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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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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1-02 16:16 조회2,257회 댓글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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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선영이의 죽음

 아버지는 피난 내려온 즉시 당시 35세 나이에 1951년 1월 19일 제2국민병 교육대에 입대했다. 군 입대 적령기가 넘었는데도 일부러 제2국민병에 자원하여 입대했다. 입대하면 전방의 전투에 투입될 것이고, 전방에 가면 고향에 남겨져 있는 어머니와 아들을 구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초초한 심정이 어떠했는가를 이 사실로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이 너무 힘이 들었었고 식량지원이 아주 빈약하여 굶으면서 설 명절 달을 지났다고 했다. 3월 5일, 온몸이 무섭게 붓고 너무 굶어 부황이 든 아버지는 교육대에서 제대하여 당시 장승포에 피난 중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였다. 3월 7일에는 어린 두 여동생 선화와 선희 그리고 태어난 지 3주가 되는 여동생 선영이가 영양실조로 위독하여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였다. 3월 9일, 생후 3주일 된 여동생이 사망하였다. 장승포 국민학교 뒷산에 묻었다고 하였다. 이때의 아버지의 슬픈 마음의 글을 그대로 옮겨 놓는다.

 

내 피 받은 생명체가 어름인 양 식어간다.

선영아 실오리 같은 영이 있을진대

내 넋마저 빼어는 못 가느냐

반짝이던 동공마저 흐려 커지는 너를

너의 아비 어미가 보고 있다.

오호 3주일의 짧은 너의 생애를

애달파하나 울지 않고 보내련다.

마지막 가는 너의 몸을 묶었다

가냘픈 너 몸을 홀로 안았다

흙구덩이를 파고 묻어 버렸다

멀리 고향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쉬었다

3월 12일, 선희 퇴원.

3월 12일, 3월 22일, 문교부 주최 월남교원 재교육 강습.

3월 23일, 오비국민학교 근무 피명.

아버지의 제2 국민병 신분증

3월 25일, 단신으로 부임(옥교장의 후원). 3월 29일, 가족 동반 부임(선화 보행 45리). 중학교 입학 지원생 특별 수업도 시킴.

8월 15일, 연초 중학교 설립 착수. 통영군 각 관계기관과 토의. 피난민 중학생을 위하여 헌신키로 각오.

9월 18일, 제1학기말 고사 시작.

12월 14일, 유엔 총사령부 교육국교육관 근무.

10월 2일, 이후 중학교 설립 신축 활발.

12월 15일, 정식 개학. 개교식 성대. 연초중학교장으로 취임.

1952년 1월 13일, 통영중학교 연초분교로 인가.

3월 27일, 하청중학교 연초분교로 변경 인가.

4월 16일, 선화가 자동차에 치였다.

5월 31일, 선희 모녀 고향 출발. 교통관계로 6월 2일 귀가.(어머니와 찬수를 데리러 떠난 것이 여의치 못함). 오호, 고향 소식을 모르는 나의 심사여.

6월 25일, 지방의 요청으로 지방학생 특별 모집(현재의 학생수 309명을 5학급으로)

7월 31일, 하기 방학식 실시(1개월간).

8월 31일, 김상사 편으로 고향 소식을 듣다. 사는 마을은 무사하다고 하니 어머님과 찬수는 모름에 애달프다.

9월 16일 어머님과 찬수가 건재하다는 소식을 들었다(33 헌병대 권상사가 보고 왔고, 찬수도 학교에 잘 다닌다고).

 

정녕 꿈은 아니다.

4년 참혹한 전화 속에서 어머님과 찬수가 살아났다.

이날이 오려고 기쁜 이 소식을 들으려고 나도 살았나 보다

어머님 불효자를 때려 주옵소서

찬수야 못난 아비를 욕하여 다오

기쁨은 신경으로 스며들어

한줌도 못되는 심장을 툭툭 쥐어박아

모였다 흩어진다.

그립던 얼굴들……

멀리 멀리 고향 하늘을 우러러

삶의 두 손은 넋의 느낌에 떨린 채

힘껏 마주 쥐고

고요히 눈을 감았소.

(어머님 상하의, 찬수 내의 권상사 편으로 보내드리다.)

10월 31일, 찬수가 부산에 왔다는 소식을 듣다(권상사의 노고를 감사한다. 어머님은 언제나 오시려는가? 10월 시향을 모시고 오시겠지).

  아버지는 부산에서 교원 채용고시에 합격하고 연초면 오비리의 옥치상

교장선생의 배려로 오비국민학교에 근무했다. 곧이어 고현 포로수용소에

서 포로들에게 반공사상을 교육시키는 교육관으로 근무하다가 연초중학

교를 설립하여 인가를 받고 피난민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초중학교 교장으

로 근무한다고 했
다.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고 잘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만

나서 그때 하자 하셨는데 마지막에도 나에게 ‘할머니 잘 모시고 있거라,

우리는 곧 만난다’라고 했다.(계속)

 

댓글목록

피안님의 댓글

피안 작성일

역시 선생님의 부친께선 참 훌륭한 선생님이셨군요.
오늘 글도 잘 읽었습니다.

금강인님의 댓글

금강인 작성일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셨습니다.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심심도사님의 댓글

심심도사 작성일

언젠가????
죽은 순봉이라고 내 친구놈 이야기를 모처에 글을 올리고,
아장터에 묻었다고 글을 올렸더니....
순봉이가 개(강아지) 이름이냐고?????
죽은 개새기를 미쳤다고 아장터에 묻느냐고 댓글을 올린 적이 있다.
얼마전 내 고향 근처를 지나 오면서....
아장터를 올려다 봤다....
지게위에 얹어가지고 지고간 지게랑 함께 던져놓는 아장터....
마음도 묻어놓고 올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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