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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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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찬수 작성일10-10-02 11:22 조회2,436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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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산에서 만날 가족을 그리며


 이등성이 저 등성이에서 청년들이 함성을 지르니 곰이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다가 하필이면 진외가 할아버지 쪽으로 내리달아 드는데 급한 김에 설매(서림 지역 방언, 작은 모양의 사냥하기 편리하게 만든 지금의 스키와 비슷한 모양)를 미처 벗지 못하고 창으로 곰을 겨누고 공격했다. 그런데 곰이 창을 앞발로 여러 차례 세차게 치는 바람에 그만 창을 놓치고 마니 갑자기 무방비 상태인 할아버지에게 곰이 덥석 달려들어 얼떨결에 갑산 할아버지는 곰과 맞붙어 서로 끌어안고 뒤넹기질(엎치락뒤치락)을 쳤다.

아무리 사람이 기운이 세다 하여도 커다란 곰을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할아버지는 정신없이 곰과 맞붙어 싸우다가 힘이 빠진 가운데 생각해 내기를 곰은 사람이 엎드려 있으면 달리 공격하지를 못한다는 말이 순간 생각나서 죽을힘을 다하여 눈구덩이에 납작 엎드렸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미련하다던 곰이 할아버지 등을 타고 덮친 상태에서 할아버지의 양 어깨를 앞발로 내려치는데 온 내장이 다 흔들려 터지는 듯했고, 뼈마디가 모두 부서지는 듯했단다. 또 곰이 뒤통수를 치면서 양쪽 귀를 긁어 잡아당기며 손등을 긁었는데 머리 가죽이 긁혀 다 달아나는 것 같았고, 이로서 훗날 할아버지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의 신경이 끊어져서 나중에도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았다.

그 사이에 마을 청년들이 설매(스키)를 신고 급히 모여들어 창질을 하는데 곰이 어떻게나 날래고 힘이 센지 모든 사람들이 찌르는 창을 다 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산기슭을 뛰어 올라 도망을 갔다. 할아버지는 마을 청년들이 들이닥치는 기색이 있자마자 그만 기절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집에 간신히 업혀 온 할아버지는 보름도 더 앓았는데 “곰 잡아라! 곰 잡아라!” 하다간 한참 있다가 “오르고― 오르고―.” 하면서 허공을 향하여 연신 헛손질만 했다. 그 사이 마을 청년들이 곰이 흘린 핏자국을 따라가 보니 곰은 어느 바위 구석에 늘어져 죽어 있었다고 한다. 잡은 곰의 웅담을 꺼내와 할아버지에게 복용시켰더니 그제야 할아버지의 정신이 돌아오고 회복되기 시작했다.

나의 작은집 할머니의 친정도 할머니와 같은 마을의 아래황이라는 곳(지금의 양수 발전소 하부 저수지가 있는 곳)이다. 할머니와는 아래 윗동네였는데 작은집 할머니는 경주 최씨였다. 하루는 동네 사람들이 멧돼지를 모는데 커다란 멧돼지가 마을로 뛰어들었단다. 마침 앞마당에서 장작을 패던 작은집 할머니의 친정아버지가 멧돼지가 달려오는 걸 보고서 급히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구석에 세워 두었던 창을 들고 나와 급한 김에 날카로운 창끝을 싸맨 가죽집을 벗기지도 않고 달려오는 멧돼지를 겨냥해 냅다 던졌는데 창은 날아가서 그대로 멧돼지의 등덜미에 꽂혔다.

그런데 가죽집을 벗기지 않아 창끝이 깊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치명상을 입지 않은 멧돼지가 등덜미를 몇 차례 흔들거려 창을 털어 버리더니만 부아가 나서 그대로 쏜살같이 창을 던진 할아버지에게 달려들어 어금니로 장딴지를 들이받고 번쩍 들어 공중배기로 휘둘렀다. 장딴지가 멧돼지 어금니에 꿰어져 두어 차례 공중에서 빙빙 돌려 흔들거리다가 저만치 떨어져 기절했다.

뒤따라오던 동네 사냥꾼들이 돼지를 잡긴 하였으나 그 이후 할아버지는 장딴지가 다 나았는데도 평생 다리를 절뚝절뚝하고 조금씩 절었다. 원래 방식대로 사냥을 한다면 창을 놓치지 않고 양손으로 들고서 가까이서 맹수를 공격해야 되는 것이다. 할머니는 이 이야기도 하면서 사냥은 아주 위험한 것이니 이담에 사냥하는 데는 아예 따라가지도 말고 산속에 혼자 다니지도 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했다.

바깥세상은 전쟁 직전의 흉흉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지만 한여름 저녁때 멍석을 깔고 할머니 옆에 누워 타들어가는 모깃불 연기를 쐬면서 은하수와 별자리를 살피기도 했다. 또 초가지붕 위에 핀 하얀 박꽃 주위를 맴도는 박풍을 쳐다보면서 나는 부모와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할머니와 지냈다.(계속)

 

댓글목록

금강인님의 댓글

금강인 작성일

가슴 쓰리고 마음이 아린 이야기 입니다.
이토록 어렵게 살아온 우리들의 과거를 화려한 현실로 바꾸고자, 우익은 천신만고 고생을 하였는바.
공산당과 좌빨들이 그 공은 가로채고 어려웠던 과거는 덮으려 합니다.
정말... 눈물이 납니다.

홍순주님의 댓글

홍순주 작성일

화곡 김찬수 선생님.
6.25 전쟁 이야기 잘 읽고있읍니다. 옮겨주시는 노고에 감사한 말씀을 올립니다.
근래로 와서 친북좌파 빨갱이 놈들이 득세 하고나서는 6.25 전쟁 역사를 왜곡 하고, 특히 전교조 빨갱이
놈들이 아이들 교육을 거짓으로 하고 있음을 개탄하고 있읍니다.
6.25 전쟁은 휴전 상태로, 북괴 김정일 놈이 적화통일 획책을 한시도 늦추지 않는 현실을 직시 해야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TV를 통해 하루 24시간 중 절반을 할애 해서 역사교육을 시키는 것을 보았읍니다. 역사를 바로 안다는 것, 바로 가르친다는 것, 중요한 일 이지요. 현재와 미래는 과거의 연속 이니까요.
다시한번 김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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