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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출판사의 양심선언?? - 이완용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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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선민족 작성일11-06-07 10:53 조회6,9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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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식과 교양은 맞바꿀 수 없다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이완용 평전> 김윤희 지음 한겨레출판

1904년 11월10일 이토 히로부미는 고종(高宗) 황제를 찾아왔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품겠다는 ‘을사보호조약’을 들고 온 것이다. 일본과 맞설 청(淸)과 러시아가 물러난 상황, 황제에게는 이토를 물리칠 카드가 없었다.

그래도 고종은 병을 핑계 대며 며칠을 버텼다. 국가 간의 문제이니 외부(외교부)에 문서부터 접수하라며 그를 돌려세우기도 했다. 대신(大臣)들도 머리를 맞대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일본의 강압을 쳐낼 수 있을까? 하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긴 회의 끝에, 이완용은 고종에게 물었다. “폐하의 마음이 단호하여 흔들리지 않는다면 천만다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너그러운 도량으로 하는 수 없이 허락하게 된다면 어떻게 합니까?”

이 물음은 황제를 움찔하게 했다. 고종은 자신이 직접 책임이 따르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되도록 자신의 뜻한 바대로 신하들이 알아서 움직이도록 부추기곤 했다. 이완용은 황제의 바람을 제대로 읽었다. 힘없는 황제를 대신해 신하들은 ‘하는 수 없이 허락하게 된다면 어찌할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완용은 조약 내용 가운데 보태거나 뺄 부분을 ‘미리’ 협의해 놓자고 주장했다. 그래야 일본과 협상할 때도 유리한 위치에 서지 않겠는가.

이완용은 일본의 간섭이 ‘외교’에만 그쳐야 한다는 문구를 넣자고 주장했다. 고종은 ‘조선이 부강(富强)하게 된 후에는 조약이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구절을 꼭 담으라는 뜻을 전했다. 황제는 ‘모양새 좋게 협의해서 결정하라’는 말만 남긴 채 끝까지 을사조약의 도장을 찍지 않았다. 조약은 다섯 명의 대신이 ‘하는 수 없이’ 일본의 조건을 받아들인 형태로 맺어졌다.

조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곳곳에서 사람들이 들고일어났다. 외교를 펼칠 권리가 없는 나라가 어찌 독립국이겠는가. 이때도 이완용은 현실을 바로 보라며 외쳐댔다. 대한제국은 제대로 설 힘이 없다. 외교권만 잃었을 뿐, 여전히 나라는 오롯하게 지켜내지 않았던가. 게다가 힘을 키우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 외교할 권리도 찾아올 터였다. 조선 팔도 곳곳에서 힘을 길러 나라를 구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이즈음이다. 일본에 투쟁할 힘을 교육과 산업에 쏟는 노력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역사학자 김윤희에 따르면, 이완용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정치인이었다. 명분과 의리만 앞세워서 뭐하겠는가. 그는 불리한 현실을 그 자체로 받아들였다. 그러곤 가장 이익이 큰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한일합방 때도 마찬가지였다. 고종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밀사(密使)를 보냈다.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가 옳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이를 알게 된 이토 히로부미는 벌컥 화를 냈다. 헤이그 밀사 사건은 일본에 대한 적대행위이다. 일본이 대한제국에 선전포고를 할 수도 있다며 황제를 몰아붙였다.

이완용은 이번에도 ‘현실적’인 타협안을 내놓았다. 일본이 요구하는 ‘합병’과 ‘이토 통감에게 전권(全權)을 위임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종이 황제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이후에 벌어진 한일합방조약 또한 이완용은 피하지 못할 현실로 받아들였다. 그러곤 대한제국과 황실이 최대한 이익을 얻게 하려고 애썼다. 그는 한일병합조약을 맺으면서 데라우치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첫째, 조선인들의 생활 향상에 힘쓸 것. 둘째, 황실에 대한 예우를 충분하게 할 것. 셋째, 조선인들이 일본에 견줄 만한 수준의 교육을 받게 할 것.

원칙만 아득바득 외쳐대는 관리는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적당히 물러서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말이 통하는’ 관료로 환영받곤 한다. 이완용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를 갖춘 관리였다. 게다가 그는 영어를 곧잘하는 ‘미국통(通)’이었다. 힘센 나라들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했던 황제에게 이완용은 꼭 필요한 ‘외교 카드’이기도 했다.

게다가 이완용은 노론(老論) 명문가 출신이었다. 수준급 서예 솜씨에다가 시와 풍류를 즐길 줄도 알았다. 세련된 교양은 사회 지도층들을 끌어당겼다. 이렇게 모인 이들로 이완용 주위에는 풍부한 인맥(人脈)이 꾸려졌다. 이 또한 그를 함부로 하기 힘든 이유가 되었다. 이완용은 관리로서 최고의 자리를 누렸다. 대한제국에서는 총리대신이었고, 일제 강점기에는 후작(侯爵)의 지위를 차지했다. 조선에서 두 번째 부자로 꼽힐 만큼, 큰 재산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매국노’에 지나지 않는다. 히틀러는 개인적으로는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예술을 사랑했고 매너도 좋았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이었던 아이히만은 성실한 가장(家長)이자 공무원이었다. 이렇다 해도 이들이 독재자이고 살인자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역사학자 김윤희는 이완용의 죄는 ‘부조리한 현실에 분노할 줄 몰랐던’ 데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이는 합리(合理)와 실용을 최고로 치던 이완용에게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역사가 자신을 어떻게 여길지 두려워하지 않을 때, 나와 국가가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학을 잊어버릴 때, 성실함과 합리적인 생각은 사악함으로 바뀌어 버린다.

지난 5월20일 ‘한국현대사학회’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중심이 된 학자들은 그간의 우리의 현대사 연구를 문제 삼는다. 지나치게 왼쪽으로 치우쳐서 역사를 바라보았다는 거다. 그들이 역사를 보는 눈은 오른쪽에 가깝다는 것이 세인(世人)들의 평가다. 당연히 역사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 한바탕 전쟁이 벌어질 듯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실과 실용을 앞세우는 분위기에서 도덕과 명분은 뒷방으로 밀려난다. 이런 상황에서 매국(賣國)은 언제고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문제의식은 논쟁을 통해 분명해진다. 한국현대사학회로 불거질 역사 논쟁에 희망을 거는 이유다.

>>시사브리핑: 한국현대사학회 출범 한국현대사학회(학회장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출범했다. 한국 현대사 연구의 학문적 폐쇄성과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겠다는 것이 학회가 내세운 설립 취지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2006년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펴내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휘말렸던 뉴라이트 성향 ‘교과서 포럼’의 확대판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한다.

안광복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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