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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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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08 08:30 조회2,037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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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영도다리 아래 점보는 집

 1957년, 내가 열일곱 살 때 동아일보 신문배달을 했다. 시청 쪽에서 영도다리를 건너 대평동으로 갈 때 영도다리 근처에 새벽부터 술이 취해 늘어져 있는 사람들을 많이도 보았다. 단순한 취객으로 보면 그만이지만 고단한 피난민들의 애환을 떠올려 보면 그들이 쓰러져 있던 모습은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영도다리 난간 위에서 바닷물로 뛰어 내리는 자살 사건도 꽤나 많았다. 오죽하면 6ㆍ25 전쟁 통에 남쪽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영도다리 난간 위에서 고향과 가족들을 그리다 못하여 목숨을 던졌겠는가? 슬픔이 가득히 얽혀 있는 영도다리이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영도다리 바로 밑에는 점(占) 보는 집이 아주 많았다. 유명 점술가들이 다 모였다고 할 정도로 많았었는데, 답답한 심사를 달래고자 피난민들의 오가는 사람들이 점을 보는 집마다 줄을 지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대개 점 보러 오는 이들의 공통된 궁금증이 요즈음 같으면 돈을 잘 벌 수 있겠느냐, 남녀 결혼사유가 어떠한 것이냐 등 대개 생활윤택을 위한 것이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언제 통일이 되느냐?”와 “언제 우리 국군이 6ㆍ25를 일으킨 김일성을 쳐 죽이고 우리가 고향마을에 가게 되느냐”와 “부모, 자식, 아내, 남편이 살아 있느냐 죽었느냐?”가 점괘 보는 주된 관심사였다고 한다.

김일성이 저지른 커다란 전쟁의 후유증이 이렇게 서민들의 애환 속에 가슴을 멍들게 한 것이다. 땅을 치고 통곡해도 시원한 구석이 한 군데도 없는 시절이었다.

이웃에 예배당에 나가는 평안도 할머니가 있었는데 하도 답답하여서 영도다리 점보는 집엘 자식들 몰래 가셨다가 점을 보니 곧 통일이 된다고 하면서 오더니 얼굴에 희색이 가득한 모습으로 나의 할머니를 보고 찬수 할머니도 점을 한번 보라고 하였다. 얼마나 답답하였으면 개신교 신자였던 그 분이 언제 통일이 되어 가족 만나게 될까 하고 점집에 갔다가 그 점쟁이가 영험하다면서 할머니 보고도 점 한번 보라고 권유까지 하였겠는가……. 그때가 벌써 50년 전이다.

해방 후 61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정치가들이 국민들 앞에서 정치 잘하겠다고 하면서 구체적으로 통일할 생각은커녕 통일을 핑계로 임의대로 사회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드는 듯한 현실은 심히 두렵기만 하다.

 

74. 상표 없는 밀가루 포대

부산 초량역 앞이나 부산진역 앞 등은 매일같이 사람들로 붐볐다. 어른들 말에 의하면 부산에서 대구까지 고향 가는 사람들의 이삿짐 보따리가 피난 내려올 때처럼 이어졌다고 했다. 보따리 싸들고 이고 개찰구로 드나드는 사람들로 매일같이 붐볐고, 이별을 슬퍼해서 눈물짓는 광경은 수시로 구경할 수 있었다.

수복 후 이제는 이북과 휴전상태여서 싸움은 멈춘 상태라고 인식되어 고향으로 고향으로 물밀 듯이 열차타고 올라가는 귀향행렬이 있었다. 하지만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 강원도 북부 피난민들은 갈 곳이 없었던 것이다. 역 광장 앞엔 고향에 못 가서 서럽고 그리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여 애타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술에 취하여 늘어져 있었다.

그저 남들이 고향으로 향하는 모습만 멀거니 보면서 부러워했고, 그 때부터 통일이 언제 오는지 빨리 이북으로 쳐 올라가서 김일성 패거리를 몰아내고 그리운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될 날은 언제인가 하면서 이제껏 기다렸다. 56년의 한 많은 그 긴 세월 속엔 그렇게 슬픔의 피멍이 들어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역사서 저술을 하는 사이사이에 민주신보(후일 폐간)에 선열비록(先烈秘錄), 민속기담(民俗奇談) 이란 역사 인물과 풍속에 관한 연재물을 기고하였다. 가끔 나에게 신문사 편집국장에게 가서 원고료를 받아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하굣길에 신문사 편집국장 아저씨 옆에 오래도록 기다려 경리과에 가서 원고료를 받았다.

민주신보 편집국장 아저씨가 추운 방 책상 앞에 앉아서 원고를 쓰는데 추워서인지 습관이 되어선지 왼쪽 발을 달달달 떨면서 콧물 방울이 코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금방 떨어질 것 같은데 그래도 원고에 온 정신을 집중하던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던 생각이 난다.

