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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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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1-17 02:49 조회1,97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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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친구 영희 언니의 애절한 이야기

 영희에겐 바로 위로 연초 중학교에 다니는 영회라는 오빠가 있었고 그 위에 언니가 있었다. 그 언니의 이름은 김영옥이다. 피난시절 나의 부모와 장승포에서부터 친하게 지냈는데 그 누나는 거제도 피난민 중에서 제일 미인이라 했다. 누나가 거리에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넋을 잃고 뒤돌아 멀리 갈 때까지 몇 차례씩이나 다시 쳐다본다고 했을 정도였다.

이북에서 결혼을 하였고 남편이 인민군 장교로 전쟁터로 나갔는데 인편으로 남편이 남쪽에서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했다. 1ㆍ4 후퇴 때 피난을 나와 눈물로 남편을 그리다가 놀랍게도 남편이 거제 고현 포로수용소에 포로로 있다는 기쁜 소식에 깜짝 놀라 달려가 보았다. 인민군 장교인 남편은 포로 신분이었다. 영옥 누나는 고현 포로수용소 ‘진들’이라는 곳의 천막 막사 근처까지 여러 번 달려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면회하고 반공포로 대열에 들라고 목을 놓아 애절히 울며 간청했는데 누나의 남편은 적개심에 불타는 눈초리로 완강히 듣지를 않고 오히려 “무엇 하러 여기까지 내려왔느냐?” 하고 크게 꾸짖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여러 차례 만나러 가서 철조망 밖에서 애절하게 남편 이름을 불렀는데 만나러 한 번도 나오지를 않고 나중에는 운동장에서 포로들끼리 배구 시합을 하는 도중인데도 철조망 밖에서 만나자고 애절하게 부르는 사랑하는 아내 영옥 누나에게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고 외면하더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수용소 안은 점차로 험악해졌고 드디어 수용소 안에서 공산포로들의 폭동이 나고 포로 교환 때 남편은 사랑하는 아내도 외면하고 냉정하게 이북으로 갔다 하였다. 사상이 무엇인가? 젊은 시절에 일단 세뇌가 되면 장교도 이 정도가 되고 만다니…! 몸서리쳐지는 일이다. 전쟁과 대립이 이렇게도 무서운가? 그 뒤 풍문에 마산인가 어디에서 포로들을 석방했는데 아는 사람이 있어서 누나의 남편인 듯한 사람을 육지에서 봤었다고 하여 영옥 누나는 그 혼란기에 배를 타고 혹시나 하고 다시 마산으로 쫓아가 눈물의 세월을 보내면서 사랑하는 남편을 찾아 나서서 마산 일대를 샅샅이 헤매고 뒤졌으나 남편의 자취는 흔적도 없었고 나중에 들리는 말은 남북 포로 교환 할 때 맨 처음에 이북으로 벌써 넘어갔다고 했다.

영옥 누나는 우리 집 학교 사택에 자주 왔다. 어머니 앞에 와서는 잠시나마 남편을 만나 행복을 찾았다고 했는데 이렇게 뿌리치고 이북으로 돌아간 그 매정한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수도 없이 말했다. 몇 걸음 떨어진 사이에서 철조망을 사이에다 두고 다정하게 서로 손도 한번 만져보지 못하고 헤어져서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된 아쉬움, 다시 찾을 수 있는 행복이 다 날아간 허탈하고 서운한 심정에서 방바닥에 엎드려 어깨를 들먹여 울기도 많이 울면서 “나는 이제 어떻게 하란 말이냐!” 하며 슬프고 격한 마음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나 내 어머니 앞에서 답답한 가슴 속을 풀지 못해 까무러칠 때도 있었다고 한다.

이 슬픔! 어이 다 이야기하랴! 예쁜 영옥 누나와 같은 일이 온 나라에서 어찌 이 한가지뿐이었겠는가? 아직도 많은 이들이 말도 못하고 가슴으로 울고 이 땅에 파뿌리가 된 머리로 세월이 지나감을 한탄하고 있다. 누나는 그 뒤 정신이 멍하니 흡사 깎아 놓은 석고상 조각처럼 표정도 없이 마을을 오갔고 내가 다니는 학교 위 뒷산 쪽으로 샛길이 있는데 그 길로 고개를 멍하니 쳐들고 혼자 오가는 것도 여러 번 보았다.

그 뒤로 부산으로 이사 나간 뒤 곧 서울로 가서 산다 했다. 나는 내 어머니에게 알려 드리려고 명동성당 앞에서 사지즈봉을 만났을 때 언니의 안부를 물어 보니 벌써 외국으로 이민 갔다 하였다. 벌써 40년 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친구 영희네도 오래 전 미국으로 이민 갔다는 소문을 들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의 이모와 이모부의 애절한 사연도 가슴이 아프다. 전방에 내려온 군인들로부터 기사문리의 이모 내외의 총살 소식을 자세히 듣고 아버지는 어머니 몰래 교무실에서 대성통곡을 하였다 했다. 이모부와 이모의 결혼은 아버지가 주선하신 것이기에 아버지의 슬픔은 더하였던 것이다. 이때의 아버지의 일기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비보를 듣고서

나로 더불어 젊은 그대들의 백년가약을 맺었고 수륙 양천리 길을 줄여 청홍수를 놓아 화촉의 불을 밝혔음이라.

한해 꽃다운 청춘의 단꿈은 무르녹아 8년 설상이 흘렀고 귀한 열매 쌍반(雙半)을 얻은 기쁨이 슬픔으로 사라졌음을 알았노라.

애처롭다.

그대들 못 본 채 7년의 허무한 세월이 갔는가.

38도선의 저주로운 숙명은 천추에 원한을 빚어 너 나의 심장에 불길을 질렀고 6․25 동란으로 강토와 민족을 불바다로 휩쓸어 적은 사정도 없이 인륜마저 끊어 버렸구나.

그래도 살아 만날 한 오리 실마리를 당겨 그윽한 희망에 잠겼고 기뻐 만날 그 장면을 얼마나 그려 애를 태웠는가.

그리운 사람들아.

허나 이 무슨 운명이기에 그대들 소식을 듣는 날 희망의 꿈이 조각으로 흩어질 줄이야.

그대들이 죽다니.

아― 슬픔은 넘쳐 피를 얼구고 아픔은 신경을 끊어 6척 못되는 내 육신의 넋을 뺀다.

비보― 이는 정녕 꿈 아닐진대 충혈된 눈을 멀리 멀리 그대들 있던 곳을 응시한다.

신묘 섣달 그믐날 야반에 거제도 한 모퉁이에서.

 

우리 가족의 가까운 친척들까지도 전쟁의 와중에서 이렇게 비참한 슬픔을 당하였다.(계속)

 

댓글목록

심심도사님의 댓글

심심도사 작성일

그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속았지요!!!
북괴의 선동 술책에.....
저희 고향 근처에서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선동 기만 술책에 속아서
이북으로 넘어가자고 저희 아버님을 꾀었었는 데....
저희 아버님께서는 그 당시에 "정이나 가고 싶으면 자네들이 먼저 넘어가게나!!
난 우리 아버님 제사를 지내놓고 봐서 따라 올라 가겠노라고 했답디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저희 아버님을 꾀는 많은 말들을 했지만,
역시 세상을 미리 보실 줄 아신 저희 아버님 덕분에
저희집 식구들은 그 피해를 줄이실 수가 있었다고 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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