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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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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18 07:24 조회1,73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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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신문배달 고학생

 그 이후도 너무나 가난하여 끼니도 제대로 때우지 못하면서도 걸어서 그 먼 보수동의 야간학교를 다녔고 성실한 내 친구 상일이는 수소문하여 새벽에 동아일보 신문배달을 시작하였다. 자갈치 시장과 남포동 일대가 담당이었고 조금 있다가 나도 상일이에게 부탁하여 같은 신문을 배달했는데 내 구역은 대평동 바닷가 동네 전 지역이었다.

처음 신문배달을 시작할 때는 나도 용돈을 벌어 가면서 열심히 공부해야지 하는 결심으로 멋도 좀 내 보려는 기분이었는데 막상 시작해 놓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우선 책임감이 뒤따르는데 한번 약속을 해놓고 내 자신이 뛰어드니 내가 다부지게 마음 고쳐먹어야 할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때 사회가 어떠하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하여 눈이 떠졌다고 말할 수 있다.

제일 기억나는 것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모든 국민들이 국부라 하여 공경하였는데, 이승만 대통령을 모시고 다니는 주변 참모들이 못되어서 어려운 사회상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하고 대책을 잘 세워 정치를 잘할 생각을 않고 대통령의 비위만 맞추려고 엉뚱하게 나라 정치가 잘되어 간다고 비위를 맞추어 기쁘게만 해드리는 식으로 보고만 하였다 했다.

한 가지 예로 나의 친척 되는 아저씨가 자갈치 시장에서 쌀장사를 하였는데, 당시 쌀이면 금보다는 못하지만 아주 귀한 것이고 비싸기가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이 민정 시찰을 나온다 하면 참모들이 전날 미리 시장바닥에 먼저 나와서 대통령께서 쌀값을 물으면 쌀값을 낮추어 싼값으로 얼마 얼마로 대답하여라 라고 조작하는 판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국민들의 생활고 현실과 훌륭한 대통령 사이에서 대통령 측근들이 이를테면 이간질을 놓는 격이 되어 나이 많으신 대통령의 통치역량을 흐리게 유도하였다 한다. 세상의 밑바닥에 대하여 세세히 모르는 대통령이 측근들의 잘 되어간다는 보고만 받고 기쁜 마음에 수하가 일러주는 대로 엉뚱하게 국민들 앞에서 감도 잡히지 않는 담화만을 하여 존경하던 대통령이 뭐 저런가 하여 국민들이 점차로 대통령을 신뢰하지 않는 풍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라 정치가 아부꾼들에 의하여 삽시간에 무너지는 방향으로 나갔던 것이다. 이때가 자유당 정치인들의 농간이 점차로 극에 달하는 시기였다.

나는 이렇게 신문배달을 하면서 그 당시의 혼란한 사회상과 정치 흐름도 점차로 알게 된 것이다. 나는 신문배달을 열심히 했는데, 내가 성실해야 함은 우선 동아일보 지사에 소개시켜 준 상일이에 대한 약속 이행이었다. 상일이는 성실하고 책임감도 강하여 신문지국의 상(尙)씨 성이신 지사장의 신뢰가 대단하였다. 선배들도 아주 신임하는 그런 위치였기 때문에 나도 어설프게 임했다가는 친구 위신에 피해 줄까 보아 그것이 크게 조심스러웠다.

새벽 신문배달을 나가게 되니까 야간학교 마치고 집에 오면 거의 자정인데 녹초가 되었다. 자다가 새벽 3시 반 정도는 일어나야 걸어서 해안길을 따라 영도다리까지 급히 걸어도 꽤 시간이 걸리곤 했는데 당시는 통행금지가 새벽 4시에 해제되기 때문에 더 일찍 집에서 나설 수도 없고 또 고단하여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여 매일 새벽 할머니가 손자 깨우느라 애를 쓰게 만들어 드린 경우가 되었다. 스스로 떳떳하게 제 일을 챙겨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알게 된 것이다.

신문배달은 당시의 나에게 어떤 일에 대해 임하는 자세와 책임감을 느끼게 해주었는데, 새벽에 독자들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면 열일을 제쳐 놓고라도 반드시 배달에 임해야 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정확한 신문배달은 신문사의 명예와 관계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그날 하루를 시작하는 기쁨을 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좋은 소식 좋은 글이 게재되었더라도 그날 독자에게 정확하게 배달되지 않으면 신문의 생명력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적인 일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니 아무 곳에서나 나태하고 태만한 행동을 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함부로 말하는 것도 삼가는 법을 배웠고 형이나 동료 고학생들과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내가 다니는 동아일보 지국은 부산 본역 앞 국제극장 옆 높은 축대, 유명한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40계단 층층대 위 길 건너 2층집에 있었다. 새벽 4시 반에 부산 본역에서 싣고 온 신문을 삼륜차에서 내리면 40계단 아래에서 대기하던 우리들은 그 즉시 커다란 신문 뭉치를 어깨에 메고 단숨에 지사 2층 건물로 올라가 널찍한 마룻바닥에 각기 펼쳐 놓고 신문을 오늘날의 기계로 접은 모양과 똑같이 수동으로 접기 시작하는 것이다. 일부는 기계로 잘 접어서 오지만 나머지 신문 거의가 수동으로 접어야 할 분량이었다.

