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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주한 미군의 존재와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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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예비역2 작성일10-11-01 22:52 조회2,1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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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의 존재와 가치
종현

요즘 들어 세상이 다시 시끄럽다.

북한의 핵문제가 잠잠해지나 싶더니, 이번에는 주한 미군의 급격한 재배치와 임무 인수 요구로 인해 국방부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주한 미군의 재배치는 기정사실이지만, 그렇게 빨리 한국군에게 임무 인계를 요구할지는 몰랐으며 지상군의 감축도 심각히 고려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주한 미군의 현 임무와 구조, 앞으로의 변화, 그리고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되었는지에 알아볼 기회를 가져 보자.

  주한 미군 주둔의 역사

주한 미군은 미국과 소련간의 합의에 따라 일본군 무장해제와 38선 이남의 군정 실시를 위해 미 육군 제24군단 장병 7만 2천명이 1945년 9월 8일에 인천항에 도착한 것이 그 시초였다.

초창기 들어온 미 육군은 일본에서 들은 나쁜 소문(「죠센진」은 어쩌고저쩌고...) 때문에 모두들 완전 무장하고 들어왔지만, 곧 호기심으로 반짝거리는 한국인들의 눈을 보고 마음을 놓았다고 한다. 

1948년 8월 15일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소련군의 북한 철수와 발맞추어 그 다음해인 1949년 6월까지 500여명의 군사 고문단을 제외한 전 병력이 철군을 완료한다. 철군 이유는 한국을 포기한 것이 아니고, 당시의 미국 자체가 지금과 같은 세계 최강의 정보전 국가와는 거리가 멀었는데다 심심하면 ‘북진 통일’을 주장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에 의해 북한군을 낮게 평가하고, 상대적으로 한국군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모두 알다시피 6.25가 터지자 1950년 제24사단 소속 스미스 부대를 시발로, 1953년에는 최대 32만 5000여명의 병력이 전투에 참전하였다. 

이 기간 동안 미군은 3만 3,629명의 전사자, 10만 3,284명의 부상자를 합해 총 13만 명의 희생을 치렀으며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 후, 주한 미군은 1958년 중국군의 북한 철수를 계기로 2개 사단만 남기고 단계적으로 철수하기 시작, 1971년 닉슨 독트린(아시아 국가는 자신의 힘으로 자신을 지켜라)에 의해 1개 사단 철수, 1977년 카터 대통령의 철군 계획(박정희와 같은 독재 국가를 위해 미군이 주둔할 필요는 없다)에 의해 규모가 또 줄었다.가장 근래의 감축은 냉전 종식과 함께 1989년 만들어진 '워너 수정안'에 의해 주한 미 2사단 소속 3기갑여단과 공군 7천명이 철수한 것으로, 그 뒤로 지금까지 주한 미군 3만 7천여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한 미군의 현재 규모

현재 한국에 배치된 미군 전체를 미 제8군으로 부르며, 그 아래에 미 육군 2사단과 여러 지원부대, 오산과 군산에 있는 미 공군 비행단이 있다.

이중 육군 소속이 2만8,300명, 공군 소속이 8,706명, 해군 관련 400명, 해병대 83명이 공식 숫자이며, 이외에 각종 특수부대 및 지원부대, 분견대 등이 수시로 교대하는데, 이중에는 당연히 SEAL이나 그린베레 같은 부대도 포함된다(국방부 공식 자료).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문제의 핵심 제 2사단

미 8군 산하의 부대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주한 미군 제2 보병 사단이다.

주둔 장소는 6.25 당시 북한 기갑 부대의 이동 장소였고 지금도 가장 위협도가 높다는 연천, 동두천 방면의 평야 지대로 위치 특성상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 미군이 자동 개입된다는 상징이 되어 왔다(미군 친구들에게 인계 철선(Trip Wire)이라고 하면 싫어한다).

전력 규모를 보면 미디엄(中)사단으로 칭해지는데, 이유는 표에서 알 수 있듯 미 육군의 정규 기계화 보병 사단 편제가 3개 여단으로 구성되는 반면 2사단은 2개 여단만을 갖췄기 때문이다.

