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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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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2-02 09:01 조회1,8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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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내 아버지의 자녀교육(동행)

아버지는 집안일을 처리할 때 항상 나를 데리고 다녔다. 그때 아버지가 가사 일에 나와 동행함은 내가 장성한 뒤 자식을 키워보며 생각하여 보니 아버지는 참으로 이웃 모든 어른처럼 자식 키우는 데는 훌륭한 지도 방법을 택한 분이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는 불가항력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아버지는 분수에 없는 재물에 집착하기보다 당신이 직접 열심히 노력한 결과에 만족하고 명분과 순리에 즐겨 따르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세월이 조금 지난 이야기이지만 지나칠 수 없는 아버지의 자식 가르침을 한 가지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1961년 서울로 이사를 와서 대한극장 앞 충무로 4가 인현시장 골목(지금은 세운상가)에서 살았는데 찢어질 듯이 가난한 것은 따라다니는 우리 집의 운명이었던지 여전하였고, 1962년 늦봄에 성북동으로 이사를 가서 참으로 긴 세월 만에 법적으로 등기가 난 14평짜리 우리 집 소유인 집이 생길 때까지 아버지는 참으로 많은 방황의 생활을 하시면서 가족을 이끌었다.

1964년 구정 때가 가까울 무렵 내가 평택에서 카투사로 군 복무할 때였다. 설날이 임박하여 3일 외출증으로 집에 왔는데 아버지가 나를 부르시더니,

“찬수야! 네가 복무 중 모처럼 외출을 하였는데 수고를 좀 해야겠다”

하였다. 아버지의 부탁은 이러하였다. S대 사대 부속국민학교에 책임 맡는 지위에 있는 학부형이 우리 집에 정리로 소갈비 한 짝을 사람을 시켜 가져왔는데 이 물건을 되돌려 주어야겠는데 너의 수고가 있어야 되겠다 했다. 그 이튿날 아침 새벽에 아버지는 나에게 그 댁 약도를 그려 주었다. 내가 군복을 입고 갈비 한 짝을 신문지로 잘 싸서 어께에 메고 혼자 언덕길을 막 내려서려는데 집에 있겠다고 한 아버지가 못 미더웠는지 같이 가자고 따라 나섰다.

삼선교까지 걸어 내려가 돈암동 사거리에서 정릉으로 넘어가는 아리랑 고개를 한참 올라 오른쪽에 그 댁이 있었다. 아버지가 먼 발치로 저기 저 집인 것 같다 하였다. 그 댁 앞에 도달해 문패를 보니 오씨 그 댁이 맞았다. 문을 두드리고 주인어른이 나와서 나는 차렷 동작을 취하여 거수경례를 하고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이것을 되돌려드리려 가져왔습니다.”

하였다. 교감선생인 그 집 주인이 붙들면서

“아니 정리로 내 마음을 표시하였는데 이렇게 하면 어떻게 되느냐? 너무하신다.”

하시면서 되가져가기를 원했으나 나는 고맙다는 아버지 말만 전하고 그 댁 문 앞을 떠났다. 골목길에 숨어서 기다리던 아버지는 돈암동 뒷길 삼선교로 걸어오면서 나에게 말하였다.

“찬수야! 참 수고했다. 그 댁의 성의는 고마우나 너무 예의가 지나쳤다. 학교 선생에게 담배나 한두 갑이면 몰라도 갈비가 무어냐? 지나친 예의는 사람 대하는 행실이 아니다. 그러니 찬수야! 학교 교사를 하는 아비를 이해해 다오. 미안하다”

하였다. 나는 평소의 아버지 성품을 알고 있었지만 갈비를 어깨에 메고 집에서 나올 때 집의 식구 분위기가 떠올랐다. 할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어머니는 무엇 하러 되돌려 주는가의 의미가 안면 표정에 가득한 기색이었고 어린 동생 넷도 가져가지 말았으면 하는 표정이 아주 역력하여 지금까지도 그때의 동생들 표정은 지워지지를 않는다. 당시 나보다 16살이나 아래인 7살 막내 여동생은 지금도 그 얘기만 나오면 그때의 아쉬움으로 열을 낸다.

