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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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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20 06:15 조회1,745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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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부두 노동자

 신문배달과 수금을 마치고 걸어서 영도다리를 건너 지사로 갈 때면 시청 뒤쪽 부두에서 물건을 내려 하역한 어마어마하게 많은 짐들을 목도질하여 옮기는 아저씨들과 초로의 할아버지들을 가끔 보았다. 신문독자 아저씨 몇 사람이 아침 일찍 나가면서 그쪽 부둣가로 수금하러 오라고 해 지사까지 가는 도중에 들렀다 가도 되기에 아저씨가 일하는 부두에 수금하러 가서 아저씨가 일을 마치거나 잠시 쉴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나는 그곳 하역 부두를 잊지 못한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그곳엔 처절한 우리나라 모든 남자 어른들의 애환이 다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신분과 업종을 가려가면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일하는 때가 아닌 시절이었다. 일거리가 있다면 거의 닥치는 대로 노동의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해야만 입에 풀칠이나 하게 되는 때였다.

‘내가 이래 뵈도 과거에 어떻고!’ 이런 것은 통하지 않는 시대 상황이었다. ‘체면이 밥 먹여 주나!’ 바로 그런 시대였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부지런히 일을 해야만 가족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고, 자기의 전공대로 일거리가 나서는 것도 아닌 시대였다.

어디에 일거리만 있다면 무조건 들고 뛰어가야 하는 시대였다. 대학원 다니던 청년이 목도질을 하고, 사장이 쌀장사를 하고 교사가 연탄가게를 열고 지게를 지고 배달을 나가던 때였다. 배고파 쫄쫄 굶는 가족들을 멀거니 보면서 병약자가 아닌 이상 방구석에 늘어져 있을 강심장의 남자들이 몇이나 될까?

6ㆍ25 직후는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생명을 걸고 살아나려고 달려드는 형편이었다. 지금 같으면 특수 운전기사가 지게차로 짐을 싣고 주르륵 왔다 갔다 하면 되지만 그 때는 육중한 하역물은 모두 목도질로 옮겼다. 아저씨가 일하던 부두는 엄청나게 무거운 짐들을 옮기는 곳이었다. 옮기는 짐 양쪽에 열 명씩 또는 열두 명씩 늘어서서 어깨에 목도질하는 길이 잘 나서 반들반들한 아주 굵은 목도나무를 목 위의 양 어깨에 메고 양손으로 목도를 움켜잡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는 옆에서 보는 어린 나였지만 너무도 안타까웠다. 호흡을 맞추는 부두 노동자들 소리는 너무도 애절하게 들렸다.

아저씨와 늙은 분들이 걷어붙인 바짓가랑이 아래 다 드러낸 장딴지가 기운을 너무 써서 금방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선창자 같은 오글오글한 핏줄이 피부에 끔찍하게 내비쳐 거기에 비지땀까지 흘러 반질반질하여 더 선명하게 보일 때는 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이가 많은 아저씨들이 가족을 위해 기운이 센 청년들 사이에 끼어 버티는 모습은 너무도 불쌍하게 보였다. 부두에는 일거리가 많아서 목도질하는 청장년 이외에 할아버지들이 많이 몰려 일하고 있었다. 서로 기운이 차이가 나면 목도질 균형이 흐트러져 금방 짐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작업에 낭패를 보기 때문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되는 정교함이 있었다. 그러기 위하여 모두 목도질을 하면서 합창하듯이 똑같은 소리를 내어 가면서 발을 맞춘다.

“허이야! 허이야! 허이야! 허이야!”

이렇게 소리를 함께 내고 떼어 놓는 발을 일제히 맞추고 짐을 한창 옮기다가 대장 아저씨가,

“쉬고오―!”, “놓고오―!”

하고 명령하면 모두들 똑같이 서고, 일제히 무릎을 천천히 굽히고 그 육중한 짐을 똑같이 내려놓는 것이다. 힘의 소모를 막기 위해 묵묵히 쉰다.

피난 와서 고생하는 집의 처자식을 생각해서 모진 고생을 감수하는 것이다. 아저씨들, 할아버지들 그리고 시장바닥에서 소리소리 지르면서 발버둥치는 아주머니 등 모든 사람들이 견뎌내는 삶 자체가 전쟁의 아픔을 이겨 나가 전혀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행복해 보고자 발버둥치는 것이었다.

누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지 따질 새도 없이 피해 다니고 죽거나 목숨을 연명함이 이렇게 처참하였던 것이다. 김일성은 우리 한반도에서 살아 있는 사람들을 피눈물 나게 몸살을 앓게 하면서 저는 호의호식하고 배에 기름기나 찌우고 떡하니 엉뚱하게 왕 노릇을 하려 들었음을 지하에서라도 통회하여야 할 것이다.

부두에서 목도질하는 아저씨를 만나러 갈 때는 점심시간 전후가 많은데 부두 바닥 노동판에 옹기종기 몰려 앉아 싸온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참으로 애달팠다. 어디 호의호식이었겠는가! 집에서 아주머니들이 정성스레 싸주시는 방구 잘나오고 배가 금방 꺼지는 보리밥은 그래도 고급이어서 좋다. 부두에서 날품 팔아 신문 값 줄 테니 오라고 하여 내가 부두 일터에 수금하러 간 아저씨는 가족도 없어 부둣가에 있는 노상의 밀가루 풀빵 구워 파는 곳에서 풀빵 몇 개로 끼니를 대충 때웠다.

