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스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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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에이케이 작성일10-08-26 14:44 조회2,263회 댓글1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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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본래 고향이 대구인데 초등학교 2학년때 서울로 전학을 왔습니다.
서울로 전학을 온 동네가 장위동이라고 지금으로부터 약 35년전에는 그 곳이 대구인지 서울인지 별차이 없는 촌동네였지요.
마침 우리집 근처에 염광여자고등학교라고 있었는데 막 전학을 와서 친구도 별로 없던 저에게 가장 재미난 볼거리 중의 하나가 염광여고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고적대, 일명 브라스밴드의 연습이었습니다.
이 학교의 고적대는 지금도 유명합니다. 그래서 큰 행사엔 가끔씩 보이데요.
집에 앉아 있자면 고적대 연습소리가 들립니다. 그럼 저와 한살아래 동생은 뛰어갑니다.
그리고 운동장 한구석에 앉아서 여고생고적대가 난생 처음 보는 커다란 악기를 이고지고 일사분란하게 분열하면서 연주하는 모습을 구경했는데 지금도 제 기억에 그 광경이 깊게 각인되어있습니다.
요즘 문득 그때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제 동생이 제게 물었습니다. “히야...저거 참말로 금이가?”
브라스밴드라는게 금관악기 위주의 악단 아닙니까? 그렇다고 금관악기가 금은 아니고 황동으로 만든 악기지요. 하지만 햇볕 내리 쬐는 운동장에선 정말 번쩍번쩍합니다.
저 역시 당시에 그 번쩍번쩍하는 금관악기들이 정말 금인지 황동인지 구분할리 있었겠습니까?
그래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참말로 금이다 안카나... 억수로 비싼기라... 우리집 다 파라뿌도 몬산다칸데이..”
황동은 구리와 아연의 합금입니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이 청동이구요.
잘만 닦아 놓으면 아주 번쩍이는게 흡사 순금같은 이 황동을 순우리말로 '놋쇠'라고 합니다.
며칠 전에 우리나라의 어느 장인이 대한민국의 옥새를 제작하라고 나라에서 내린 금으로 만들라는 옥쇄는 안만들고 금의 일부를 횡령해 금도장을 만들어 유력인사들에게 선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걸 받은 유력 정치인중 한 명이 놋쇠인줄 알고 받았답니다.
평소에 훌륭하신 분으로 알았던 장관까지 지내시고 대권후보까지 꿈꾸셨던 분의 변명이 고작 35년 전 촌구석 장위동 염광여자고등학교 운동장 한 켠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코흘리개 저와 제 동생과의 무지막지한 대화수준이라니 참 한심합니다.
이 분도 문제의 순금도장을 어느 논두렁에다 버린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분들 금뱃지도 놋쇠로 만들어 줘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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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동악님의 댓글
멸공동악 작성일구캐의원 금뱃지 모두 회수하고 놋쇠뱃지로 바꿔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