그 때의 지워지지 않는 추억 때문이어서 그런지 막내는 명절 때만 되면 친정어머니에게 꼭 갈비를 사 보내어 어머님과 온 식구가 들게 한다. 나도 아버지의 말은 거역할 수가 없었지만 속으로 그만 놔두고 집에서 한번 동생들을 먹게 하시지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오려 했으나 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갈비 사연은 지금도 명절 때 모이면 동생들이 빼놓지 않고 말하며 한바탕 웃으면서 아버지를 추모하는 자식들의 단골 이야기 한 토막이다. 그러나 지금도 어머니의 생각은 아직도 그때의 고생스러움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찢어질 듯 가난한 마당에 무슨 체면치례냐. 명절인데도 고기 한 근 없이 지낼 판에! 너희들 아버지 바람에 나는 항상 죽을 판이었다.”

하였다. 어머니가 손자들에게도 말한다.

“세상이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먹을 알도 없이 무엇이 좋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사람은 팔자를 타고 나는가 보다. 네 할아버지를 자세히 알려면 지금 너들 애비를 보면 된다.”

라고 말한다.

그 학부형이 과분하게 선물한 사유를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되었는데 교감선생의 아들이 학교에서 말썽을 피워 퇴학(요즈음은 퇴학감도 아님)을 맞게 생겼는데 내 아버지가 사정회의 석상에서 의견을 내어 학칙도 중요하지만 어린이가 지금 이 보성고등학교 명문학교에서 퇴학당하여 나가면 그 앞날이 어떻게 되겠는가 하면서 담임 입장에서 완강하게 퇴학을 반대하였고 그런 사유로 그 학생은 무사히 공부하여 나중에 명문대학에 진학하였다 한다.

아버지의 이러한 생활 소신은 곧 나의 평생의 교직생활에서 나의 신조가 되었고 우리 집안의 전통이 되었다. 후에 교사를 하면서 아버지를 항상 생각하는 자식이기에 평생 나도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나이를 떠나 동료교사들에게 참으로 많은 모범된 자세를 배웠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말은 없었지만 아버님 같은 신조 속에 묵묵히 교육활동에 임하는 모습을 참으로 많이도 보곤 하였다. 그들에게서 내 마음을 붙들어 주는 묵시적 표양을 만나곤 하였는데 나는 항상 감사했다. 정규 이동으로 학교를 옮길 때마다 나는 가는 곳마다 훌륭한 선생들을 많이도 만나 그때마다 머리를 숙였다.

수신(修身)이 덜 된 교사들이 간혹 있어서 경우에 따라 고약할 정도로 촌지나 의도적으로 밝히고 교육풍토를 흐리면서 애꿎은 선배, 동료교사들이 쌓아놓은 사도의 명예로운 길에 먹칠이나 하는 경우가 있을 땐 아주 속이 상하였다. 심지어는 더 못된 정치교사 성향의 떠들기 좋아하는 교사들이 교육계가 모두 다 신뢰할 수 없이 부정하다는 식의 저들 식으로 선전하는 명분이나 제공하여 교육계 전체를 불명예스럽게 인식시키고 지탄을 받게 만들어 사회전체에 불신풍조나 조성하는 모습들을 대할 때는 책상을 치고 통탄하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은 한 가지 재주는 있어서 자기 목적을 위해 무조건 남의 비위를 잘 맞추어 환심을 사고 이 꼬임에 넘어간 학교 경영자들이 그 못된 자를 오히려 두둔하여 교육현장 안에 위화감을 조성할 때는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정의로움을 실천한다는 면에서 참으로 약한 존재이구나 라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영도다리

아버지는 경향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사도상을 수상한 일이 있다. 허문도씨가 신문사 사장으로 재임할 때이다. 이런 사도상이 아무렇게 수여되지 않는다는 것임을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가 있다. 아버지는 자식을 인자로이 키웠으나 이런 문제에서는 그렇게 단호하였다. 촌지는 분수에 맞게 표하면 미풍양속이 될 수 있고 스승 존경 교육 풍토에도 일조가 될 수 있으나 지나칠 때에 문제가 생겨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 여겨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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