나머지 제3여단은 원래 M-1A2전차와 브래들리로 무장한 중(重)기갑여단으로 미 본토 포트 루이스에 주둔하고 있으며,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스트라이커 장륜장갑차를 주축으로 하는 미디어 여단으로 개편 중에 있다.

하지만 미디엄 사단이라 해도 한국군의 정규 기계화 사단보다 전차수가 많으며, MLRS로 인해 포병 화력 자체도 한국군의 군단급 전력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한 산하의 항공 여단 산하의 대전차 헬기 부대의 전투력은 70여대의 AH-1F 코브라와 60여대의 대전차형 MD500헬기를 갖는 한국군 전체 대전차 헬기 부대를 상회하고, 산하의 공중 기동부대(여단급) 역시 한국군의 공중 기동 여단과 비슷한 규모로 평가된다.

좀 재미있는 부분은 제2여단 산하의 중요한 공중 기동 보병 부대인 503, 506연대가 바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Band of Brothers)의 주인공 부대라는 것이다.

원래 제101 공수 사단 소속이었던 506연대는 70년대 개편을 거치면서 101사단에서 떨어져 나온 이후 제2사단으로 배속되어 지금에 이르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중 강습 부대이지만, 여전히 부대 구호를 「커리히~」라고 부르며 제2차대전 당시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제2사단의 임무

제2사단의 임무는 평시에는 JSA(공동 경비 구역)에 대한 관리, 북한에 대한 정규적인 감시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전시가 되면 당연히 남침하는 북한군 정규 부대와의 전면 전투, 전세의 역전 이후에는 한국군의 기계화 사단과 함께 북한군의 전선에 구멍을 뚫는 쐐기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특히 제 2사단만의 특성은 막강한 야시 장비를 이용한 야간 전투 능력, 발전된 포병 시스템, 강력한 헬리본 능력으로, 현재 한국군으로서는 쉽사리 메꿀 수 없는 전력이다.

구체적으로 미군 포병은 전쟁 초기 현재의 한국군 포병 시스템으로 파괴가 곤란한 북한의 갱도 포병에 대한 대 포병 사격 임무, 한국군이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FASCAM (포발사 지뢰)의 대량 투하를 통한 핵심 교통로의 봉쇄 임무를 맡게 된다. 또한 발전된 정보전 시스템을 사용, 사정 거리 130Km의 탄도미사일 ATACMS를 발사하여 북한의 제2선 핵심 진공 부대에 대한 장거리 타격, 한국군 보유 대 포병 레이더의 절반과 맞먹는 대포병 레이더를 사용한 북한 포병 공격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한국군도 ATACMS를 가지나 이를 운용할 충분한 정보 전력이 아직 없다). 

산하의 강력한 헬리본부대는 503, 506과 같은 공중 기동과 한미특수전 부대의 전선 후방 투입, AH-64D 아파치를 이용한 대전차 전투, 전천후 작전 능력이 부족한 한국군 헬기를 대신해 아파치에 의한 북한의 특수 침투정(호버 크래프트 같은) 저지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런 임무를 위해 주한 미 육군은 막대한 잉여 장비와 WASA(전시비축예비탄)물자를 보관하고 있는데, 잉여 장비의 규모는 제 2사단 정규 장비량의 절반 이상이며 미군 소유 WASA탄 규모는 한국군과 미군이 보유한 전체 예비 탄약의 60%에 해당하는 막대한 수량이다(대략 5조원의 가치가 있다).

이러한 육상 전투 외에, 현재 배치된 2개 대대의 패트리어트 PAC-2 대공 미사일 포대중(앞으로 PAC-3으로 교체 예정) 절반은 미 공군 기지의 방어를 맡으며, 나머지 절반은 한국의 수도권에 배치되어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방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 501 정보 여단의 대북 도청, 암호 해석, RC-7지중감시 레이더 정찰기를 이용한 북한 갱도 진지 정찰 등의 임무들도 지금 국군이 대신하기가 아주 어렵다. 

주한 미 육군의 소프트적인 기여

여기까지는 주한 미군의 하드웨어적인 임무였지만, 이런 하드웨어적인 것보다 필자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주한 미군의 소프트웨어적인 기여이다.

