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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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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17 05:57 조회1,850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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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사춘기(2).

1957년 2월인가 어느 날 겨울방학 끝날 무렵 나는 장차 교사가 되려는 꿈을 가지고 부산사범학교에 지원하여 입학시험을 보았는데 보기 좋게 미끄러졌다. 원인 분석을 하자면 학업 실력이 모자랐던 것이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사범학교 지원생이 너무도 많아 경쟁률이 대단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곳에 입학하면 수업료 등 모든 공납금을 내지 않아 편하게 공부할 수 있고, 또 열심히 공부하면 초등학교 선생도 될 수 있었는데 하며 참으로 아쉬웠고 열등의식만 한 아름 안고 말았다.

다니던 학교의 고등학교 주간반이 없어지고 야간 고등학교반만 있게 되었는데 나는 아버지가 근무하는 학교란 이유로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공부할 수 있는 점이 있어서 다른 학교 선택의 여지도 없이 청구고등학교 야간부에 다녔다. 친구 상일이도 수업료를 면제받는 장학생 조건으로 같은 야간학교에 다녔다. 그 후 그는 서대신동에 있는 동아고등학교 야간부로 전학 가 거기서 열심히 공부하여 우리나라에서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합격하였다. 그 후 평생 교직에 봉직하고 교장으로 경력이 쌓인 뒤엔 교육계의 모범이 된 교육자라 하여 서울에서도 요직인 곳의 교육장에 임명되어 큰 소임까지 거뜬히 수행했다.

그의 아버지는 1956년 겨울 오랫동안 병환으로 고생하다가 청학동에서 조선소로 넘어가는 언덕길 오른쪽 천막촌 꼭대기 나지막한 텐트 움막집에서 온 가족의 간호도 헛되이 애석하게도 세상을 떠났다. 친구의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어린 동생의 쓸쓸하고 추운 겨울은 더 추웠고 그 해 부산항구 바닷바람은 잔인하리만큼 매서웠다.

상일이와 나는 1월 중순 한겨울 커다란 주전자 하나를 들고 청학동에서 동삼동으로 넘어가는 길 왼쪽 아래 벼랑길을 내려가 바닷가에서 돌 바위를 들춰가면서 고동, 해초 그리고 방게를 잡았다. 집에 가지고 와서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끓여먹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나와 상일이는 맑은 바닷물을 내려다보다가 바닷물 속에서 물결과 같이 일렁이는 제법 크게 자란 미역이 많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서로 무언의 눈짓이 통하였던지 우리는 아무도 없는 해변 주변을 다시 돌아보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들어가 따자’ 하면서 거의 동시에 옷을 홀라당 벗고 바닷물 속으로 갑자기 뛰어들었다.

몇 번의 자맥질을 해가면서 미역을 뜯었는데 미끈미끈한 미역이 잘 뜯어지지를 않았다. 전후좌우를 돌볼 새도 없이 싱싱한 미역이 탐이 나서 뛰어들었는데 한겨울에도 가장 추운 그 때의 겨울바람이 우리를 가만 놔둘 리 없었다. 추위가 몰려드는데 이건 보통이 아니었다. 봄부터 가을까지 많이도 노닐던 곳이지만 한겨울의 우리들 동심의 장소는 그게 아니었다. 엉덩이부터 시려 들어오는데 흡사 살점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이 시렸다. 시리다 못하여 통증까지 느껴졌다. 앞 배 아래 부분도 거의 동시에 시려 오는데 몹시 오그라들어 아플 정도였고 땡글땡글한 것이 떨어져 나가는 듯이 고통스러웠다. 차라리 물 안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것이 덜 시렸다.

나는 너무도 추워 옷 벗은 곳으로 얼른 나오고 싶었는데 상일이는 연신 자맥질을 몇 차례 더하면서 열심히 미역을 땄다. 따낸 미역을 돌 바위에 던져 놓은 채 우리는 사시나무 떨 듯이 오들오들 떨면서 옷을 주워 입었다. 누가 시킨다면 한 겨울에 그렇게 했을 리 없었는데 스스로 한 행동으로 도전하는 용기가 대단하였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미련하기가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여담이지만 후일 우리가 서울에 와서 공부할 때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그때의 일을 얘기하고 한바탕 웃었다. 또 고생스럽던 생각을 하고 서로 마주보고 눈물도 흘렸다. 상일이와 나는 그 해 겨울 추운 바닷물 속 미역 뜯는 경황 속에서,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무심코 홀딱 벗은 아랫도리를 내려다보다가 지난 가을과는 다른 나를 발견하였다. 사춘기의 성징이 내려다보이는 신체 아랫부분에 나타났던 것이다.

