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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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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05 04:38 조회1,802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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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독립운동가 후예

 한 동안 서울에 다녀온 뒤에는 최의준 선생은 반드시 나의 아버지를 찾았다. 때로는 참으로 오랫동안 서울에 머물다 오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에 가서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팔을 걷어붙이면서 아버지에게 전부 다 말하였다. 방이 좁으니 나도 옆에서 안 들을 수가 없었다. 의준(義駿) 선생이 서울에 가서 한 일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분과 그분들의 자손들이 참여하는 친목 모임 결성과 후생에 관한 것이었다.

가칭 선열유족회(先烈遺族會)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였는데 후일 보사부에서 정식으로 인가가 나서 부회장직을 맡아 3년간 활동하다가 부당한 이익과 자리 싸움질만 추구하는 이상한 모리배꾼들과의 부닥침이 자주 있어 여기에 크게 상심하여 부회장 직위를 내놓았다. 영도 청학동에서 오리만 키우겠다고 하면서 아예 내려왔는데 지금의 광복회와는 연관이 없는 그 전에 있었던 단체라고 생각된다.

최의준 선생이 처음에 선열유족회를 결성할 때에 일제시대에 수많은 독립운동 단체에 비밀리에 독립자금을 조달한, 겉으로는 좀처럼 나서지 않는 거대한 후원자로 유명한 독립운동의 거목 장형(張炯) 선생(단국대학교 설립자)과 의논하고 장형선생의 지원을 받아 시작하였다. 당시 보사부에서 작성된 독립운동자와 그 후손의 명단을 입수하여 이를 기초로 하여 시작되었다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선열유족회 결성이 삐거덕거렸다. 어디서 소문을 듣고 갑자기 찾아왔는지 회의에 참가한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이란 사람들의 상당수가 보지도 듣지도 못한 정체불명의 독립운동 했다는 자들이었고, 더 쉽게 말하면 완전히 깡패집단이나 다름없는 부류들이었다고 했다.

국내에서 독립운동 했다고 저 나름대로 목소리 높이는 사람, 자기 자신들이 활동한 지명도 잘 모르면서 내세우는 사람, 일본에서 독립운동 했다는 사람, 만주 아래 중국 본토에서 독립운동 했다는 사람, 러시아에서 독립운동 했다는 사람, 미국에서 독립운동 했다는 사람들의 후손, 그 외에도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독립운동 했다는 사람들과 그 후손이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소란을 피우면서 싸움박질과 삿대질, 고함소리가 오가면서 나서는데, 시작부터 혼란스럽기가 말이 아니었다 하였다.

정작 숨어서 누가 알세라 비밀리에 독립운동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옥고를 치르고 온갖 고생을 다하면서 그때까지 살아있는 이들과 유족들은 한 옆으로 밀려나서 말도 못하고 독립운동가 취급도 못 받는 위치에 있었고, 선생이 보기에 순 가짜들이 날뛰는데 목숨을 걸고 대드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추적하고 그 가족들을 끈질기게 감시하던 왜놈 앞잡이들까지 자기 신분을 숨기고 독립운동가의 자손이라고 뛰어드는 데는 할 말을 잃었다고 했다.

당시는 별 신통히 일한 것 없이 남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남을 제압하는 수단 방법이 자기 집안이 독립운동 했다는 것을 내 세우는 시대였기도 하였다. 가장 두드러진 독립운동가 사칭은 공산주의자들이었다. 따지고 보자면 북쪽은 독립운동만 했던 국민만 있었고 남쪽은 친일파만 있었던 것도 아닌데 독립운동이 유독 공산주의를 내세우며 통치하는 김일성 집단의 전유물처럼 여기기에 이른 것도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저명 독립운동가나 독립운동 사례는 우리나라 전 국토에서 그리고 오히려 남쪽에 더 많이 있었던 것인데도 말이다.

사실 일제하에서 한국인 치고 일본인들을 좋아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모든 국민들이 다 독립운동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이 그 시대 흐름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거꾸로 한술 더 떠서 친일파의 후손이면서 앞에 나서서 친일파를 몰아내자고 떠들면서 장본인들이 정부요직이나 국회의원을 하며 정작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오히려 훈계하려 드니 참으로 가관이고 어이가 없는 세상이다.