현재 한국군의 작전 교리는 미 육군과 비슷한데, 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미군의 교리를 조금 수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전 교리와 체계의 연구에는 눈이 뒤집힐 정도의 예산과 대규모의 실험이 필요하지만 좁은 한반도의 지형과 민간인에 대한 피해로 인해 대규모 실험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북한의 경우, 소련의 OMG 전략이 자국에 맞지 않은 것을 알고 기계화 운용 전술을 개발하기 위해 1980년대 초반부터 한 개 기계화 군단을 2년 동안 ‘뺑뺑이’ 돌리는 대규모 훈련과 함께 3년 간의 검토를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군은 이렇게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미군이 수많은 '삽질'을 통해 얻은 전술 교리와 노하우를 공짜로 공급받아 일부의 소규모 실험을 통해 한국군에 맞는 전술 교리를 개발했으며, 심지어는 북한군에서까지 체계 노하우를 빌려 향후 군의 조직을 개편할 예정으로 있다.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에 투자하는 만큼 가장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것들은 날씨 정보부터 화학전 대응법에 이르기까지, 얻기 위해 수천억 달러의 비용과 수십년 시간이 필요한 것이 대부분이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한국군의 장비나 복장은 주한 미군에 비해 대략 10년 정도 뒤진 상태에서 주한 미군을 계속 좇아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피복, 군장, 마일즈 훈련 등). 결국 한국군은 미군과 동맹을 맺은 관계로 미국 및 NATO가 수집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노하우를 공짜로 받아 전투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한국형 병기 체계 개발에 사용되는 여러 특성/시뮬레이션 정보도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다. 

주한 미 공군

현재 국내에는 오산과 군산 공군기지에 전투 비행단이 배치되어 있다. 이들 비행단은 표에서 볼 수 있듯 72대의 F-16 전투기와 전방 관측, 근접 지상전을 맡은 20대의 A-10 공격기, 20Km 이상의 성층권에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3대의 U-2S정찰기로 구성되어 있다.

주한 미 공군은 그 자체만으로 한국군 공군의 1/3에 해당하는 능력을 가지며, 한국 공군이 아직 소화하지 못하는 정찰, 전자전, SEAD(대공미사일 기지 공격)임무와 같은 고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 공군은 육군에 비해 주한 미군의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이는 공군의 주요 임무인 장거리 타격 임무에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미군에 의존하며 미사일이나 스마트 폭탄 같은 첨단 탄약의 보유량도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보 수집에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용이 소요되며(첩보 위성 1기의 발사에만 20억 달러가 필요), 미사일과 같은 첨단 탄약은 비쌀 뿐만 아니라 10년 정도의 수명만을 지니므로 막대한 유지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공군은 전쟁 1-2주간 정도 쓸 첨단 탄약만 챙겨 놓고 나머지는 미군으로부터 빌린다는 전시 계획을 가지는데, 이는 우리 공군의 예산상 어쩔 수 없다(전 세계에서 대규모 전쟁을 2주 이상 수행할 첨단 탄약을 가진 국가는 현재 미국, 러시아 밖에 없다).

육군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보다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이다. 지금 주한 미 공군은 북한의 전투기나 대공 미사일 기지와 같은 위협의 데이터 수집,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술의 수립처럼 높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 또 동유럽과 NATO를 통해 얻어진

러시아 전투기와 공대공 무기 체계, 대공 미사일 체계의 정보와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대응 전략 등 돈주고도 못살 정보가 거의 공짜로 한국 공군에 제공되고 있다  

주한 미군의 재배치와 감축 이유

지금까지 지겹게 주한 미군의 존재 가치를 떠들었다. 이유는 친미(親美)니 반미(反美)를 넘어 조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문제라는 점과, 주한 미군 문제가 결코 감정적으로 치부하기 곤란한 것임을 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 다른 관점으로 보자.

