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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없는 추석, 한주호 준위의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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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9-21 17:05 조회28,8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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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없는 추석, 한주호 준위의 가정


해군 한주호 준위는 고 강재구 소령과 맞먹는 군 지휘자의 표상이었다. 부하들을 위해 목숨 바친 위대한 영혼을 가진 두 사람, 한 사람은 시대를 넘는 영웅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불과 몇 달 만에 잊혀진 소모품이 되었다. 시대를 잘 못 만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강재구를 영웅으로 만들었지만, 이명박은 한준위를 시궁창에 버렸다. 박정희 대통령은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인재를 잘도 발굴해 썼다. 그냥 쓰다가 버린 것이 아니라 훈련을 시켜서 유능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이명박은 인재도 찾아낼 줄 모르고, 그와 인연을 맺는 사람들을 소모품으로 쓰다 버렸다. 안목도 덕도 없는 것이다.

강재구는 지금까지 국민 가슴 속에 각인된 부하사랑의 로고다. 그의 아들과 그의 부인은 북괴식으로 말하자면 공화국 1등 영웅의 가족으로 구름 위에 떠있다. 반면 강재구 가족들과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할 한주호의 가족들은 주위로부터 공격을 받아 흐느껴 울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영웅이 없어서 걱정인데 우리는 스스로 나타난 영웅을 진흙탕에 던져놓고 짓이긴다. 구더기들만 우글거리는 구더기국가라 해도 억울할 게 없다.

모 일간지가 한준위 가족을 취재했다. 9월 16일 오후 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해군아파트 앞에서 한주호 준위의 딸 슬기(20)를 만났다 한다. 아빠를 잃은지 5개월 여가 지났지만 슬기는 아직도 '슬기야' 하고 부르는 아버지의 환청이 들린다고 한다.

아빠를 잃은 아픔도 견디기 어려운 판에 다른 사람들도 아닌 해군아파트 사람들이 이 유족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상처를 준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다. 대통령이 챙기지 않으면 해군총장이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주위에 산다는 해군 가족들은 의를 모르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보상금으로 수십억을 받았다며?" 헛소문과 수군댐에 그의 부인은 한동안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한다. 슬기의 오빠가 군에서 전역하고 모 초등학교 교사로 오는 것이 그래도 얼마간의 위안이 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엄마가 오빠에게 음식 만들어준다고 오랜만에 동네 마트에 갔더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남편 죽은 지 얼마나 됐다고 팔자 좋게 마트나 다니느냐'며 수군댔다 한다. 해군 아파트 주변사람들이라면 해군 가족들이 아니겠는가? 해군가족들이 겨우 이 정도라는 말인가?

슬기는 너무 속이 상해 그런 아주머니들한테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아버지 없는 버릇없는 딸이라고 욕할까 봐 속앓이만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한다. 한주호의 부인은 아직도 사람 만나기를 두려워한다고 한다. 부인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목 놓아 울었다 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고 없는데 억만금을 받으면 무슨 소용이냐. 찢어질 듯 아픈 마음 겨우 추스르고 살아보려 했더니 주변 사람들이 안아주지는 못할망정 상처만 준다"

지금의 대한민국, 너무 타락한 것이 아닌가?



2010.9.2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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