아버지 글의 원고료를 타라는 통지가 경리과에서 오면 편집국장 아저씨가 반색을 하면서,

“찬수야! 오늘은 참 운이 좋다. 경리과에서 돈 타러 오라고 선선히 연락을 하니 나도 기쁘다”

라고 했다. 당시의 신문사는 작가들의 원고료도 못 줄 정도로 가난한 가운데서 신문을 내고 있었다. 원고료를 타면 나는 바로 국제시장으로 올라가서 밀가루를 샀다. 어머니가 일러주는 대로 가게에서 가장 싼 상표도 없는 밀가루 한 포대를 사서 둘러메고 늦게야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상표가 없는 가장 싼 밀가루! 반죽을 하여 수제비를 만들어 온 가족이 빙 둘러앉아 먹을라치면 수제비 색깔이 거무스레하였고 모래가 지금지금 씹히는 것이었는데 온 가족이 배가 고픈 때라 그것도 일등 음식이어서 국물까지 훌훌 불면서 다 마시고 더 먹었으면 하였다. 한참 성장기인 나는 돌멩이라도 소화시킬 수 있는 때였고, 동생들은 배가 고파서 끼니때마다 절절 매었으나 어찌할 수 없는 삶이었다.

이런 자식들을 매일같이 보는 할머니와 부모의 마음이 과연 어떠하였겠는가? 게다가 그뿐인가. 나의 친구들이 매일같이 우리 집에 와서 내가 먹는 밀가루 반죽 수제비를 같이 나누어 먹곤 할 때가 많아 그 인자하고 나누기를 좋아하는 할머니가 “친구에게 갈라주어 너도 못 먹고 하여 배고플 터인데 앞으론 친구들 데리고 오지 말라” 고 조용히 일러 말씀할 정도였다.(계속)

 

댓글목록

正道님의 댓글

正道 작성일

부모가 날. 잘먹이고. 잘입히고, 잘기르켰으면. 이고생은 안할텐데...동창모임에서 자주 든는 이야기중에 하나입니다~`세상에 어느부모가 남, 자식보다 더 잘먹이고 입히고 가르키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겠습니까? ,우리 부모를 이해하고 존경합시다~~`  "그때는 그래도 이웃간에 정이 있어 힘든줄 몰랐지"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제목: 경상도 아가씨 / 가수: 박재홍 / 앨범: (1969) 노래따라 삼천리 제2집 其 2 / 가사: kbg1948님제공
손 로원 작사, 이 재호 작곡 / 1950년도 말 경.

http://www.gayo114.com/p.asp?c=6781791880

40계단 층층대에 앉아우는 나그네 울지말고 속시원히 말 좀 하세요
피난살이 처량스러 동정하는 판자집에 경상도 아가씨가 애처러워 묻는구나
그래도 대답없이 슬피 우는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고향 길이 틀 때까지 국제시장 거리에 담배장사 하더래도 살아보세요
정이 들면 부산항도 내가 살던 정든 산천 경상도 아가씨가 두 손목을 잡는구나
그래도 뼈에 맺힌 내 고장이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영도다리 난간우에 조각달이 뜨거든 안타까운 고향 얘기 들려주세요
복사꽃이 피던 날 밤 옷소매를 부여잡던 경상도 아가씨가 서러워서 우는구나
그래도 잊지못할 가고싶은 이북 고향 언제 가려나
* 대사 : 사미자, 고은정
+++

제가 전역 후, 부산에서 1989년도 경, 그 유명한 부산 동구 초량동, 중구 영주동 어간의 중앙동 입구에 있는 '40계단'에 가봤는데,,. ^*^ 아무리 계단 숫자를 세봐도, 오도리 빠{踊場(용장),  おとる ぱ, 계단 중간에 있는 약간 넓은 터}를 2개 3개를 빼도 40계단이 넘던데요. ^^*

무슨 일이 있어서 '금 뒈쥬ㅣㅇ'롬 초기 경, 다시 가보니 그곳을 대대적으로 환경을 개선, 名소(명소)로 만들었더군요. 하여간 상무대에서 전역한 뒤 부산 동구 초량동에 살던 경험이 아주 좋은 추억이 되었죠. 남구 대연동 UN군 공동 묘지, 그 유명한 '박'통이 근무하셨던 '부산군수기지사령부{예비군 동원 훈련 입소, 보병 소령이 부족하다면서 전역한 해에도 동원 지정, 입소!}', 1952년도 정치 파동 시 중장 '원 용덕' 헌병 총사령관 주도하의 연산동 헌병대, 대청동 대청 공원, 광주 조선대 처럼 빨갱이들이 많은 동아대 계곡, 서구 대신동 법원 뒤 미로 같은 3층 건물 임시 피란 수도 대통령 집무실 관저, 중구 광복동 피란민 판잣집 ㅡ ㅡ ㅡ 이곳은 워낙 산꼭대기집이라 옛 모습(?)을 고대로 간직(?),,.

국제 시장, 깡통시장, 자갈치 시장, 송도 해수욕장{강원도 강릉 경포대만 보던 나는 그 송도 해수욕장 바닷가를 보고는 두번 다시 보고프질 않더군요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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