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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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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1-23 05:00 조회1,937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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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학습 지진아 열등생

다시 생각해 본다. 6ㆍ25로 1년이 늦었다 하더라도 늦는 대로 자연스럽게 절차를 밟아 토성국민학교 6학년에 가고 그 다음해에 중학교 시험을 보고 옆에 있는 경남중학교에 시험을 쳐 볼 기회도 있었는데…… 평생의 안타까움으로 남아있다.

초등학교 땐 제일 우수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교과를 이해하고 따라갈 정도는 되었었는데 그해 6월부터는 하루 사이에 나는 우리 학급에서 그야말로 하루 아침에 가장 열등생이 되었던 것이다.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피난민의 애환과 가난의 서러움이 나에게 또 다른 이런 모습으로 운명적인 것처럼 다가왔다.

특히 영어와 수학이 문제가 되었다. 우선 알파벳도 모르는 실력에 수학 속에 기호가 나오는데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아무리 보아도 모르겠고 영어시간에 독본 읽을 때는 한 줄도 읽지 못하는 멍텅구리가 되었다. 용어나 잘 이해할 수 없는 뜻도 모르는 단어가 나오고 문법까지 나오니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다.

자존심은 삽시간에 다 무너지고 갑자기 부끄러워 남의 눈치나 슬금슬금 살피게 되고…… 옴짝달싹도 못한다더니 너무나 커다란 짐이 나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심리적인 압박을 배겨내지 못한 이유이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한동안 나는 갑자기 손톱을 깨무는 습관이 생겼다. 손톱뿐만 아니라 손톱 근처의 피부까지도 이빨로 물어뜯어 손가락 끝이 벌겋게 되어 피부병이 생긴 것처럼 되었다. 이 현상은 욕구불만이라 했다.

그 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엔 나 혼자 집에서 마음을 독하게 먹고 공부하였다. 기초부터 다시 시작하는데 그게 말대로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린 내가 혼자 극복할 수밖엔 없기 때문이다. 한문이나 역사나 국어는 아버지께 배운다손 치더라도 새로운 말과 문자와 기호가 나오는 영어․수학! 나중엔 영어수학책은 거들떠보기도 싫었다. 자연스러운 심리현상이었으리라…….

무슨 가정교사나 선배가 있어서 물어볼 데도 없었다. 또 1년 밀린 새로운 공부를 하는데 눈에서 불이 났다. 그런데 공부라는 것이 마음대로 잘 되지도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지, 집안 심부름도 해야지, 또 그 사이 자꾸 쌓이는 그날그날의 교과 과정도 해결해야 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열등의식! 이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리를 잘 모른다. 내가 30년이 넘도록 교사 생활을 했으니 이 어린 시절의 나의 경험이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었으랴. 상담실에 있을 때도 어린 시절의 쓰라린 경험은 나의 스승이었고 학생 지도의 길잡이가 되었다.

한동안은 아버지와 같이 학교에 다녔지만 친구들이 생기고 도시생활에 적응도 하게 되어 나는 그 뒤부터 집에 올 때는 나대로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다. 이때 김상일을 만났다. 사귄 친구들이 많았는데 특히 상일이는 지금도 친 동기간처럼 지낸다.

1학년 우리 담임선생님은 장학수 선생님이었다. 키가 자그마하고 얼굴이 둥그스름하고 안경을 끼었는데 수학 교과 담당 이었다. 나는 선생님의 귀여움을 받을 기회가 애당초 없어진 셈이다. 왜냐하면 수학공부를 못했기 때문이다. 내 친구 상일이는 머리가 명석하고 아주 부지런해서 그때 모든 학과에서 성적이 뛰어나 학급에서 공부를 제일 잘했다. 특히 수학시간은 그의 시간이었다. 수학을 너무 잘하였다.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학의 귀재라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내가 2학년 때 수학을 어느 정도 따라붙었을 때였는데도 2~30분을 끙끙거리고 생각하고 난 다음에 해결할 문제를 그 친구는 3분도 걸리지 않아 원리를 쉽게 적용하여 간단하게 척척 해결해 버리고 말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매사에 너무 성실하였다. 그도 수학교육을 전공했는데 평생을 그렇게 진지하고 열심이더니 나중엔 교장 임무도 충실히 하였고 서울에서도 교육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교육청의 교육장 임무도 아주 훌륭히 해냈다.

책임이란 것이 근거 없이 아무 사람에게 아무렇게 대충대충 맡겨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평생의 경험으로 또 다정한 나의 친구를 통하여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있다.

그가 나와 만나기 전의 피난 이야기는 이렇다. 상일이는 연평도가 고향이다. 6․25가 일어난 직후 그의 부모는 상일이의 누나와 갓 태어난 여동생 상복이를 데리고 다섯 식구가 배편으로 인천으로 피난을 나왔다. 인천에서 살다가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이후 우리 국군이 진격하여 북으로 올라갔을 때 상일이네는 국군을 뒤따라 다시 연평도 고향으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중공군이 참전하여 인민군이 다시 남쪽으로 미는 바람에 1․4 후퇴 때 온 가족과 동네 사람들 모두는 다시 인천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인천에서도 위험하다고 하여 피난 보따리를 챙겨들고 다시 육로로 걸어 수원에서 피난민 기차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경상남도 울산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피난을 했고 그곳 피난민 학교에서 우리가 서로 처음 만났다.

어른들을 따라 피난 내려올 때의 고생을 너무도 많이 해서 그는 피난길에 대한 말도 하기 싫어했다. 피난 도중에 갑자기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말초신경을 곤두세웠고 굶주림에 지치고 늘어져서 여기저기 같이 피난 가던 사람들이 병으로 낙오되어 주저앉아 꼼짝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도 보았다고 한다. 피난길이 뱃길이라면 목적지까지 단숨에 바다로 내려갈 수가 있었지만 육로로 피난하는 사람들은 북을 뒤로 하고 남으로 내려가는 더딘 걸음걸이였기에 허구한 날 등 뒤에서는 “적군이 쫓아온다” “적군이 또 쫓아온다” 북으로 올라가는 국군을 볼 때마다 “곧 싸움이 있겠구나” 하였고 연합군 비행기만 뜨면 혹시나 적군으로 오인하고 기총사격이나 포탄을 떨어뜨리지 않나 하며 꽁지가 빠지게 몸을 숨기며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짐들을 지고 어린아이들 돌보면서 내려갔다.

피난민 기차

말로 하기는 쉽지만 당시의 고초가 어떠했을까? 말이 아니었다. 상일이네 처럼 이렇게 우리 국민들 모두는 그러한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느라고 처절하고 끔찍한 삶을 이어갔다.(계속)

 

댓글목록

심심도사님의 댓글

심심도사 작성일

저도 국민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장난을 하다가
왼쪽 정강이가 부러졌었지요
그 때 두달인가를 학교에 못갔었던 적이 있었지요
그당시가 분수를 배울 때 쯤이었었는 데.....
그래서 지금도 복잡한 분수는 쳐다보기도 싫어집디다
7+6이나 6+7도 이따금씩은 헷갈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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