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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은 6.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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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hagok22341 작성일10-09-24 01:04 조회1,93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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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 국토를 국유화


 이들은 훗날 점차적으로 극렬하게 “북조선 인민의 어버이는 김일성 수령님이다!”라고 외쳐댔다. ‘어버이 수령’이라는 명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가족’의 해체를 앞당겨야만 했던 것이다. 젊은 여성들을 정치 선전도구로 이용해 ‘호주제’를 폐지하고, 자식들이 친부모를 고발하는 행위를 장려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가 서서히 커져 부모나 스승, 그리고 어른을 공손히 대하던 우리의 미풍양속이 붕괴되었다.

 여기에 배급제까지 실시하며 전 국토를 국유화하였는데 농지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면서 핍박하였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이들에게 농사지을 땅을 빼앗아 놓고서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니! 그야말로 선량한 농민들을 굶어 죽이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인민군에 자식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경작할 토지와 온갖 혜택을 제공하였다.

 이러한 현상으로 가득 찬 사회가 이른바 그들이 주장하는 ‘인민의 나라’, ‘공산주의’의 실태였던 것이다. 이런 양상은 그때만 있었던 것이 아니고 오늘날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한편 아버지의 연행과 구금 소식에 온 동네 친척들은 야단이 났다. 동네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속마음으로 두 패로 갈라진 것이다. 친척들을 중심으로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며 구명운동이 벌어졌다. 우리 문중에서 아버지의 형님뻘 되는 종순 아저씨가 적극 나서서 구명운동을 하였고, 아버지는 달포 반이 지나서야 풀려났다. 집안 아저씨들은 사태가 심상치 않으니 몸을 숨길 것을 제안했고, 아버지는 아픈 몸을 이끌고 동네에서 아무도 모르게 한밤중 종적을 감추었다. 외갓집 동네인 설악동 상도문을 지나 그 윗동네 몇 집이 살지 않는 핏골 마을 위 설악산 신흥사로 몸을 피한 것이다. 이 때부터 1952년까지 나는 두세 번밖에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1949년 여름이 조금 지나 우리 동네와 이웃 동네에서는 갑자기 우리보다 나이 많은 형들과 젊은 아저씨들이 모두 인민군에 입대를 하였다. 어른들 말이 “농사짓는 젊은이들이 모두 다 일시에 군대를 가니 마을이 둘러빠진 것처럼 여자들만 남았다.”라고도 했고, 또 “근본도 모르는 젊은 조선노동당, 공산당 애놈의 새끼들이 위아래도 없이 설치는데 괘씸하기 이를 데가 없다.”라고도 하였다.

 동네 할머니들과 아주머니들을 비롯해 마을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 작은댁 아재들이 인민군에 입대하던 1947년, 작은댁 할머니와 나의 할머니는 위험할 때 군대 간다고 몇날 며칠 밤을 눈물로 지새웠다. 아재들이 입대한 후 작은댁 할머니는 거의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집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지냈다.

 이북 전체에서 인민군으로 징집된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는데 심지어 나보다 예닐곱 살 많은 어린 형들도 모두 군대로 끌려갔다. 6ㆍ25가 일어난 뒤의 이야기이지만 인민군대가 된 어린 병사들이 자신의 키만큼 큰 총을 땅에 질질 끌고 다니는 모습을 도처에서 볼 수 있었다.

 그 해 아주 늦은 가을 즈음인가 해서 우리 마을엔 또 커다란 사건이 하나 터졌다. 한밤중 자정이 넘어서 개울말에서 갑자기 여러 차례 총성이 콩 볶듯 난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해서양짓말 사람들이 모두 방안에서 궁금해 하고 있는데 얼마간 있다가 갑자기 우리 집 툇마루 밑에서 나직하게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양짓말

“형님, 저예요! 저 종익이에요! 지금 쫓기고 있으니 어서 문을 열고 집안에 숨겨 주세요!”

 목소리가 매우 다급했다. 어린 둘째 여동생을 안고 있던 어머니가 창호지 문틈으로 내다보니 총을 든 사람 여럿이 마당 바닥에 납죽 엎드려 있었다. 사태를 짐작하신 어머니는 할머니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한 뒤 문 밖을 향하여 나직하게 말했다.

“종익 서방님, 찬수 애비가 어디로 갔는지 집에 없고, 여기는 어머니와 애들과 저만 있는데 지금 총소리가 콩 볶듯 나니 여기는 아주 위험합니다. 또 우리도 지금 지목을 받고 있으니 깊은 산속으로 어서 피하세요.”

 그러면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잠시 조용하더니 아무런 기척이 없었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공포에 떨었다. 종익 아저씨 일행들이 사라지고 조금 있으려니 총을 든 내무서원 여럿이 우리 집에 들이닥쳐 문을 열라고 고함을 치자 할머니와 어머니는 문을 열었고, 그들은 신발을 신은 채로 방안 구석구석을 모두 뒤졌다. 장독대부터 심지어 부엌 아궁이 속까지 속속들이 뒤진 다음 아무런 징후도 발견하지 못하고는 양짓말 여러 집을 똑 같은 방법으로 다 뒤졌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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