이 신문지를 접기 시작하는 동료들의 동작은 볼 만하였다. 선배들은 신문을 얼마나 빨리 잘 접고 또 비뚤지 않게 접는지 예술에 가까운 동작들이었다. 전문성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나는 그 때서야 알았다. 나도 한동안 어설프게 접다가 나중에는 선배 형들처럼 잘 접고 또 배달할 신문 분량을 세는 데도 아주 선수가 되었다.

후일 직장에서 근무할 때 프린트 물 취급할 경우가 많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신문 세던 버릇이 있어서 A4 용지 한 권 분량도 삽시간에 정확하게 세곤 했다. 두툼한 종이뭉치를 남보다 빨리 정확하게 헤아리는 데는 타인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다.

방법은 이러하다. 쌓인 종이뭉치 오른쪽 끝을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꼭 잡고 왼쪽 방향으로 뒤집듯 비틀면 싸여진 종이뭉치 오른쪽 날들의 간격이 띄엄띄엄 세기 쉽게 세워져서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한 번에 다섯 장씩 헤어나가는 방법이다. 익숙해지면 엄청나게 빠른 동작으로 간단히 종이 세는 것이 해결된다. 학교에 재직할 때 필경을 교사들이 직접 할 시절에 프린트 된 시험지를 능숙히 처리하니까 동료들이 어디서 배운 솜씨냐고 놀라서 묻곤 하였다. 바로 열일곱 살 되던 해에 신문 배달할 때 배운 솜씨를 나는 평생토록 써먹는 셈이다.

월말이 되어 수금 때가 되면 지사에서 찰떡을 준비하여 배달원에게 제공한다. 그때의 콩가루 묻힌 찰떡은 참으로 맛이 있었고 허기진 배를 달래기에 충분하였다. 거리를 지날 때면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어른 손바닥보다 큰 풀빵도 가끔 사 먹었는데 그 풀빵 맛은 아직도 잊지를 못한다. 수금할 때 제일 골치 아픈 것은 신문 값을 몇 달치씩 떼어먹고는 온다 간다 말도 없이 사라진 구독자들과 몇 달치의 신문 값을 내지 않고 버티면서 왜 신문 늦게 가지고 오느냐고 호통을 치는 아저씨들이었다.

‘벼룩이 간을 내먹지 신문배달하면서 고학하는 어린 학생 봉급을 떼어먹고 달아나다니! 신문을 안 보고 말지!’ 하는 생각도 하였다. 당시에 신문 배달하는 고학생의 월급 처리는 일정금액을 지사에 납부하고 나머지 잘 내지 않는 독자들의 구독료를 걷어서 배달 학생의 봉급 몫으로 정했다. 때문에 남포동이나 자갈치 광복동 등 상업권에 있는 배달 구역은 수금이 잘되어 아주 좋았으나 나같이 비 상업지역 어려운 해변 주택에 있는 동네 담당은 매달 신문구독료 납부 지체 독자들과 흔적도 없이 떼먹고 줄행랑을 놓는 독자들 때문에 내 봉급은 매달 적자인 형편이어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 알량한 신문배달 고학생의 월급은 매달 늘지 않아 마음고생도 많았다.

어떤 집에서는 내가 배달을 가든지 수금을 하러 가면 미리 수금 날짜를 기다리고 있다가 대문 앞까지 나오셔서 얼른 신문을 받고 신문 대금을 손에 쥐어 주면서 내 어깨를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는 아저씨들이나 할아버지 아주머니들도 있었는데 대부분 가족을 이북에 두고 오신 이북에서 피난 온 분들이었다. 그리고 고생이 많다고 하면서 배고플 때 먹으라고 가끔 떡을 싸 주는 인정 많은 아주머니들도 있었다. 명절 때는 방에 들어와서 음식을 먹고 가라고 하여 신문을 다 돌리고 그 댁에 다시 가서 감사히 먹고 온 때도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을 많이도 만났다.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서 하던 일이 더욱 잘되는 것 같았다.(계속)

 

댓글목록

正道님의 댓글

正道 작성일

많은 사람들에게 이산의 슬픔을 안겨주고 삶에 고통을 안겨다준 6.25. 우리는 절대 잊지말아야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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