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과 속이 다른 ‘과대포장’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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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풍자 작성일11-01-27 21:41 조회1,760회 댓글2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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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친지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다. 건강식품세트였는데, 보기에도 큼직하려니와 묵직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물은 포장에 비해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성의로 받은 선물이니, 품목이나 가격은 다음 문제다. 보다 큰 문제는 제품을 판매한 회사의 ‘눈 가리고 아옹’식 包裝術이다.
우리나라 포장처럼 겉과 속이 다른 나라가 또 있을까? 아마도 한국인 특유의 虛禮虛飾이 조장한 사회의 나쁜 관행중의 하나이겠지만, 참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퍼뜩 스쳐갔다. 사실 속으로는 ‘이런 죽일 놈들!’하며 분통이 터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사회의 ‘誇大포장’은 비단 슈퍼마켓에 진열된 상품들뿐만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글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煽情的인 제목들로 스쳐가는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보자는 식이다. 여기저기서 마구잡이식 ‘낚시 타이틀’이 횡행한다. 신종 전화사기 수법인 ‘보이스 피싱(Voice Fishing)’이 아니라, ‘아이 피싱(Eye Fishing)’이요, ‘클릭 피싱(Click Fishing)'이다.
그럴듯한 제목을 달아 손님을 유혹하는 글들을 클릭하고는 ‘이런! 이런!’하며 이마를 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반면에 제대로 된 글들은 겉으로 보기에도 언론사 보도기사 타이틀처럼, 딱딱하고 다소 常套的이기까지 하다. 그러니 흥미로운 분위기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 곳에 길들여진 손가락이란 놈이 쉽게 함정을 건드리고 마는 것이다.
아마 이곳을 찾는 많은 독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경솔한 손가락을 탓하기 전에 선정적이고 흥미로운 제목에 끌린 자신을 먼저 반성하곤 하지만, 그것도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럴 때면 매번 ‘참 별난 인간, 이런 언론들도 있구나!’하며 지나치고 말지만, 참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그보다 더한 ‘과대포장 지역’이 정치판이다. 그 사람만은 도덕적이고 청렴하고 흠이 없는 사람이라 믿었건만, 하루아침에 검찰에 불려가 수갑을 차고 마니 믿을 사람이 없는듯하다. 누구보다 자기관리에 엄격해야할 공직사회에서의 부정부패와 ‘모럴 해저드’를 지켜보면, 과대포장이 아니라 가히 ‘僞裝포장’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댓글목록
금강인님의 댓글
금강인 작성일도처에 그런 것이 만연된 사회입니다.
한가람님의 댓글
한가람 작성일
수출이 호조를 보이던 시절... 70년대던가, 그 후던가???
포장이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일조한다는 보고가 나오고,
그래서 "디자인포장센터"라는 기관까지 생긴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같은 제품도 포장에 따라 받는 값에 차이가 있다는걸 알고부터
우리 장사치들이 잽싸게 포장술에 눈을 돌렸습니다.
핵심은 좋은 물건에 걸맞는 포장으로 제값을 받자는 것이었는데,
받아들이기는 엉성한 물건도 포장으로 분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게 허례허식에 남다른 재능이 있는 우리 정서와 잘 맞아 떨어진 모양입니다.
차차 고쳐 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