’를 부르는 상상을 해보니 또 눈물이 나려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주성하의 서울살이] 주성하 : 탈북기자

댓글목록

검은바다님의 댓글

검은바다 작성일

그런 날이 머지 않아 올것으로 믿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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