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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그리고 아, 박정희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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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東素河 작성일10-12-29 04:39 조회1,773회 댓글1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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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그리고 아, 박정희 대통령!



나는 개를 참 좋아한다. 어쩌면 개가 나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개들은 장난기 있고 유머감각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지만 소는 인간을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동물이다. 가축 중에서 소만큼 순한 녀석이 어디 또 있을까.


생긴 것도 순하고 뻥 뚫린 콧구멍에 코뚜레를 걸고 물끄러미 쳐다볼 때나 긴 속눈썹에 그 큰 눈을 꿈뻑거릴 때는 그렇게 어질고 순해 보일 수가 없다. 물장구 치고 소 먹이던 어릴 때 덩치가 산만한 녀석이 나 같은 꼬마에게 고삐를 잡혀 느릿느릿 걸어갈 때는 너무 순해서 미련곰탱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는 부리기가 참 쉬워서 단어 세 개만 알면 된다. '이랴!' 하면 가고 '워워' 하면 서고 '떽!' 하면 하던 짓도 멈춘다.


대개 집에서 키우는 짐승은 주인을 닮는 법이다. 우리 집 소는 아버지를 닮아 성질이 엄청 별났는데 외양간 담을 무너뜨리거나 여물통을 뒤집어엎거나 뛰쳐나가 남의 고구마 밭을 작살내기가 일쑤였다. 소가 말썽을 피워서 아버지가 지게작대기를 들고 불~~ 달려가면 소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 구석으로 물러서며 진짜로 때리는 줄 알고 눈치를 살피곤 했다.


그렇게 별나던 우리 집 소도 눈치는 있었고 예의도 있었다. 편하게 누워 되새김질을 하고 있다가도 아버지가 가까이 다가가면 '또 어디 가려고 하는구나' 알아채고는 벌떡 일어섰다. 게다가 모성애도 지극했다. 애써 키운 새끼와 함께 멋도 모르고 우시장에 따라갔다가 새끼만 떼어놓고 돌아오면 어미소는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새끼를 찾으며 슬피 울었다.


농업이 기계화되기 전만 해도 소는 농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일꾼이었다. 소 한 마리는 장정 세 사람 몫을 거뜬히 한다. 논밭을 일구고, 써레질도 하고, 물건을 운반하기도 하고, 연자방아를 돌리기도 했다. 쇠똥은 좋은 퇴비가 되기도 한다. 소값이 제법 나가던 시절에는 1년쯤 키운 송아지 한 마리만 내다팔면 농가의 어지간한 대소사는 다 해결됐다. 자식들 시집장가 보내거나 대학에 보내거나 논밭을 사거나 집을 사는 일도 송아지 한 마리만 팔면 거의 다 해결될 일이었다.


나이 오십줄에 접어든 내가 어쩌다 텔리비젼에 박대통령이 비치면 나도 모르게 "야, 박정희다!" 하고 소리친다. 농촌을 지나갈 때도 소가 보이면 "야, 소다!" 하고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조수석에서 졸던 집사람을 깨워놓기 일쑤다.


박정희 대통령은 농촌 시찰을 나갈 때면 기분이 들떠 청와대를 나서기 전부터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린애처럼 좋아했다고 한다. 한번은 박대통령을 태운 차가 농촌길을 달리는데 길 가운데에 소가 버티고 앉아 비킬 생각도 없이 꿈쩍도 하지 않자 박대통령이 소에게 야단을 쳤다.


"야 임마. 내가 너희들 총재야!"

당시 민주공화당의 마스코트는 황소였다.


세간에는 역대 대통령을 패러디한 게 많은데 그중에 소에 관한 패러디도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서 소를 한 마리 사왔는데 박정희 대통령은 이 소를 어떻게 해야 농민들이 잘 살 수 있을까 궁리했고, 전두환 대통령은 소를 잡아먹어 버렸고, 노태우 대통령은 소를 끌어다가 집안 깊숙이 숨겨 버렸고, 김영삼 대통령은 소가 도망가 버렸고, 김대중 대통령은 소를 북한에 갖다 줘 버렸고, 노무현 대통령은 소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니 쌍커풀 수술 어디서 했노?" 라고 했단다.


