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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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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0-29 04:42 조회2,015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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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총기사고

 4월이 지나서이다. 학교가 개학을 하였을 때인데 어느 날 오후 나는 동네 형 두 명을 따라 내 친구 셋 이렇게 다섯이서 정승골로 놀러갔다. 그곳은 군인들이 신병훈련을 받느라고 총을 쏘며 오르는 훈련장 옆인데 길바닥이나 숲 속을 들여다보면 녹이 슬지 않은 새 실탄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말인즉 군인들이 훈련 받느라 힘이 들어 오르막으로 오를 땐 무거운 실탄 꾸러미를 버리면서 언덕을 뛰어오른다 하였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국방군들의 M1, 칼빈 총알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집 텃밭 대나무밭 비탈 쫑 감나무 아래엔 인민군 장총인 소위 ‘딱쿵총’ 탄알과 ‘따발총’ 탄알도 한 가마니씩 묻혀 있어서 우리들이 국군에게 알려 국방군들이 수거해 간 적도 있었다. 우리들은 여기저기 지천으로 널려있는 실탄을 많이도 주워다가 돌에다 총알 끝을 두드려 탄알과 탄피 사이가 느슨해지면 총알과 탄피 속 화약을 모두 다 빼버리고 운동회 때 쓰던 나무로 만든 모의총에 탄피를 걸고 사격놀이를 하곤 했다.

그런데 같이 놀러갔던 친척 기명이 형이 탄피에서 총알만 빼고 화약을 넣은 채로 쏘면 소리가 아주커서 더 멋있다고 하면서 화약이 들어 있는 탄피를 장전하였다. 일이 잘못 되느라고 장전된 탄피 방향을 내 얼굴 앞에다 대고 고무줄에 걸린 방아쇠 격인 못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을 나는 그 총구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 형이 방아쇠를 안전장치에 잘못 걸어 고무줄이 방아쇠를 잡아당기는 바람에 뇌관이 “탕!” 하고 터지면서 정통으로 내 얼굴에다 대고 불붙은 화약이 발사되었다.

피하라는 예고를 반드시 하게 되어 있었는데 예고 소리가 없어 무심코 들여다보던 나는 순간적으로 “쨍!” 하는 얼음 깨지는 소리와 “탕!” 하는 소리가 겸하여 나는 것만 기억하고 그 화약불이 터져 나가는 위력에 그만 뒤로 벌렁 나자빠지고 말았다. 정신을 잃고 기절하고 만 것이다.

나중에 친구에게 들은 얘긴데 축 늘어져 죽은 것 같았다고 했다.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참 지나 정신이 어슴푸레 드는 것 같았다. 총을 쏜 형과 다른 친구들이 늘어진 나의 네 팔다리를 들고 언덕 아래 물이 흐르는 도랑으로 데리고 가서 피범벅이 된 얼굴과 한도 없이 콧구멍으로 쏟아지는 피를 닦아주는 과정에서 나는 정신이 들었던 것이다.

눈을 떴는데도 앞이 보이지를 않았고 소리만 들렸다. 총을 쏜 형은 그날 새로 입고 와 우리들에게 자랑하던 셔츠를 훌떡 벗어 나의 얼굴을 씻기고 닦았다고 하는데 나는 몰랐다. 언덕 위에 다시 올라온 그 친척 형이 나에게 말하였다.

“찬수야! 오늘 저녁 날이 다 어두워진 다음 집에 데려다 줄 터이니 그리 알고 집에 가면 할머니에게 네가 혼자 밤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고 해라. 내가 그랬다고 하지 마, 알겠니?”

하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그 경황에도 나는 그 형에게 또래들의 의리를 지키느라고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날이 어두워진 뒤 내 집까지 데려다 준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들어갔다. 밥도 먹지를 못하고 베틀 있는 방으로 올라가 할머니를 등 뒤로 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았다. 기미가 이상해 할머니는 자꾸 고개를 돌리는 나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얼굴이 불에 덴 것처럼 새빨갛게 된 것을 본 것이다. 뒷날 할머님 말씀이 눈알은 양쪽 다 새빨갛고 온 얼굴도 새빨간 것이 사람 같지가 않았고 무슨 빨간 저승아귀 같았다고 했다. 할머니가 다그쳐 물었다.

“찬수야! 어떻게 된 일이냐?”

나는 그 형 말대로 밤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졌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때는 밤이 나는 가을철도 아닌데 엉뚱한 거짓말을 하였던 것이다. 사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나무를 잘 타기로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할머니 말씀을 빌리자면 다람쥐처럼 나무를 잘 탄다 하여 항상 걱정을 하셨다. 할머니는 내가 한 말이 사실인 줄 알고 갑자기 회초리를 해 오더니 노발대발하면서 나를 세워 놓고 종아리를 사정없이 내리치기 시작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난생 처음으로 그렇게 무섭게 매를 맞았다.

“네 이놈! 다시 나무 꼭대기에 올라갈 테냐, 올라가지 않을 테냐!”

하면서……. 할머니 생각으로는 이참에 나무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훈계하느라 그렇게 했다 하였다. 나는 두 손을 싹싹 빌며 다시는 나무에 오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할머니는 어디서 구해 왔는지 내 온 얼굴과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고 밤새도록 울며 밤을 지새웠다.(계속)

 

댓글목록

심심도사님의 댓글

심심도사 작성일

매일매일
내가겪은 6.25를 보러 들어오곤 합니다
실수는 하면서 어른이 되는 게 정상이지요
실수 한번 없이 자랐다는 사람은 없지요????
마치 저의 어릴 때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서.....
어허허허.....

피안님의 댓글

피안 작성일

백선엽장군의 나를쏘아라 못지않게

어린소년의6.25를 진솔하고 담담한표현으로
그때에 일어난 일들을 알게되어 고맙습니다

긴 대나무대롱에달린 하얀놋쇠에 말린엽초를담아 피우셨던 옛날할머니,
겨우내내 짠삼베를 군인에게 도적맞은이야기 아마 그군인은 평생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을겁니다.
오늘이야기속에 눈을 다치지 않아 다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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