지금 주한 미군에 관련된 시위가 과연 잘못된 것인가? 그리고 이런 반미 시위가 주한 미군 철군에 큰 관련이 있는가? 필자의 개인적 답은 분명히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히 민주국가라는 시위는 있을 수 있는 일이며, 필자조차 참가한 처음 세차례의 여중생 관련 광화문 시위는 분명히 미국의 반성을 촉구하는 평화 시위였음을 분명히 기억한다. 그리고 주한 미군의 철수는 이미 옛날부터 예상된 것이며, 미국이 여중생 사건에 의한 반미 감정으로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늘 지적되는 문제이지만 어리석은 국내 언론이 가장 큰 문제이다. 필자의 시위 참가 경험을 보면, 시위는 평화적이고 반미의 분위기도 아니었으며 사정을 들은 일부 미국민들은 이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화 시위에 참가한 일부 몰지각한 반미 단체들이 반미 깃발을 휘날리고 큰 소리를 지르면 그 날의 평화 시위는 반미 시위로 뉴스에 나온다는 것이 문제이다. 외국 언론 역시 현재 한국 상황을 정확히 알리기보다는 이를 반미 시위로 몰아 단순히 흥미 위주로 방송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리 외교부는 이를 개선할 의지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국내 언론은 좀더 대국적인 시각으로 특정 단체의 주장을 여과하여 방송하거나, 현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서 알려야만 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 태도는 다분히 감정적이었기에 여기에 편승한 일부 반미 단체들이 '주한 미군 기지 불법 침입'을 한다던가, 일부 몰지각한 이들에 의한 '외국인을 향한 욕설 사건' 등의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졌고, 결국 이것은 주한 미군 철수에 관해 우리에게 막대한 손해를 안겨 주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자.

주한 미군이 지금까지의 일련의 사건 때문에 철수하느냐는 것인데, 절대 그렇지 않다. 촛불 시위가 일어나기 훨씬 전에 방문한 미국의 폴 월포위츠 미 국방 차관은 한-미 동맹의 미래상, 즉 주한 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을 언급했으며 이는 미국 장기 군사 정책 보고성도 예고된 것이었다.

2001년 5월에 방한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역시 지상 병력을 줄이는 대신 정보∙통신 등 고도의 군사 기술력을 강화해서 병력을 한반도의 전쟁 억지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여러 번 설명했다.

아울러 KDI나 세종연구소와 같은 국내 전략 연구소에 의해서도 재배치와 감축은 예측되고 있었으므로 주한 미군의 재배치는 사실상 시간상의 문제였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미국에게 재배치 구실을 주는 바람에 우리에게 유리한 철수 일자나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뒤에서 자세히 설명). 

그럼 왜 미군은 주한 미군을 재배치/감축시키려는 것일까? 미국은 옛날부터 대량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지상전을 한국군에 맡기고, 하늘과 바다만을 미군이 맡기를 원했다. 사실 그동안 북한이 보유한 사정 거리 40Km의 240mm 다연장로켓의 사정 거리 내에 주한 미군 대부분이 위치한 관계로 북한에 대한 강경 외교 정책 실시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또 오랜 경제난으로 북한군이 약해진 것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한국군은 강화되고 있으며 미군이 소규모 분쟁에 투입되는 일이 잦아진 반면 미 육군 병력은 계속 줄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1만 3,000명이나 되는 정예 병력이 우리나라에 꼼짝없이 묶여 있는 것은 미국에게 매우 곤란한 문제였다.

아울러 한국은 낮은 생활 조건과 비싼 물가, 높은 위험성으로 인해 미군이 가장 기피하는 장소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대놓고 주한 미군의 재배치와 감축을 시작할 수 없었다.

역시 오랫동안의 한미 동맹 관계도 있고, 북한이 최고의 위협으로 부각된 상태에서 함부로 병력을 빼기도 명목상 곤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아프간 전쟁을 통해 산악전에도 공군이 통한다는 조금 잘못된 결론을 얻은 데다 2차 걸프전을 통해 미 공군의 막강한 위력을 다시 확인했고, 거의 적군의 1/10 밖에 되지 않는 지상 병력을 가지고 승리하는 행운을 맞이한 것이 문제였다.