나는 평소와 다르게 변해 있는 사실을 알았다. “그 때 처음 발견하고 부끄러워서 너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하니 내 친구도 그 때 처음으로 확인하고 그도 그런 심정이었다 하면서 그 때의 똑같이 느낀 마음가짐 때문에 손바닥을 치면서 쑥스럽지만 재미있게 웃으면서 회상했던 적이 있다.

언젠가 강원도 춘천이 고향인 소설가 이외수씨가 방송 대담에 나와서 그분이 소설을 쓸 때 경험 없는 묘사는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주제로 ‘춥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하여 한겨울 밤중에 홀딱 벗고 양재기 들고 나가 대문간 앞에 웅크리고 서 있으니 갑자기 무섭게 추위가 밀려와 몸에 닿아 느껴지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아래위 이빨을 다다닥 부딪쳐 가면서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가 추위에 대한 묘사의 글을 썼는데 술술 잘 써지더라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피난시절의 이런 경험을 한 나이기에 나는 소설가 이외수씨의 말에 공감하는 손뼉을 쳤다. 이렇게 친구와 나 우리 둘은 그 해 겨울 가난한 피난생활 가운데 추운 바닷물 속에서 미역을 뜯어가면서 발가벗고 비밀스럽지만 재미있게 사춘기를 뛰어넘었다. (계속)

 

댓글목록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경남 거제도에 이은 2번째 피란 시절이던 곳 부산! 저도 1988년도 예편 후 부산에 있을 적에 영도섬 동삼동에 가 본 적있읍니다. 파아란 바닷물이 내려다 뵈는 절벽! '자살 바위'라는 이름이 있는,,. 살기는 어려운데 경치는 너무나도 빼어난지라 그만 심적으로 우울감이 돌연 일어서 죽는 사람이 많았다는 곳! ,,. 이게 다 슬픈 일입니다, 배고픈 데에서 야기되었던! ,,.

却說(각설)코요; 소설가 '이 외수'를 전 아예 모르던 사람인데, 몇 년전 이곳 춘천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의 북한강과 만나서 끝나는 孔之川(공지천) 건너편의 공원 울타리 망에 그의 얼골이 사진에 있어서 ,,.

내종에 알고보니 그는 고향이 춘천이 아니고 경남 고성(?) 인가 어디인데, 춘천 교육대학을 졸업한 것일 뿐이며, 時方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 봉오리 3거리(?), 다목리 3거리(?), 어딘가에 산다는데,,.
뱃떼지 기름져 부른 롬이 추위 실험! ,,.

그 곳들은 공히 천주교 '이 종창' 신부님 - - - 땅굴 탐사 33년 총정리{2년 전 경 발행, 도서출판 들숨 날숨, \ 8000원} 책자를 발행하셨고, 제2땅굴을 발견하는데 결정적인 공헌ㅁ을 하셔서 '박'통 때 민간인으로 무공훈장 ㅈ베4등급 '화랑'무공훈장을 수훈하신 분 - - - 의 그 책에 보면 남침 땅굴 출구가 뚜렷하게 축선을 명시하고 방위각까지 명시되어져진 곳입니다만,,. 왜 거기와서 사는지,,. 좌파로 압니다! 추악한! ,,.
그가 지은 도서가 이곳 춘천 중앙도서관 및 춘천시립도서관에도 여러게 있는 것 같던데,,.
한심한,,. '김 찬수' 교감선생님께서도 그 자에게 모르시고 공감하셨었겠죠만,,. ^*^

하여간 이상하고도 야릇하며 '박'통을 은근히 비하하는 작가들이 많아요. 주로 문과 출신들이죠! ,,.

아칙부터 분위기가 좀 삐딱해질 수 밖에 없어진 제가 좀 죄송하게 여겨지기도,,. ^*^ 그럼,,. 여불비 례, 총총.

김찬수님의 댓글

김찬수 작성일

이이수의 좌파짓 언동은 참으로 꼴사납습니다. 저는 그를 애시당초 모르지만 혹 지나칠때도 철저히 외면하고 지금까지 먼발치 있어도 말도 건너본 적이 없지요. 의식이 고약한 줄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正道님의 댓글

正道 댓글의 댓글 작성일

선생님.넘 심려치 마시옵소서..걸레는 빨아도 걸레.  많은사람이 공감 합니다 뒈-져버린 대중. 무현이 살아 날수 없드시 박정희대통령를 존경하는 척 하며. 박통이라 부르는 자글  모두 좌파종북세력. 때려 잡아야 할 사람들이나가? 공안부서. 국군기무사에 기대를 걸어 봅니다 화곡선샘님.걸레는 빨아도 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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