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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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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1-26 00:55 조회1,96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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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부산 거인 노장군

 나의 집이 있는 아미동 산꼭대기는 부산 시내 전경을 내려다보는 데는 아주 적격인 곳이었다. 오른쪽으로 경남중학교 너머 한전 굴뚝이 높이 보이는 그 아래를 지나쳐 나는 할머니를 따라 가끔 자갈치시장에 구경을 가곤 하였다. 사람들이 어떻게나 많은지 서로 부딪칠 지경인 시장거리였다. 구경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두에서 화물을 내리면 손수레를 끄는 사람들이 수레를 끌며 “짐이요! 짐이요! 짐! 짐!” 하고 외쳐대고 지게에 짐을 진 사람들이 지나간다고 소리를 지르지,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이 손님을 부르느라고 고함을 질러대지 참으로 거대한 사람의 물결 속에 자갈치 시장은 국제시장과 더불어 외국을 드나드는 뱃사람의 입을 빌리자면 동양에서 제일 유명한 곳이라 했는데 과연 그런 것 같았다.

용두산 공원

한번은 자갈치시장을 지나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저 사람 보라고 지나는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여 그 곳을 바라다보았다. 내가 처음으로 보는 아주 커다란 거인이 어슬렁어슬렁 천천히 지나가는데 다른 사람들의 머리가 그 커다란 사람의 옆구리에도 못 미치는 정도였다. “노장군이 지나간다. 노장군!” 하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모두 웃으면서 감탄을 하며 쳐다보았다.

과연 그 노장군이란 아저씨는 크기도 하였다. 거인이라 할 만하였다. 알고 보니 소문난 씨름꾼이라 하였다. 더 우스운 것은 그 노장군의 친구 한 사람이 머리를 쳐들고 노장군을 쳐다보며 말을 하며 같이 걸어가는데 친구 되는 아저씨가 흡사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허공을 보며 자빠질 듯한 자세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우습게도 여느 행인보다 더 작아 두 사람이 대조가 되어 모두가 손뼉을 쳐가며 웃으면서 손가락질을 하며 저거 보라고 하는데 잊혀지지 않는 구경거리였다.

시장바닥은 행인이 많아 비좁을 지경이었으며 고기를 파는 상인 아주머니들끼리 서로 소리지르며 싸움까지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전국의 사투리는 다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할머니를 따라 자갈치시장에서 쌀장사를 하는 원산 출신의 아주머니 댁을 찾아갔는데 그 댁은 우남공원(뒤에 용두산 공원이라 함) 중턱에 있었다. 좁은 골목을 비집고 올라가는데 좌우로 판잣집이 가득하여 어린 내가 보기에도 가관이었다. 요즈음으로 상상하면 동남아를 다녀온 분들의 현지 관광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광경이었다.

가느다란 막대기를 기둥으로 세우고 그 위에 물위에 떠 있는 집 같은 모양의 판잣집이 언덕 비탈에 다닥다닥 붙어서 이어졌는데 지금 같으면 그런 곳에서 도저히 살 엄두도 낼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오히려 아미동 언덕배기 여섯 평 남짓한 우리 판잣집은 시내를 내려다볼 수나 있어 숨통이 트이고 고급에 속하는 편이었다.

나는 그 아주머니 집과 붙어 있는 한마당의 옆집에서 거제도에서 같은 반에서 공부한 여자애 김영길을 만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부산에 나와서도 초등학교 6학년을 그대로 다녔다고 한다. 1965년 내가 군 복무를 마치고 복학하여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 김영길을 학교 앞에서 우연히 만나 그가 취직하여 약사로 있는 약국에 가끔 들르곤 하였다. 약국에서 나는 옛날 부산에서의 기억을 말한 적이 있었다. 부산에 살 당시 그 여자애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슨 숙제를 하는지 방바닥에 엎드려 열심히 공부만 하고 있었다.

그 여자아이는 거제도 연초 국민학교 우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였고 얼굴이 둥그스름하며 예쁜 편이었다. 한번은 그 해 봄 부산으로 이사 나오기 전 거제도에서 산수 경시대회가 있었는데 내가 그 애를 앞질렀다고 선생님이 칭찬을 하여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그때의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쳐다보지도 않고 안경을 연신 추켜올리면서 공부만 하고 있었다. 중학생 교복 입고 모자를 쓴 나를 한번 흘끔 보아 줄 수도 있는데 그 때의 아쉬웠던 나의 심정을 훗날 말했더니 “너는 뭐 그렇게 고리타분한 것까지 다 기억하느냐?” 하며 핀잔까지 주며 웃곤 하였다.(계속)

 

댓글목록

正道님의 댓글

正道 작성일

고리타분 하다며...핀잔을 주었어도.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 속으로는 기분 ...짱.이였을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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