이를 통해 미국은 소수의 긴급 투입 병력과 항공력을 가지고도 충분히 전투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지만, 그래도 주한 미군의 재배치 문제는 함부로 꺼낼 문제가 아니기에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갑자기 터진 여중생 사건과 반미 시위의 확산은 재배치와 감축을 하고 싶어도 이렇다 할 이유와 동기를 찾지 못해 뻘뻘대고 있던 미국에게 너무나도 좋은 기회를 준다. 즉 울고 싶던 참에 반미 시위가 뺨을 때려 준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너무나 큰 것을 잃어 버렸다.

앞서 언급했듯 주한 미군의 재배치는 분명한 기정사실이었으나, 이렇다 할 이슈가 없는 상태에서 주한 미군의 재배치가 이루어졌다면 미국은 반대급부로 한국에게 막대한 양보를 해야만 했을 것이다.

즉 재배치 일정을 최대한 한국군의 요구에 맞춘다던가, 과거의 사례처럼 막대한 잉여 물자 및 서비스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미군 부대가 한국을 떠날 때마다 남긴 군수물자 대부분을 한국군에 양도(솔직히 말해 뜯겼다)하거나 한국군에 만은 투자와 양보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작은 부주의로 인해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양보는커녕, 무리한 철수 시간을 강요받고 있으며 재배치가 이루어짐과 동시에 부족한 훈련장과 공간상의 이유로 2사단 병력에 대한 추가 감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평택/오산 지역에서는 현재 미 제 2사단을 훈련시킬 정도의 훈련장을 얻을 수 없다). 

주한 미군의 재배치와 향후 전망

그럼 주한 미군이 재배치 장소로 평택/오산과 대구/부산권을 선택한 이유는?

우선 2사단의 이동 장소로 평택/오산권을 선택한 이유는 북한의 어떤 화포도 미치지 못하는 곳이며, 과밀화된 수도권에서는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데다 한강 아래에서 대규모 용지 확보가 가능한 곳 중 휴전선에 가장 가까운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산에는 미 공군기지가 있어 하늘을 이용한 추가 물자 반입이 쉽고, 근처 평택에는 우리 해군이 막대한 돈을 들여 건설한 군항과 상업 부두가 함께 있는 평택항까지 있어 바다를 통한 물자 반입도 용이하다.

거꾸로 말하면, 한국 외에 다른 곳에서 비상 상태가 발생하면 얼마든지 주한 미군을 빼돌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재 미군은 세계 각지에 막대한 양의 사전 비축 물자를 (속된말로) ‘짱박아’ 놨고, 이들 물자는 상당수가 늘 수송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 떠 있으므로 장비의 운반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숙련된 전투 병력이 문제인데, 오산 공군기지나 평택의 군항을 이용하면 쉽게, 그리고 적의 공격에 노출되지 않고 병력을 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땅이 군용이나 비개발지로 묶여 훈련이 쉬운 경기 북부 지역을 벗어나면 훈련이나 주둔에 필요한 땅이 턱없이 부족해질 것이고, 당연히 주변 주민들 사이에 마찰이 잦아질 것이다.

이렇게 마찰이 잦아지면 “한국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우리는 철수합니다” 라는 핑계로 다시 부대 일부를 감축시킬 명분을 얻는다(1개 여단이 철수할 가능성이 현재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대구/부산권은 부산항 자체가 대규모 항구이며, 이미 대구 부근에는 전시를 대비한 막대한 군수 저장 창고가 위치하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국군의 인수 인계

주한 미군의 철수가 기정사실이 된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주한 미군 재배치에 따른 임무 인수 인계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제기된다고 한다. 우선 JSA 경비 책임을 내년 6월 이양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사시 휴전선 인근 북한 장거리포를 무력화하는 대(對) 포병 작전, 주한 미군의 AH-64 아파치가 맡아 온 유사시 해상 침투 북 특수부대 저지 임무 등을 2006년까지 한국군이 맡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측은 전반적인 역량의 부족, 미 2사단이 급격히 재배치될 경우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안보 불안감이 확산될 가능성 등을 감안해 2009~2011년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해 한미간에 이견이 크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JSA경비 책임은 한국군 350여명, 미군 250여명 등 600여명으로 구성된 유엔사 경비대대가 맡아 유사시 미군의 자동 개입을 보장하는 인계 철선(trip-wire)의 최전방 부대 역할을 해 오고 있었다.