농촌은 우리 모두 마음의 고향이다. 오늘 뉴스를 보니 구제역이 다시 번질 조짐이다. 자식 같은 소를 생매장해야 하는 농민들과 축산업자들의 속마음이 얼마나 타들어갈까. 소가 없는 농촌은 외할머니 없는 외가처럼 적막하고 쓸쓸하다. ... 에구 불쌍한 소들...... 불쌍한 서민들......구제역은 좀체로 잡힐 기미가 없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앉아 도산 안창호 선생까지 들먹여가며 팔자늘어진 4대강 립서비스만 하고 앉았다.


누구보다도 농민들의 마음을 다독일 줄 알았던 박대통령이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하고 있을까. 아마도 마음이 아파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농촌으로 달려가 농민들 손을 부여잡고 같이 울었을 것이다. 방역 현장으로 달려가 전쟁 치르듯 방역작업을 독려하고 있었을 것이다. 축사에 다가가 "야 임마, 내가 너희들 총재야. 힘내!" 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눈발 흩날리는 오늘 박대통령이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다. - 펌 : 고들빼기 -

댓글목록

東素河님의 댓글

東素河 작성일

신선하고 잔잔한 감동이 새벽안개처럼 밀려와
향수와 추억을 곁들인 자연속의 순한자로 둘러앉아
그때 그사람들 추억의 그사람들을 떠올리며 모신 글입니다.

장학포님의 댓글

장학포 작성일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저도 박정희 대통령을 이 시대를 보면서 한없이 울고싶습니다.

東素河님의 댓글

東素河 댓글의 댓글 작성일

기쁜일 슬픈일 다 흐르는 세월의 강에 흘려보내시고
새해에는 하얀 토끼털처럼 포근하고 상쾌한 한해가 되시기를...

강충경님의 댓글

강충경 작성일

그분은 마음과 행동으로 국민들을 아끼고 더나은 삶을 위해서 걱정하는
진정한 애국지도자 였음에 틀림 없습니다.
국민들은 언제 다시한번 박정희대통령 같은 걸출한 인물이 출현할지 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東素河님의 댓글

東素河 댓글의 댓글 작성일

애국은 멀리 있는게 아닌데
애국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닌데
그분은 몸소 실천하는 애국을 보여주었으니
세월이 흘러도 당시의 모습과 가슴뭉클함이 변함이 없는가 봅니다.

커피님의 댓글

커피 작성일

훈훈하면서도 절절한 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님의 글로 상쾌한 아침 시작합니다.

東素河님의 댓글

東素河 댓글의 댓글 작성일

겨울내내
따뜻한 커피처럼
몸도 마음도 포근하게 보내시기를...

기린아님의 댓글

기린아 작성일

훈훈한 글이였습니다. 소를 본지 너무 오래되었네요..

박대통령 시절에 살아본 적도 없지만 박대통령이 그립습니다.,.,.

東素河님의 댓글

東素河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래요,
박정희는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나 검소.소박해서 친근감이 느껴져요.
백성 먼저 다음이 아마 가족인 것 같아요.  어느 해 가뭄에 잠못이루다.. 비가 오자
한밤중에 논바닥에 몰래 퍼질러 앉아서 하늘보고 박장대소를 했다하니.. 정말 괜찮은 사람이지요?

기린아님의 댓글

기린아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제가 알기로는 박장대소가 아니라 펑펑 울었다고 들었는데요....
혹시 펑펑 운것 아닙니까?..??

systemgood님의 댓글

systemgood 작성일

황우석 교수도 어렸을때 홀어머니 혼자 황교수를 키우고 어렵게 살았답니다.
그때 가정을 꾸려갔던게 소때문이라고 그럽니다.

그래서 황교수가 어릴때 소의 눈을 보면서
소한테 "고맙다  내거 크면 너희 소에게 꼭 보답을 하리라"해서
나중에 커서 서울대 의대 갈수 있는 실력으로 수의대를 고집해서 수의대 들어가서
동네 소를 다 공짜로 고쳐주었다 합니다.

東素河님의 댓글

東素河 댓글의 댓글 작성일

정말, 소의 눈망울을 보면
둥글둥글 크다란 게 눈물을 흘릴듯 말듯한 까만 눈동자 속에는
세상의 온갖 고뇌와 슬픔이 다 들어있는 것처럼 보였으니..
그 당시 소는 가정의 희망이요 행복의 산실이였지요. 황박사도 부잔가 보네요? 소가 있으니...
시스템회원님! 어려운 가는 해 잘 보내시고 새해에는 건강과 행복과 행운이 가득가득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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