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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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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03 06:34 조회2,065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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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1955년도(6․25 5년 뒤) 부산 거리

우리 집에서 큰 마을 쪽으로 계단을 오르면 부산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제1부두, 제2부두, 제3부두……. 참 배도 많고 항구 경치가 그만이었다. 청학동에서 긴 방파제가 나가고 적기에서 긴 방파제가 마주보고 들어와 부산항을 싸고, 배가 지나는 방파제 양 끝으로 하얀 등대 위에서 깜박거리는 불빛도 이채로웠다.

청학동 종점에서 동삼동 아치섬(조도) 태종대로 넘어가는 차가 지나가면 진흙먼지가 부옇게 일곤 하는데 밤에는 먼발치 왼쪽 넓섬 바위 꼭대기 야산에 있는 해군기지 위의 깜박거리는 안테나도 구경거리였다. 부산항은 청학동에서 내려다보는 야경이 제일 볼만했다.

청구 중고등학교교사 전경 일부

밤낮으로 배가 정박하며 출항하는데 그럴 때마다 울리는 다양한 뱃고동 소리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곤 했다.

“뿌우웅― ! 뿌웅! 빠앙― 빠아아앙― !”

크고 작은 배마다 소리도 가지각색이었다. 낮에 떠나는 배보다 심야에 떠나는 커다란 배의 고동소리가 더 웅장하여 부산항과 영도섬 고갈산 꼭대기를 뒤흔들었다. 낮에 들어오는 커다란 배는 돛대마다 다양한 색깔의 깃발이 한 방향으로 나부끼는데 주변을 맴돌아 한가로이 나는 하얀 갈매기 떼와 어우러져 항도 부산의 아름다운 모습이 더욱 빛났다.

해군기지 너머로 바다 건너 바라다 보이는 왼쪽으로 적기(일본어로 아카사키라 불린 곳), 오른쪽으로 신선대 해변의 아름다운 모습은 액자에 넣을 수 있다면 그대로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으리라. 왼쪽으로 ‘넓섬 바위’, 오른쪽 저 멀리 ‘아치섬’ 그 사이로 전개되는 부산 외항의 아름답고 오륙도 너머 광활한 바다 푸르른 기상은 이후 내가 추구하는 이상에 항상 청운의 꿈을 그려주는 동기가 되었다.

이 전경은 오륙도를 너머 하늘과 맞닿는 바다의 수평선과 더불어 남해안 경치의 진수라 생각된다. 넓섬 바위 건너편 동삼동쪽의 해변의 조약돌 속엔 나의 사춘기의 꿈들이 고스란히 묻혀 있다.

1965년 이후 친구와 몇 차례 그 해변을 찾았는데 서로가 들추는 돌마다 그 자리에서 동심의 묻어 놓은 이야기 사연들이 마구 뛰쳐나오는 것은 어이된 일인가?

두 여동생은 청학 초등학교에 다니고 나는 아버지와 버스도 타지 못하고 걸어서 먼 보수동 청구 중고등학교까지 매일 왕복하였다. 코스코 길은 평지였으나 멀리 돌아가는 길이였고 지름길인 청학 국민학교 옆으로 언덕을 넘어가서 조선소를 지나 봉래동 부둣가 길을 지나 영도다리를 건넜다. 오후에 돌아올 때 영도다리의 다리 올리고 내리는 모습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별난 구경거리였다.

다리가 오르면 이때를 맞추어 중형급의 배들이 다리 밑 바다로 지나가고 많은 사람들과 차들이 멈춰 서있고 전차들도 쉬어 기다리다 배가 줄을 지어서 다 지나가고 나면 그 커다랗고 웅장한 다리가 서서히 내리면 기다리던 차들은 길이 미어지도록 오가고 덩치 큰 전차들도 ‘댕 댕 댕’ 소리를 내면서 지나고 인도엔 사람들이 빼곡히 난간을 붙들어 가며 양쪽에서 오갔던 아름다운 영도다리 모습은 지워질 수 없는 나의 추억이다.

보수동 헌 책방 골목 앞에서 국제시장으로 들어서는 사거리는 사람과 차들이 많이 지나 부산에서 제일 복잡하고 번화한 거리라고 하였다. 이곳에서 수신호로 교통정리를 하는 경찰들의 동작이 아주 절도가 있고 다양하여 지나가는 차에 탄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었고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다.

빨리 동작을 취하여 수신호로 방향제시를 하는데 웬만한 사람들은 흉내도 못내는 전광석화란 말이 딱 어울리는 그런 동작이었다. 또 판단이 정확하여서 어른들이나 지나가던 사람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상당수가 넋을 잃고 한참 동안씩이나 구경하곤 지나갔다.

자갈치시장을 향하여 국제시장의 한복판 큰길 우측 서편 골목으로는 달걀을 파는 골목이 있었는데 그 골목 초입 왼쪽에서 내 친구 무궁이의 어머니가 좌판에서 달걀장사를 했다. 내가 일생 동안 만나 본 어른 가운데 이분처럼 인자하면서 위엄까지 갖춘 분은 드물었다. 친정 고향이 경남 하동이었고 키가 작으면서 어린 내가 보기에도 미모와 인품이 대단하였는데, 비유하여 말하자면 궁중 역사 이야기에 나오는 덕이 많은 그런 느낌의 인상이었다. 우리들에게도 항상 공부 열심히 하라고 격려말도 해 주었고,

“학교에서 선생님 말 잘 들어야 이담에 훌륭히 된다.”

하고 말했다. 국제시장 장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다른 어른들이 모두 다 내 친구의 어머니를 어렵게 여겼고 또 예의를 갖추어 존대했다. 오가다가 자주 인사도 하면 아주머니는 나를 아주 반갑게 대해 주었다.(계속)

 

댓글목록

正道님의 댓글

正道 작성일

학교에서 선생님 말 잘들어야 이 담에 훌륭히 된다~~`명언이네요~`가슴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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