그런데 JSA경비 책임을 한국군이 넘겨받을 경우, 유엔사의 위상이 흔들리고 국민들에게 “미군의 인계 철선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안보 불안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대(對) 포병 작전의 경우에도 북한의 갱도 포병 공격 임무는 그동안 미 2사단 소속 다연장로켓(MLRS) 2개 대대(32문)와 M109A6 팔라딘 자주포 2개 대대(48문)가 주축이 되어 왔다.

이유는 한국군의 화력 부족보다는 한국군 포병 시스템의 낙후성(미군과 비교했을 때) 때문이다.

북한의 갱도 포병은 포탄 발사 후 10분 안에 갱도 진지 속으로 사라지므로, 빠른 시간 안에 대 포병 레이더나 정찰 시스템으로 탐지한 이후, 이들 정보를 아군 포대에 전달해 사격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군은 대 포병 레이더 외에는 이렇다 할 대(對) 포병 정찰 시스템이 없고, 설사 적 포병의 위치를 알아도 이를 아군 포병에게 전달하는 포병 사격 지휘 시스템(BTCS Battalion Tactical Command System)이 미군의 포병 시스템인 AFATDS보다 정보 전달 속도가 느려 아직 북한의 갱도 포병 파괴 확률이 상당히 낮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한국군 역시 무인기의 배치를 서두름과 동시에 BCTS에 대한 업그레이드 계획을 수행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미군 철수 규모에 맞추어 대 포병 레이더 (AN/TPQ-36,37), MLRS, 정찰용 무인기, 전자 도청 장비의 수를 원래 계획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

아울러 주한 미군의 포병대는 전시 휴전선을 통과했거나 후방에서 대기 중인 적 기계화 부대를 묶어 놓기 위해 대량의 FASCAM을 보유하고 있다.

FASCAM (Family of Scatterable Mines)이란 155mm곡사포나 MLRS의 포탄을 이용해 뿌려지는 대전차 및 대인 지뢰로, 투발 시간이 짧고 대량의 지뢰를 한번에 뿌릴 수 있는 데다 아군 지역이 아닌 적 지역에 대규모 지뢰밭을 만들 수 있으므로 지뢰의 혁명으로 불린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수명이 10년 정도이므로 미국과 같이 돈이 넘치는 나라가 아니라면 대량의 보유와 유지 관리가 어렵다. 

주한 미군이 가진 72대나 되는 아파치 헬기가 맡았던 임무를 대신하는 것도 곤란하다. 우선 한국군이 가진 AH-lF의 수 자체가 70여대에 불과한데다, 이들 모두가 야간 작전을 위한 열상 장치를 가진 것은 아니다. 특히 야간에 한국의 해안선에 침투해 올 200대 이상의 북한 호버크래프트는 80여명의 보병이 탑승한 상태에서 시속 7-80Km로 바다 위를 달려온다. 이를 요격하기 위해서는 해풍(海風)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쌍발 엔진, 야간 전투를 위한 열상 장비, 대량의 척수를 상대할 만한 동시 다목표 공격 능력을 가진 헬기, 즉 아파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한국의 아파치 도입 사업(AH-X)은 계속 좌초의 위기를 맞고 있다. 요새 국방부가 떠들썩하지만, 미국이 결심을 굳힌 만큼 빠른 시일 안에 우리 군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되었다. 우리 군의 계산에 따르면, 주한 미군 임무 대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대략 300억 달러이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매년 15% 이상의 단계적인 국방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한다. 

자기 나라는 자기 손으로 당연히 지켜야 하며, 이런 자주 국방이 나름대로 자존심도 살리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에 필요한 막대한 돈은 결국 우리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며, 이 돈은 결국 우리의 산업 발전과 복지 예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수를 했고, 그 대가로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막대한 추가 군사비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결국 교훈은 간단하다. 작은 나라의 국민들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두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래툰(PLATOON MAGAZINE) 2003. 8월호 46 ~ 55쪽(호비스트, www.e-hobbist.com, 02-796-4162~3)에 실린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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