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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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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0-24 03:16 조회2,22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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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강릉의 피난민 생활

(1). 전시의 강릉

우리 일행은 지친 걸음으로 동산항을 거쳐 남애리를 지나 그날 오후 주문진 항에 다다랐다. 날이 어두워지자 일행들은 커다란 방앗간에 무단으로 들어가서 짐을 풀고 하룻밤을 자고 가려 하였다. 그런데 이 방앗간 주인은 피난을 가지 않고 방앗간을 지키고 있을 때라 한밤중에 방앗간에 와서 노발대발하면서 우리들을 집 밖으로 몰아내었다. 방앗간 물건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사정사정 해 보았지만 어림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모두는 한밤중에 쫓겨나와 한참 이 집 저 집을 헤매다가 결국 주문진 항구 부둣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노숙을 하였다.

그날 저녁 어찌나 춥던지 나는 그 방앗간에서 쫓겨났던 우리들의 거지같은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튿날 우리들은 강릉 시내까지 내려왔다. 뒤에 고향으로 올라오면서 들으니 그 방앗간 있는 곳도 인민군이 내려온다는 소리에 며칠 뒤 모두 남쪽으로 보따리 싸가지고 피난을 갔다고 하였다. 자기네도 똑같은 피난민 신세이면서도 먼저 온 피난민을 구박하며 내쫓고 큰소리나 치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생들이라니……. 그저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우리 일행은 나의 할머니를 비롯하여 모두들 다리가 아파 쩔룩이는 사람들이 많았고 발등이 부어 신발을 신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의 할머니가 다리가 몹시 아파서 더 이상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친척 일행과 떨어져 강릉에 머물기로 작정하였다. 동네 사람들 대부분은 남쪽 더 멀리 옥계 방향으로 내려가고 작은댁 할머니와 머일 이모할머님 댁 그리고 할머니와 나는 경포를 지나 초당(지금 초당 두부로 유명한 곳) 마을로 들어갔다. 그곳은 6ㆍ25 전쟁 중이지만 비교적 안정된 듯한 곳이었다.

할머니와 나 그리고 작은집 할머니는 규모가 아주 큰 기와집에 들어가 피난 사정을 이야기하고 머무르는 동안 집일을 거들어 드리겠다고 사정했다. 그 댁은 그 일대에서도 가세가 아주 넉넉한 집이었고 수염이 허옇고 위엄 있는 풍채인 집 주인이 아주 후덕하여 그렇게 하라고 했다. 아직도 하인들 몇이 집안일을

강릉 초당 쪽에서 바라본 경포대

돌보는 집이었다.

이모할머니 댁은 일곱 식구나 되었는데 집 주인이 친척집인 옆집을 알선해 주어서 그 댁에 머물렀다. 우리는 초당마을에서 피난 짐 보따리를 풀었다. 2월 중순에 인민군이 강릉까지 내려와서 이곳 주민들도 한동안 피난을 갔다가 들어왔다고들 하는데 우리가 머무르는 동안에는 비교적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그러나 주인 집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니, 강릉도 엄청나게 고통을 받은 곳 이었다.

6․25가 일어난 뒤 곧바로 인민군이 밀물 듯이 몰려들어 강릉 북쪽 주문진과 사천, 연곡에서 국군과 나흘 동안이나 무서운 전투가 벌어졌다고 했다. 인민군에 밀린 국군이 후퇴를 하자 즉시 공산주의자들이 설쳐대며 미처 피난 못 간 주민들을 괴롭혔다. 고통과 공포심에 시달리던 주민들은 여기저기서 죽어 나자빠지는데, 그 광경이 처참하고 무섭기 한량이 없었다. 주인집 친척들이 밤중에 몰래 도망을 쳐 강릉 경포대 쪽으로 피신해서는 전해준 이야기라 했다.

연곡 사천 전투에서 전사한 시체더미가 산같이 쌓였다는 소리에 나는 또 양양 남대천 모래밭에서 본 우리 국군들의 끔찍한 시체들이 모래에 묻혀 여기저기 살짝 비어져 나와 있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리고 6․25가 나고 석 달 뒤 9월 하순 이후부터 늦가을 아주 추울 때쯤 해서 7월에 낙동강까지 내려갔다가 국군과의 싸움에서 된통 얻어맞아 패잔병이 된 인민군들이 모여 올라오다가 바람같이 북진한 국군들과 도처에서 전투를 벌였는데, 이곳 강릉에서의 주민들에 대한 인민군 패잔병의 행패가 너무 악랄해서 모두들 몸서리를 쳤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친척 누구 네가 죽고, 어떤 동네가 몰살을 당하고, 수많은 반공청년학생들이 총살을 당하는 둥 끔찍스런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 이후까지도 대관령 부근에는 미처 이북으로 따라 올라가지 못한 무장 인민군대들이 곳곳에 숨어서 아직도 주민들을 괴롭히고 또 국군과 맞닥뜨리면 무섭게 총질을 해대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진다고 그 쪽으로는 얼씬도 말아야 한다면서 모두들 두려움에 떨었다.(계속)

댓글목록

금강야차님의 댓글

금강야차 작성일

인민군에 밀린 국군이 후퇴를 하자 즉시 공산주의자들이 설쳐대며 미처 피난 못 간 주민들을 괴롭혔다!!
모래에 묻힌 시체..죽은 사람의 살짝 보이는 징그러운...뒤통수.. (끔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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