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황석영을 만났던 이야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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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순주 작성일10-09-04 17:46 조회2,567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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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1983년도 초겨울로 기억한다.
그 때 나는 뉴욕에 있었다. 하루는 멀리 스테튼 아일랜드에 있는 친구 한테서 전화가 왔다.
광주사건에 관한 기록영화 상영과 강연회를 하니 같이 가자고 했다.
그때 나는 무척 바쁘게 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데 관심이 없었지만, 친구가 배를 타고, 전철을 타고
두 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온다는데 거절 할 수가 없었다.
PS20(공립학교,고유번호)라고 하는 중학교 강당에서, 윤한봉 이라는 젊은이가 나와 강연을
했다. 그는 광주사건의 주동자로 당국의 추적을 피해 밀항선을 타고 미국에 왔다고 했다.
2~3백 명 정도, 강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 앞에서 그는 도망자 답게 긴장된 모습으로 자기입장을
옹호하고,폭도를 진압한 정부 즉 전두환 대통령을 비난하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캐나다 맥길 대학에서 제작했다는 필름을 보여주었다.
또 그해 겨울에 두 세번 더 광주사건에 관한 연극,한풀이 제사, 함석헌옹의 강연등이 있었다.
그 때마다 친구는 꼭와서 나를 불러냈다.
황석영도 그무렵 미국에 피신해 있으면서 교포들의 보호를 받으며, 좌익성향의 유학생들을
모아 반정부 연극도 시키고,풍물놀이패를 구성해서 공연도 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공연장에서 본 황석영은 자신은 무대에 나서지 않고, 두꺼운 가죽잠바를 입고 컴컴한 무대뒤에서
서성거리며 줄담배를 피우며 무척 초조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으로 이어지는 좌익정부의 행태를 지만원 박사님의
글을 통해 주시해 볼 때, 과거 국가전복 음모의 중심에 있던 반역자들이 음지에서 기어나와
권세를 있는대로 다 잡고, 나라의 기강을 마구흔들어 대고있으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개인 얘기를 해서 안 됐지만, 조실부친한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는 자립을 했음으로
밤낮없이 일만하느라 사상이고,데모고 곁 눈질할 겨를이 없었지만, 나를 좌익의 세계로 초대해
주었던 그 친구는 장로교신학대학원 출신으로 지금은 서울의 큰교회 담임으로 떵떵거리며 살고있다. 그 친구 아마 빨갱이들 빽이 튼튼 했었는지......
댓글목록
심심도사님의 댓글
심심도사 작성일
홍순주님의 그 친구도...
빨갱이 빽그라운드가 든든했었다는 말씀도
저도 역시 홍순주님과 대동소이한 삶을 살아 온 것 같기에.....
고개가 끄덕여 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