우리나라의 선각자요 위대한 시인이고 승려인 만해 한용운 선생의 딸, 우리 집과 가깝게 지내던 한영숙 여사도 그 후에 3ㆍ1 운동 기념일이나 광복회 얘기가 나올라치면 그 때마다 분개하면서 볼멘 말씀으로,

“우리 같은 유족들은 그 광복회에서 안중에도 없으니 분하기가 짝이 없다”

하는 말을 자주 했다. 요즈음은 광복회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최의준 선생의 말에 따르면 해방이 된 뒤에 선생처럼 38 이북에서 거주하던 독립운동가와 그들의 후손이 많이도 있었다 하였다. 김일성 우상화 작업이 한창일 무렵 이북의 공산주의 주창자들은 김일성 우상화로 몰고 가는 과정에서 조선시대의 천민, 소작인, 각종 노동자, 일자 무식자, 유교인습에 억눌린 여성들을 교묘히 부추겨 모두 김일성 왕국을 만드는 저질스러운 짓거리에 몰두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가정의 어른들을 작두질하는 데 완장을 채워 앞장을 서게 하였는데 특히 젊은 여성들을 이용했다고 하였다.

당시 독립운동가와 그의 후손들과 마르크스 레닌 사상에 솔깃했던 많은 지식인들이 있었는데 김일성 집단의 행태를 보고 혼비백산하였다 했다. 소련의 앞잡이 김일성 무리들이 저들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과, “종교는 아편이다”라고 어린이들까지 동원하여 외쳐대게 하면서 김일성 신격화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종교, 특히 천주교 개신교 불교 신앙인들과 성직자들을 말살시켜 은둔케 하고. 대대로 열심히 노력하여 생활이 여유로운 사람들을 성실 유무를 떠나서 무조건 착취의 무리라 폄훼하며 부르주아지라고 몰아붙여 가혹하게 탄압했고 또 공산주의를 이용하여 내세우며 저들에게 반대하는 세력들을 억압했다. 이는 당시 38 이북에 산 사람들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이렇게 과거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수법으로 몸서리치는 탄압행위를 자행하고 일제청산이라고 내세우는 구실로 지식인들까지 몰살시키고 심지어 그들에 동조하지 않는 항일운동 자손들까지 반대세력으로 탄압하는 짓거리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지식인들은 “앞으로 머지않아 또 다른 우리 민족의 비극이 시작되겠구나.” 하고 공산치하에서 일찌감치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모두들 예측했다 하였다.

선생은 온 가족들을 모두 이끌고 1947년 김일성 마수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여 강원도 장성 탄광지대에 남하했다가 김일성의 6ㆍ25 사변 남침 발발이 일어나자 부산으로 피난 와서 온갖 고초를 겪었다. 그러면서도 민족의 정기를 드높이는 데 이바지하자는 취지로 독립운동 선열유족회를 결성하여 수복 후 애썼는데 선생의 애국하는 가슴에 무식하고 험한 말뚝들이 새로 박혀오는 꼴이 되었으니 선생의 마음은 어떠하였겠는가!

나는 생각한다. 김일성 우상화작업을 핑계로 저들 무리 이외의 정적들을 몰아내는 행위가 친일 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던 6ㆍ25 전 38 이북의 징후들이 아직도 잔존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새삼스럽게 일어나는 모습을 만나는 느낌이 와 닿으니 세상은 왜 이러하며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가 회의를 가진다.

최의준 선생은 그때의 상심이 아주 커서 지병인 해소가 도져 수년을 고생 했다. 1961년 서울에 치료차 왔을 때 내가 선생의 거처를 찾아가 큰절을 드리니 선생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숨이 턱에 닿아 있는데도 우리 집 안부를 묻고는 “공부를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 하였다. 그 이듬해에 내가 군 복무 중 선생은 그 주자동 큰아들 집에서 타계하여 문상치도 못하였다. 그때 찾아 뵌 것이 마지막이었다.(계속)

 

댓글목록

正道님의 댓글

正道 작성일

최의준선생님 같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독립운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분들은 그 어떤 대가를 조국으로 부터 바라지 않았다는 사실앞에 고개가 절로 숙여집니다. 훗-날. 이 모두가 자기들의 공인양 떠 벌이고 공을 가로채는 모습이 최의준선생님이 보기에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모든 공은 일제강점기 36년 동안 온갖 고초를 당하며 나라를 지켜온 민초들의 몫이거늘~80년 민주라는 미명을 앞세워~민주화투사인양 떠 벌이며 국민을 현혹하는 작금의 현실과 어찌 그리똑 같은 지~최의준선생님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화곡선생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inf247661님의 댓글

inf247661 작성일

수학과를 졸업하시고도 이처럼 다정 다감하게 옛일들을 쓰시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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