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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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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hagok22341 작성일10-09-27 05:28 조회2,05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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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산 여행.

 
 
1950년 2월 초 어머니와 아버지는 두 여동생을 데리고 비밀리에 기차를 타고, 원산에서 생활했을 때의 친한 친구인 팔용 아저씨 댁에 몸을 숨기고 지내게 되었다. 그 때 그 아저씨는 원산에서 커다란 양조장을 경영하였는데 아버지가 그 곳에서 일자리를 얻은 것이었다.

1948년 여름에 할머니는 인민학교 1학년생인 나를 데리고 기차 편으로 강현 역을 출발하여 원산까지 갔다 온 일이 있었다. 그 때에 할머니는 팔용 아저씨와 내 부모의 거취 문제를 은밀하게 논의하였던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

할머니와 원산으로 올라갈 때 기차간에 웬 허름한 젊은 여자가 머리를 부스스하게 하고선 뛰어 올라와서 열차 통로에 서서 불안한 듯이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갑자기 러시아 노래를 빠르게 불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바로 카츄사 노래 ‘딴―따라 딴―따 딴딴딴딴 딴―따 딴―따라 딴―딴 딴딴딴딴따―’ 하는 음률이었는데 그 여자가 멋들어지게 연달아 불러 군인들의 박수를 받았다. 기차 승무원이 제지를 하면서 끌어내려고 하니까 그 기차간 여기저기에 앉아 있던 소련군 로스케들과 모든 군인들이 역무원 보고 가만 놔두라고 해서 그 여자는 연달아 노래만 부르면서 금강산 쪽으로 가다가 어느새 사라진 기억도 난다.

그 해 회룡 인민학교 1학년이었던 나는 처음으로 한글을 배웠다. 겨우 ‘ㄱ’자 옆에 ‘ㅏ’하면 ‘가’자이고 ‘ㄴ’ 자 아래 ‘ㅜ’ 하면 ‘누’자라고 알고 있을 정도였다.

열차 역을 지날 때마다 역 이름을 읽으며 지나고 있는데 금강산 역을 지나 통천 역에서는 ‘통천’이란 글자가 어려워 어물어물거리고 넘어갔었다. 옆에 동승한 어떤 할머니도 글자를 모르는지 나를 가리키면서 내 할머니에게 말을 걸어 저 나이에 글자를 저렇게 잘 읽으니 참으로 똑똑하다 하면서 할머니 앞에서 나를 칭찬하여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다. 요즈음 나의 손녀딸을 예로 하여 보아도 우리 나이로 이제 겨우 네 살인데 웬만한 글자를 다 짐작하고 컴퓨터를 조작해 어린이 프로그램을 열고 제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의 영어주소까지 구분하여 마우스 조정을 잘도 하며 찾아보는 정도인데 그 할머니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천재들 세상이라고 기절할 판이 되었다.

시골 문맹지역이고 호랑이 담배 피울 시절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여덟 살이나 되어 기차 타고 가면서 한글 몇 자 짝 맞추어 띄엄띄엄 읽었는데 그걸 가지고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은 아이는 아마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할머니와 나만을 고향 마을에 남겨두고 비밀리에 기차를 타고 원산으로 올라가면서 그곳에서 자리 잡으면 가을께나 할머니와 나를 데리러 올 테니 그리 알고 있으라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 해 6월 25일 갑자기 사변이 터져 서로 생사도 모르고 할머니와 나는 단둘이 고향에 떨어져 먼 북쪽 원산에 있는 가족과 전쟁 통에 난데없는 이산가족이 되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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