나를 향해 씨익 웃으며 바지춤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어 신문대금을 주면서 “공부를 열심히 해서 꼭 성공해야지!”라고 격려해 주어서 참으로 고마웠다.

난리 때는 사람만 고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말 못하는 소와 말도 고생을 더 했다. 부두에서부터 큰길로 우마차로 짐을 나르는데 말과 소가 끄는 수레에 실은 짐이 산더미 같았다. 이 쌓인 짐을 커다란 황소 한 마리가 채찍을 맞으면서 주인이 고삐를 조이면 황소는 기운을 쓰며 앞발을 힘차게 내디딘다. 우람한 근육이 튀어 나오면서 앞으로 짐을 끌고 나가는데 코로 허연 김을 훅훅 몰아서 내뿜을 땐 커다랗고 선한 황소의 눈이 금방 튀어나올 것만 같이 충혈이 되어 기운을 쓰느라 부릅뜬 모습은 사람으로서 차마 안쓰러워서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나는 그 때부터 짐승을 함부로 마구 부리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입장이다. 순진한 소와 말들이 인간을 위하여 저렇게도 힘을 다해 쓰다가 종국에는 인간을 위하여 제 몸까지 다 내주고 말다니. 나는 가축들은 고마운 존재이고 소중한 이웃이라 생각했다. 짐승에게도 사람들이 잔인하지 않게 하고 어느 정도는 예의를 갖추고 대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신문 값 떼어먹고 없어지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이런 사람들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머니가 동네서 아는 분과 어울려 계를 하였는데 삯바느질로 모은 돈을 절약해서 곗돈으로 넣고 돌아가면서 순서대로 탈 때가 되면 계 주도하는 왕초 아주머니가 몽땅 떼어먹고 자취를 감추고 달아나는 일도 빈번해 어머니는 그 이후 평생 계라는 것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저질러 놓고는 줄행랑을 치면 모두가 해결된다는 철면피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도 주위에 많았다. 1957년 6․25 이후 피난민 시절 야간 고등학교 1학년은 내 일생에서 삶의 의미를 올바르게 배우는 중요한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1965년 군 제대 후 복학하고 그 해 겨울 같은 과 학생들과 서울역 앞 후암동 쪽에 있는 신문배달 학생들만 모여 사는 불우시설에 나가 야학 비슷한 성격의 장소에서 봉사하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1968년에도 남영동에서 야학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1997년 내가 쉰일곱 살일 때, 어린 시절 고생할 때 이웃에게 봉사하던 사람들 생각이 문득 문득 나서 성동구의 자양중학교에 근무할 때 집으로 바로 퇴근하지 않고 2호선 전철을 타고 야간에는 영등포 지역에 있는 돈보스꼬 청소년 직업학교에 나가 불우한 고학생을 무료봉사로 가르치면서 그들과 함께 시간을 같이 지낸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6ㆍ25 당시의 고생하던 일들이 주마등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주간에 각종 일들을 하고 야간에 배우겠다고 눈이 초롱초롱한 어린 학생들을 보면 옛 생각이 나서 눈물도 많이 흘렸고 이들 때문에 나는 또 새로운 삶의 용기도 생겨났었다.(계속)

댓글목록

기린아님의 댓글

기린아 작성일

마지막 구절을 읽고 화곡 김찬수님 참 대단하신 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시스템클럽엔 좋은 분들이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김찬수님께 찬사를 보냅니다!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목도! ,,. 이거 해보지 않.못한 분들 아마도 무척 많을 겁니다. 목도가 뭔지조차도 모르는 분들도, 毋論(무론), 있을 게고요. ,,. 2인 목도! 4인 목도! ,,.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들과 함게 목도를 메면 죽어납니다. 까딱하면 허리 병신되기 쉽상이고요.
언, 1롬이라도 요령 피우면 다른 사람 나머지가 여지없이 부담으로 돌아가고! ,,.
마치 ' ₃청 교육대' 목봉(木捧) 체조 훈련하는 것처럼,,.
피란 시절, 임시 首都 부산에서의 부두 노동자들의 삶! 고단한 생활 단면을 실감나게 묘사! ,,.
지금은 목도를 메는 걸 보기조차 힘듭니다. 봄에, 養描長(양묘장)의  큰 나무를 캐서 移植(이식)코져할 때, 뿌리를 둥글게 하여 묶은 뒤, 목도를 메서, Excavater{굴착기}, Crane{크레인) 등으로 차량에 積載(적재)할 장소로 이동시킬 적에나,,.

하여간 '금 일쎄이'롬의 민족에 지은 죗과는 잊을려야 잊을 수가 없겠는데도, 이런 걸 대구만 망각케하려 시도하죠, 빨갱이롬들은! ,,.

'과거를 회상키보다는, 즐거울 앞날의 희망만을 생각하자!' 면서 변소에 써놓은 곳도 있어요. ,,.
요런 롬들 거의가 고도의 心理戰을 펴는 빨갱이라고 보면 됨! ,,.
빠드~득! 모조리 쥑여벼리거나, 격리시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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